삼류 조직폭력배의 사랑과 배신을 다룬 ‘비열한 거리’, 스타를 꿈꾸는 무명 가수의 이야기를 담은 ‘복면 달호’, 하루아침에 20대로 변한 할머니를 그린 ‘수상한 그녀’. 세 영화에 빠지지 않고 트로트가 나온다.

강진의 ‘땡벌’은 ‘비열한 거리’ 삽입곡으로 알려지면서 2007년 9월 3주 차에 KBS 뮤직뱅크 차트 1위를 했다. 그 이후로는 홍진영의 ‘산다는 건’,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외에 트로트가 가요차트에 등장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로트가 다시 관심을 끌었다. TV조선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 때문이다. 작년 5월 2일 결승전의 평균 시청률은 18.1%(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전국 기준)였다. 우승자 송가인은 7년의 무명생활 끝에 중장년층의 아이돌이 됐다.

방송사는 트로트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중이다. TV조선은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올해 1월 선보였다. 시즌 1의 시청률을 넘는 신기록이 매주 이어졌다. 3월 5일 방송의 순간 최고 시청률은 35.5%였다.

▲ 1위 소감을 전하는 트로트 가수 강진(출처=KBS)

왜 미스트롯 시즌 2가 아니라 미스터트롯일까? 방송을 매주 챙겨보는 기자의 어머니 신동숙 씨(53)는 우승 상금의 차이를 지적했다.

“1등 상금만 비교해도 미스트롯은 3000만 원, 미스터트롯은 1억이잖니. 미스트롯으로 번 돈을 왜 미스터트롯 우승 상금으로 쓰는 건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시즌 1의 성공은 시즌 2에 도움을 준다. 첫 시즌에는 대부분 여성이 출연한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고정 팬이 생기면 남성 버전이 나온다. Mnet의 ‘프로듀스 101’ 시리즈, ‘퀸덤’이 그랬다.

팬덤을 만들기엔 남성 출연자가 좋지만 그 전에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높이려면 여성이 필요하다. 부모 대신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를 예매한 김산우 씨(23)는 미스트롯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00명 넘는 출연자가 하나같이 미스코리아처럼 했더라고요. 확실히 방송에서는 여자가 외모평가나 성 상품화에 더 취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미스트롯은 미스코리아 콘셉트로 선정성 논란을 불렀다. (출처=TV조선)

인터파크에 따르면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 예매자의 71%는 20~30대다. 여성 비율은 83.8%나 된다. 미스터트롯 출연자 이찬원은 3회에서 이성우의 ‘진또배기’를 불렀다. 1월 16일 방송 직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는 3월 12일 기준 97만 8000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미스터트롯은 관중 없이 결승전을 치렀다. 3월 12일, 실시간 문자 투표로 ‘대한민국 1등 트롯맨’을 정했다.

한국적인 정서로 가득한 트로트에는 세대를 어우르는 힘이 있다. 오랜만에 돌아온 트로트 열풍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하지만 트롯맨의 무대는 어딘가 불편하다. 트로트 전성기를 이어갈 시즌 3의 우승자는 여성일까, 아니면 남성일까.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