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는 2014년 세월호 침몰을 계기로 재난보도준칙을 마련했다. 제1장 2조 4항은 ‘급성 감염병, 인수공통전염병, 신종인플루엔자, 조류인플루엔자의 창궐 등 질병재난’을 적용 대상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코로나19를 보도하면서 준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그대로 인용한 경우가 많았다. 공식 명칭을 사용하지 않거나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를 담은 기사도 있었다.

중앙일보는 2월 3일 <5분간 시신 8구 영상 등장에···의심받는 中코로나 사망자수>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중국인 팡빈이 개인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영상을 보면 팡빈은 우한 제5병원 입구의 차량에 다가간다. 그는 “아까 (시신이) 3구만 있었는데, 지금 몇 구인지 세어볼게요”라며 노란 자루를 보여준다. 이후 숫자를 세며 시신이 8구로 늘었다고 말했다. 

▲ 팡빈의 영상(출처=유투브)

기사는 팡빈이 주장한 내용을 ‘우한 제5병원에서 5분 만에 8구에 시신이 담긴 비닐이 병원 밖으로 실려 나갔다’고 인용했다. 사망자가 중국의 공식발표보다 더 많다는 의혹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영상이 맞는지를 검증하는 내용이 없었다는 점. 비닐의 내용물이 시신인지, 촬영장소가 실제로 우한 제5병원인지를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옮겼다.

다른 언론 역시 마찬가지. 조선일보는 2월 3일 오후 4시 13분에 팡빈의 영상을 그대로 보도했고 국민일보는 다음날인 4일 오전 7시 18분 같은 기사를 게재했다.

재난보도준칙 제2장 11조는 유언비어의 확산을 막기 위해 확인되지 않거나 불확실한 정보를 보도할 때는 자제하도록 권한다. 안동준 씨(25)는 “영상 속 자루에 시체가 담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이든 아니든 보는 순간 섬뜩했다”고 말했다.

중국인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도 있었다. 헤럴드경제는 1월 29일 기사(상인들 “손님들 불안할까 마스크 안써요...복불복이죠 뭐)에서 대림동 차이나타운의 중국 상인이 비위생적이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노상 음식을 언급하며 ‘비위생적 형태가 즐비하다’고 했고 바닥에 침을 뱉는 사람을 중국인이라고 추측하며 비판했다. 박정혜 씨(24)는 “이런 기사를 읽으면 중국인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건 사실”이라며 ”중국인 관광객이 옆에 오면 피하고 싶어진다”고 했다.

기사가 전한 모습은 서울의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다. 기자가 2월 17일 이화여대 근처를 찾았을 때, 적지 않은 상인이 음식을 노상에 진열했다. 일부는 맨손으로 떡볶이를 조리했고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길거리에 침을 뱉는 중년 남성도 많았다.

조선일보 1월 24일 칼럼(‘중국발 전염병’ 왜 많은가)은 ‘아직도 중년 이상 중국인에게 신선한 고기란 산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인의 식습관을 전염병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한 셈이다.

KBS는 1월 28일 기사(‘차이나 엑소더스’ 본격 중국발 전염병 왜 많을까)에서 ‘깔끔하게 포장된 육류·생선을 파는 서구식 대형마트가 중국에선 이상하리만치 인기가 없다’고 전했다.

재난보도준칙 제16조는 감정적 표현을 자제하며 냉정하고 침착한 보도 태도를 통해 대상에 대한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도록 권고한다.

중국인 유학생 차오신위 씨(22)는 이런 기사를 많이 봐서 억울하지도 않다고 전했다. “내가 아는 중국인은 냉동된 고기도 먹는다. 서구식 대형마트에 포장된 육류 역시 인기가 아주 많다.”

한국기자협회는 2월 24일 ‘코로나19 보도준칙’을 발표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명칭인 코로나19(영문은 COVID-19)를 사용해달라고 했다.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대한 혐오를 막자는 취지다. 그럼에도 조선일보, 문화일보, 뉴데일리는 ‘우한코로나’ 또는 ‘우한폐렴’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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