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통화옵션상품은 환율 변동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헤지 수단으로, 일정 구간에서 환율이 움직이면 수출기업에게 유용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환차손을 보게 된다.’
키코(KIKO‧Knock In, Knock Out)에 대한 설명이다. 윤서영 씨(25)는 “헤지는 기자가 (해지를) 오타를 내서 잘못 쓴 건가요?”라고 물었다.
언론이 사용하는 어려운 용어는 이처럼 독자의 이해를 막는다. 환헤지나 메자닌 같은 단어의 풀이를 찾으려고 일부 독자는 검색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나오면 읽기를 중단한다. 제목도 내용도 이해할 수 없는 경제 기사에 등을 돌리는 이유다.
전문용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제목에 ‘키코’가 들어간 5개 신문을 분석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의 기사 85건(2013년 1월 1일~2020년 2월 17일)이 대상이었다.
기사의 82%는 키코를 설명하면서 어려운 용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14%에 해당하는 기사에는 어려운 설명마저 없었다.
유형을 분류하니 사전의 내용을 활용한 설명(47건‧55.29%)이 가장 많았다. 키코를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 헤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두 번째로 많은 유형은 ‘환헤지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 ‘외환 파생상품 키코’처럼 한두 단어를 활용한 단어식 설명(23건‧27.05%)이었다. 두 가지 유형의 공통점은 기자가 키코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다른 전문용어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박세은 씨(25)는 이런 기사를 보고 “기자들이 안다고 독자도 어려운 말을 아는 게 아니다”며 배려받지 못한 느낌이라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김시은 씨(26)는 “이해가 안 돼서 읽다가 끄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아예 설명하지 않은 사례(12건‧14.11%)였다. 본문 어디에서도 뜻풀이를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은 전문용어를 모두 해설한 유형이었다. 기자는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의미를 정리해서 독자에게 전달했는데 3건(3.52%)에 그쳤다.
독자의 불만을 기자는 알까. 키코 기사를 썼던 한겨레신문 최성진 기자를 인터뷰했다. 그의 기사에는 설명이 전혀 없는 사례도, 설명에 두 문단을 할애한 사례도 있었다.
차이를 물었더니 최 기자는 본 기사와 보조기사를 함께 전달하는 신문의 특성을 지적하며 “보조기사에서 메인 기사만큼 자세하게 설명하면 신문은 지면 낭비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보고서(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 한국)를 보면 뉴스소비에 가장 많이 활용한 미디어는 디지털 매체로 전체의 83%였다. 신문지면을 포함한 프린트물은 19%에 그쳤다.
신문지면과 달리 디지털 매체는 본 기사와 보조기사를 별도로 배치한다. 최 기자는 “온라인에 보조기사를 내면서 하단에 뜻풀이를 넣는 게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며 “디지털 플랫폼 특성에 맞춰 설명을 추가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고 말했다.
기사 하단에 열쇠말 풀이를 이용하는 사례가 전혀 없지는 않다. 조선일보가 대표적이다. 윤서영 씨(25)는 조선일보식 열쇠말 해설이 가장 깔끔하고 정리된 느낌이었다며 “따로 용어를 검색하지 않아도 돼 편했다”고 말했다.
오유림 씨(24)는 전문용어를 사용해도 예시가 있고 없고는 큰 차이라고 말했다. ‘만기에 미리 정해놓은 환율로 약정 금액을 팔 수 있다’는 설명보다 ‘만기시 1달러당 원화 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지더라도 계약한 환율이 1050원이라면 키코에 가입한 기업은 달러를 1050원에 팔아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 명쾌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