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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 분석 ② 잔치로 만들었다
이준엽 기자 | 승인 2020.03.29 19:12

 

‘내일은 미스트롯’(미스트롯)에는 ‘어른들의 프로듀스 101’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후속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미스터트롯) 역시 참가팀이 101개라는 점, 경연을 거쳐 최종 우승자를 선발하는 구성이 ‘프로듀스 101’을 닮았다.

하지만 기존 프로그램과 같은 잣대로는 미스터트롯의 인기(2월 27일 시청률 32.7%)를 설명하기 어렵다. ‘슈퍼스타 K’ ‘쇼미더머니’ ‘프로듀스’를 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 엠넷도 ‘트로트 엑스’를 방영했지만 최고 시청률이 3.2%에 그쳤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미스터트롯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총연출을 맡은 전수경 TV조선 PD의 인터뷰에 힌트가 있다. “같이 즐기면서 가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진지하게 심사만 하는 게 아니라 분위기 좋고 흥이 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미스트롯의 총연출 문경태 TV조선 PD도 미스트롯에 대해 비슷한 말을 했다. “참가자의 합격·탈락으로 긴장감을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보다는, 신나게 놀 수 있는 음악 예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 내일은 미스터트롯 광고(출처=TV조선)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엄격한 평가와 출연자의 성패를 강조했다. 프로듀스 101에 출연한 허찬미 씨가 음이탈 실수를 하자 무대가 끝난 뒤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부각됐다. 허 씨의 언니가 SNS에 “잘했던 부분이 편집되고 실수만 강조됐다”고 항의할 정도였다.

다른 프로그램도 마찬가지.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에서는 시즌마다 가사를 ‘절었는지’(가사를 잊거나 박자를 놓친 때를 일컫는 힙합 은어)가 중요한 관전 요소였다. 가사를 절고도 합격한 사람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참가자가 무대를 앞두고 긴장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은 단골 소재였다. 촉박한 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참가자는 팀에 해를 끼치는 캐릭터로 묘사되고, 참가자의 다툼을 비중 있게 다뤘다. 프로듀스 시리즈에서는 참가자에게 트레이너가 독설을 퍼붓는 장면이 ‘사이다 장면’으로 꼽혔다.

이는 ‘악마의 편집’ 논란으로 이어졌다. 쇼미더머니 시즌4의 이상윤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어느 정도의 논란은 필요하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으면 시즌4까지 못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을 붙이고 논란을 강조하는 전략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공식이었다.

▲ 프로듀스 101의 허찬미 씨는 의욕이 지나친 연습생으로 연출됐다. (출처=엠넷)

미스터트롯은 무대의 흥겨움과 감동, 참가자의 끼에 초점을 맞춘다. 심사위원 격인 ‘마스터 군단’의 면면을 보자. 남진 장윤정 진성 같은 유명 트롯 가수 외에 아이돌 김준수와 효정, 예능인 박명수와 장영란 등 다양하다.

이들은 신나면 일어나 춤을 추고 출연자의 애교에 자지러진다. 심사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다. 전수경 PD는 “오히려 마스터의 흥이 프로그램의 성공에 한 몫을 했다고 본다”고 응수했다.

경연이므로 출연자는 당연히 긴장하고 난관을 겪는다. 미스터트롯은 여기에 몰두하지 않는다. 마스터는 긴장해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출연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팀원 간의 의견은 리더의 조율 아래 훌륭한 무대로 엮인다. 따뜻한 잔치 느낌이다.

열네 살 정동원 군을 보자. 단둘이 살며 정 군을 키운 할아버지가 경연 기간에 별세했지만 1월 16일 방송에서 짧게 다뤘다. 슬픈 개인사를 다룬 뒤에는 즐거운 흥과 감동의 무대로 돌아왔다. 눈물짓게 만든 요인은 연출이 아니라 정 씨의 청아한 노래였다.

특히 미스터트롯 7, 8화의 기부금 팀미션은 잔치를 멋지게 만들었다. 4명이 팀을 이뤄 경연을 하지만 돋보이려고 경쟁하지 않는다. 관객을 즐겁게 해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똘똘 뭉쳐 서로의 강점을 어떻게 하면 더 살릴지를 생각한다.

퍼포먼스와 무대 매너 역시 중요해졌다. 음악 경연이라기 보다는 장기자랑에 가까울 정도로 관객의 호응을 유발했다. 출연자가 땀을 흘린 만큼 시청자는 편하게 무대를 즐겼다.

요약하자면 경쟁은 있지만 경쟁에 집착하지 않는다. 노래를 부르지만 노래가 전부가 아니다. 매주 무대 위에서 즐거움과 감동을 나누는 잔치. 시청자에게 아주 익숙한 포맷이다. 일요일 아침마다 송해 씨의 일성으로 시작하는 ‘전국노래자랑’이다.

전국노래자랑에도 최우수상과 인기상이 있다. 하지만 시청자는 누가 수상하는지보다는 출연자의 장기자랑, 특산물 소개, 송해 씨와의 대화에 더 관심을 가진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잔치를 벌이는 전국노래자랑은 부담 없는 푸근함으로 1981회(3월 1일 기준)까지 이어졌다. ‘국민 예능’이라 할 만하다. 이런 특성을 따르면서 미스터트롯은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의 마음을 잡았다.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항상 국민을 내세웠지만 전 국민을 아우르지 못했다. 시즌이 갈수록 공정성 논란에 대한 피로감이 심해졌다. ‘악마의 편집’은 자극적이고 관객과 시청자를 행복하게 하지 못했다.

프로듀스 101에는 없는 따뜻함과 유쾌함이 미스터트롯에 있다. 전작 미스트롯의 PD가 처음 기획했듯 “오랜만에 힐링 되는 음악예능”이 찾아왔다. 미스터트롯은 ‘어른들의 프로듀스 101’이 아니다. 전국노래자랑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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