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영 씨(47)에게 소독은 일상이다. 전에도 소독제를 항상 갖고 다녔다. 중증질환을 치료 중인 아들(18)이 있어서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소독제 종류가 늘었다. 손 소독제, 액체 소독제, 차량용 소독제. 운전하기 전에는 차 안을 소독한다. 병원에서도 의자에 소독제를 뿌리고 나서야 앉는다.

공용화장실은 웬만해선 이용하지 않는다. “우리 엄마들은 병원에서도 서로서로 조심해.” 이들에게 코로나가 주는 두려움은 다를 수밖에 없다.

▲ 김순영 씨가 갖고 다니는 여러 종류의 소독제

김 씨는 아들과 1주일에 두세 번은 서울대병원을 찾는다.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피검사를 통해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3월 19일 방문했다.

병원 내 감염이 걱정되지 않을까. 김 씨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으로 출입관리가 철저해졌다. 서울대병원에는 지하 4층까지 주차장이 있다. 층마다 입구가 여러 개이지만 최근에는 1층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김 씨는 “전에 없던 3단계 확인절차가 생겼다”고 말했다. 먼저 정문에서 여행력과 발열 여부를 구두로 확인한다. 2차로 접수처 양쪽에서 체온을 재면 출입허가증을 준다. 3차로 간호사가 진료 직전에 출입허가증을 점검한다.

병원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보호자는 1명만 있도록 한다. 전에는 3세 이하 아이를 혼자 돌보기 힘들어서 보호자가 2, 3명 있기도 했다.

방문과 면회도 제한한다. 코로나 관련한 안내방송이 계속 나온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 검사와 달리 외래진료 예약은 취소가 늘었다.

▲ 허가증이 있어야만 병원에 들어갈 수 있다

보호자의 불안은 다른 데 있었다. 아이가 병원 아닌 가정에서 고열을 보일 때다. 치료를 받은 환자는 수시로 열이 오른다. 체온이 38도를 넘으면 가까운 응급실에 바로 가야 한다.

지금은 응급실로 직행할 수 없다. 응급실에서 선별진료소의 검사확인서를 요구한다. 아이가 아파도 코로나 검사부터 받아야 하는 셈이다. 코로나가 아니란 사실이 입증되면 입원할 수 있다. 김 씨는 “지침이니 이해는 가지만 행여나 선별진료소에서 감염이 될까 무섭다”고 했다.

중증환자는 일반인보다 코로나 감염에 취약하다. 면역력이 낮다는 건 바이러스에 대항할 힘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월 26일 브리핑에서 “기저 질환자의 경우 치명률이 높다”고 했다.

▲ 코로나19로 달라진 서울대 어린이병원 입구

김 씨 아들과 같은 병동의 아이들은 긴급 상황이 닥쳐도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아야 응급실에 갈 수 있었다. 아이 엄마는 “200~300명과 함께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더 무서웠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문의했더니 “중증환자라고 해서 빠르게 검사받는 방법은 없다”고 답변했다. 응급실에서 선별진료소의 검사확인서를 요구한 점에 대해서는 “병원이 감염을 우려해 자체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김순영 씨의 아들은 1주일 후 중요한 수술을 받는다. 사실은 코로나가 무서워 수술을 연기하고 싶었다. 최대한 빨리 받아야 하는 수술인데도 말이다. 병원은 의료진을 포함해 내부에 확진자가 없다며 안심시켰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