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튀는 신세대'라고 말한다. 이 말은 '튀지 않으면 신세대가 아니다'라는 말로 들린다. 방송에서 튀는 신세대는 프로그램의 감초가 되어 환영받는다. 신문에서도 그렇다.

어쨌든 튀는 신세대 vs. 어쨌든 튀지 않는 신세대

지난 7월 27일 문화일보는 '어쨌든 튀는 대학생 4명'의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한겨레 신문에 칼럼을 실으면서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김현진(한국예술종합학교 1), 노란 긴 머리를 휘날리며 튀는 신세대의 전형을 보여준 전한해원(서울대 경영학부 2), 정치인 주식 사이트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신철호(연대 정외 3), 서울대 입학면접에서 최고의 점수를 기록했다는 오문경(서울대 외교 1)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약력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김현진은 스스로 공교육을 거부했다. 고등학교 입학 3개월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영화판에 뛰어들어 단편영화 「shut and see」를 감독했다. 또한 청소년 대상 웹진 「네가진」의 최연소 편집장과 문화관광부 자문기관인 청소년 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역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올해에는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최연소로 입학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전한해원 역시 신문이 좋아할 만한 신세대이다. 저명한 사회학자의 아들, 자유분방한 외모, 그리고 '남자갉' 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성차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날라리' 같은 외모에서 풍기는 것과는 달리 서울대생이라는 점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신철호 또한 빠지지 않는다. 미국에서 대학 졸업, 다시 연세대 입학. 그리고 정치인 주식이라는 흥미로운 아이템을 인터넷에 올림으로써 신문지상에 많이 오르내렸다.

오문경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홀홀단신'으로 호주유학을 떠났다. 어린 나이에 혼자서 유학길에 올랐다는 사실, 그 후 서울대 면접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언론의 주목을 받게 했다.

문화일보에서는 "이들이 쓰는 칼럼을 통해 한밤중 불켜진 도서관에서부터 땀냄새 나는 길거리 농구에 이르기까지 대학가의 생생한 현장을 담아내려 한다"고 말한다. 한겨레 신문에서 대학생들의 칼럼을 실으면서 젊은 이미지를 구축했듯이 문화일보도 그들을 통해 젊은 감성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 4명의 톡톡 튀는 젊은이들이 대학가의 생생한 현장을 담아낼 수 있을까? 문화일보의 박경일 기자(사회부)도 다양한 대학가의 모습과 신세대의 생활을 그들 4명을 통해서만은 알 수 없다는 데에는 동의를 한다. 그는 또한 "대학가의 생생한 현장을 담아내기 위해서라면 이미 유명해진 그들의 칼럼보다는 학생 명예 기자를 선발하여 그들의 취재를 통한 기사가 더 적절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에서는 이들을 신세대의 대표로 내세우며 '어쨌든 튀는 신세대'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사용한다. 이 표현은 마치 '튀지 않으면 신세대가 아니다'라는 말로 들린다.

"튀는 신세대들을 신문이나 방송에서 접하게 되면 우선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동시에 '이질감'도 느끼는 게 사실이죠. 솔직히 그렇게 튀게 살아가는 신세대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 않나요? 신문이나 방송에서 그렇게 튀는 사람들을 자꾸 보여주면서 그들이 '신세대를 대표한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신은 평범한 대학생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는 정아영(연세대 법학과 2)씨의 말이다. 그렇다면 신문에서는 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튀는 신세대들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것일까?

기성세대와 신세대 그리고 그들을 포용하는 신문

문화일보 박경일 기자는 4명의 튀는 신세대들을 통해 '신세대 대학생들의 참신한 시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O양 비디오 사건에 대해 신세대들의 글을 PC통신에서 보게 된 게 그들의 칼럼을 싣게 된 계기가 됐어요. 그 때 언론에서는 O양을 매장시켜 버렸는데 통신에 올라온 신세대들의 글에서는 O양도 피해자로 보고 있더라구요. 여기서 신세대들의 새로운 시각을 느꼈죠." 그는 신세대들 사이에서는 당연시 여기는 것이 기성세대들에게는 새롭고 놀라운 것이라고 하며 그러한 신세대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역량을 인정받은 튀는 신세대들의 칼럼을 실기로 결정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세대들의 펼치는 참신한 시각의 글들도 기성세대들이 세워놓은 울타리 안에서만 가능하다. 한겨레 신문의 경우 김현진에게 칼럼을 의뢰할 당시 학생 칼럼임을 강조했다. 대학 생활과 관계없다고 생각되는 노동문제나 정치문제 등에 대한 칼럼은 자제하도록 얘기했다. 정세라 기자는 "노동문제나 정치비판과 같은 얘기는 다른 곳에서도 하니 일상생활의 얘기를 써보는 게 더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그랬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생칼럼이니 어떤 얘기는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가 힘들다.

실제 한겨레에는 신변잡기적인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독자들의 반응도 들어왔지만 학생칼럼이라는 성격상 일반 사설이나 칼럼에서 볼 수 있는 정치 비판과 같은 것은 싣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한겨레에 실렸던 김현진의 글을 보면 "시기가 일러 아직 신 귤을 보면 자신은 늦되지만 알찬 사람이 되고 싶다(99.5.13)"고 생각했다거나 "컴퓨터 게임에서 접한 '잃어버린 꿈이 웃는 날에는 계속 곁에 내가 있어 주겠어요'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99.6.10)"는 얘기와 같이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독설이 가득한 글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느끼게 되는 작은 것들에 대한 깨달음의 얘기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문화일보는 사회에 대한 독설이 담긴 비판도 신세대의 참신한 시각이 들어간다면 허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문화일보에 전한해원이 기고한 우조교 사건에 대한 글은 활자화되지 않았다. 대신 "PC방을 게임방 수준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99.8.10)"는 김현진의 글을 실었다.

기성세대들이 쳐놓은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 정도의 신세대들의 '튐'은 기성세대 독자층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눈에 잘 띄는 '튀는 신세대'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젊은 독자층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신문으로서는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다양한 개성의 젊은이들. 그들이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매체들의 상업적 전략에 의해 희생당하고 있다. 튀는 신세대의 모습만을 보여줌으로써 그들과 같이 튀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신세대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만 신문은 그들의 심정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눈에 잘 띄는 모습을 실어야 인기를 끌 수 있다는 데에만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이다. 튀는 신세대들로 젊은 감성을 얘기하려고 하는 신문. 하지만 결코 기성세대의 손도 놓지 않으려고 하는 신문. 이러한 신문의 태도에 상처받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조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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