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미디어
20대가 SNS로 뉴스 보는 법
김남명·김진주·위지혜 기자 | 승인 2020.03.05 10:55

 

대학생 정하은 씨(23)는 화장실에 가는 짬을 이용해 SNS로 뉴스를 본다. 아침 등굣길에는 정신없이 자느라 뉴스를 소비할 여유가 없다.

학교에 있는 동안에도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페이스북에 접속한다. 두 언론사 페이지만 본다. JTBC 뉴스와 여성신문.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빠르게 내리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파악한다.

일부 기사는 팔로우하지 않아도 뜬다. 유명 연예인이 세상을 떠나면 많은 기사가 다음날에 쏟아지니까 다른 언론의 기사를 자연스럽게 접한다. 퇴근하면 집 화장실에서 페이스북이나 네이버에 다시 접속한다.

SNS 이용자가 늘면서 SNS로 뉴스를 소비하는 수용자도 증가했다. 중심에 20대가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연구서(밀레니얼 시대를 위한 뉴스 전략)는 20대의 SNS 뉴스이용 습관을 잘 보여준다.

연구서에 따르면 20대가 스마트폰에서 뉴스를 볼 때 소셜미디어나 메시징 앱을 먼저 찾는다. 18~24세는 이런 비율이 57%에 이른다. 페이스북을 가장 먼저 찾는다는 응답은 28%, 인스타그램은 약 9%에 이른다. 35세 이상 연령대의 9배다.

▲ 스마트폰에서 뉴스를 보려고 가장 먼저 찾는 채널(출처=한국언론진흥재단)

취재진은 20대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뉴스를 어떻게 소비하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하루 중 언제 SNS에 접속하는지, 한 번 들어가면 얼마나 머무는지, 뉴스를 보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기사를 끝까지 읽기는 하는지, 어떤 매체를 주로 읽는지가 궁금했다.

설문 조사로 일일이 묻기에는 질문이 많았다. 그래서 택한 방식이 스마트폰 화면 녹화. 참여자에게 3일 동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어플을 이용할 때마다 녹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10초일지라도.

페이스북,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취업 준비생 커뮤니티에 모집 글을 올렸다. 사생활이 드러나는 SNS 화면을 취재진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실험 특성상,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참여자 대부분은 취재진의 지인이었다.

대상은 20대 페이스북 이용자 11명과 인스타그램 이용자 8명. 이 중에서 남성은 4명, 여성은 15명이다. 17명이 대학(원)생이고 2명은 취업준비생과 직장인이다. 대학생 전공은 성악부터 기계공학까지 다양했다. 연령은 21~25세로 평균 23.2세였다.

참여자는 2019년 11월 18일부터 12월 4일 중에서 3일 동안 SNS 접속화면을 녹화했다. 페이스북 기사는 310개, 인스타그램 기사는 139개였다. 1초도 읽지 않고 지나친 기사가 있고 꼼꼼하게 끝까지 읽은 기사도 있다.

▲ 실험 참여자

페이스북으로 하루 2분 뉴스 소비
 
페이스북 이용자는 주중 평균 7.2회, 주말 평균 6회 접속했다. 한 번 접속하면 주중에는 평균 3분 11초, 주말에는 평균 3분 42초 머물렀다. 가장 많이 접속했던 시간은 낮 12시~오후 3시였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주중 평균 4회, 주말 평균 4.5회 접속했다. 평균 이용시간은 주중 4분, 주말 2분 37초였다. 가장 많이 접속했던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1시였다.

SNS 이용은 뉴스를 보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으로 나눠진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하루 평균 2분 2초 동안 뉴스를 소비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하루 평균 3분 50초였다.

임하연 씨(23)는 자투리 시간에 인스타그램 뉴스를 읽는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 머리 말릴 때, 일과 중 화장실에 갈 때, 수업 전 교수님을 기다릴 때. 19명에게 물었더니 9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SNS 뉴스를 소비했다고 응답했다.

▲ 뉴스소비 행태

끝까지 읽은 뉴스는 얼마나 될까? 페이스북 기사 완독률은 35%, 인스타그램 기사 완독률은 44%였다. 페이스북 뉴스는 주로 링크 형식이라 누르면 언론사 홈페이지가 업로드한 줄글 형식의 기사가 뜬다. 인스타그램 뉴스는 대부분이 카드뉴스다.
 
이정원 씨(23)에게 인스타그램 뉴스는 훑어보기용이다. 카드뉴스를 읽을 때 앞의 세 장만 읽고 다음 기사로 넘어갔다. 그는 “SNS에서 뉴스를 자세히 볼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뉴스 완독률

SNS 뉴스를 더 검색하거나 관련 기사를 찾아본 참여자는 없었다. 대부분의 뉴스는 추가검색 없이도 한 번에 이해하기 쉬운 주제를 다뤘다. 임하연 씨는 “한 번 읽어도 내용파악이 가능했기 때문에 다른 기사를 더 찾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뉴스를 소비하고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행동도 잘 하지 않았다. 페이스북 기사 310개 중 참여자가 댓글을 확인한 기사는 13건, 좋아요를 누른 기사는 8건에 그쳤다. 인스타그램 기사 139개 중 참여자가 댓글을 확인한 기사는 9건, 좋아요를 누른 기사는 6건이었다.

이소은 씨(24)는 페이스북 뉴스를 읽고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다. 스스로를 ‘수동적인 페이스북 이용자’라고 부른다. 눈으로 빠르게 정보를 훑기만 하고 교류 목적의 다른 행동은 잘하지 않는다.

정하은 씨는 ‘뻔한 기사’의 댓글은 확인하지 않는다. 댓글은 여론을 확인하는 작은 창인데 기사가 단순하면 댓글로 확인할 수 있는 의견의 폭이 넓지 않아서다.

가장 많이 읽는 매체는 위키트리와 인사이트

참여자는 위키트리와 인사이트 기사를 가장 많이 읽었다. 페이스북에서 읽은 매체는 위키트리가 22%로 1위, 인사이트가 12%로 2위였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인사이트가 27%로 1위였다.

위키트리와 인사이트는 다른 언론사 뉴스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짜깁기해서 연성뉴스를 위주로 발행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분석한 ‘인사이트 기사 주제별 기사 분포’에 따르면 이들이 발행한 기사의 52.8%는 기업홍보 또는 연예인 관련이다.

두 매체가 참여자의 SNS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이유는 SNS 알고리즘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시의성이 높은 게시물을 먼저 접하도록 설계됐다. 중앙일보 페이스북에 하루 60개 정도의 기사가 올라오면 인사이트 페이스북에는 150개 정도 올라온다.

위키트리와 인사이트는 ‘친구 친밀도’ 영역을 높이는 전략도 구현한다. 기사에 짧은 문구를 덧붙여 이용자의 댓글 작성과 공유하기를 유도한다. 이들 매체를 구독하지 않아도 피드에서 쉽게 이런 기사를 접한다.

조민경 씨(23)는 인스타그램으로 인사이트의 기사를 접한다. 뉴스가치가 그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제목이 자극적이라서 무의식적으로 계속 본다.

인사이트에 ‘공유, 여친이 남사친과 1박 2일 여행가도 괜찮다’는 기사가 올라오면 욕하면서도 내용이 궁금해서 보고, 무의식적으로 ‘좋아요’를 누른다. 인사이트 기사의 장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엄청나게 정치적이거나 비인간적이지는 않다”고 했다.

▲ 가장 읽는 매체

인사이트와 위키트리의 뒤를 이어 가장 많이 보는 매체는 중앙일보다. 참여자 페이스북에 중앙일보 기사가 19개 떴다. 인스타그램 실험에서도 중앙일보는 기사 19개가 떠서 인사이트(30개) 다음으로 많았다.

중앙일보 콘텐트유통팀의 원정환 기자에게 특별한 SNS 전략이 있는지 물었다. 그에 따르면 페이스북 뉴스는 특별히 독자를 고려해서 만들지 않고, 포털에 유통되는 기사를 그대로 업로드한다. 인스타그램 뉴스는 다르다. 독자를 위한 카드 뉴스를 따로 제작한다.

중앙일보는 신문을 읽은 적이 없는 세대가 등장한다는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20대와 밀레니얼 세대, Z세대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뉴스를 업로드할 때 시선을 끄는 제목을 짓는다.

그러면서도 욕심이 지나쳐서 내용과 전혀 상관이 없거나 선정적인 표현이 달리는 일이 없도록 경계한다. 제목 외에도 타깃 독자층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기사를 업로드하고 좋은 사진을 고르려 한다. 형식도 링크를 첨부하는 방식부터 동영상 또는 카드뉴스까지 다양하다.

원 기자는 SNS의 알고리즘이 뉴스 독자의 편향성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이 보고 싶은 기사만 보는 것이 요즘 SNS 기사 소비 행태의 문제라고 봅니다. 사실 이는 독자들의 문제라기보다는 페이스북 등 플랫폼 알고리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SNS 뉴스의 문제점

취재진은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이용자의 불만을 들었다. 참여자들은 SNS 기사의 대다수가 연예, 스포츠 등 문화 영역에 집중된 점에 불만이었다. SNS에서 제작되고 유통되는 기사가 연성화되자 이용자는 영양가 없는 기사를 소비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대학생 김가영 씨(21)는 SNS 뉴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기사를 눌러서 들어가면 실망할 때가 있어요. 글자는 있지만 내용이 없어요. 제목이랑 이미지에 이미 내용이 다 나와 있어서 추가적인 정보가 없는 기사들이요. 그냥 제목만 보고 내리죠.”

두 번째 불만은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라는 점이다. 실험을 통해 수집된 기사 중에는 ‘성인 사이트 한 번이라도 접속한 사람이라면, 가슴 철렁할 소식이 전해졌다’, ‘DVD방에서…김희철이 첫사랑과 헤어진 이유’ 같은 표현이 많았다.

자극적인 소재가 하나 생기면 관련 기사를 대량 생산하는 관행도 문제다. 구하라 씨의 자살 소식이 있던 날, 위키트리는 연예인들이 슬픔을 느낀다는 기사를 여러 차례 내보냈다.

‘상태가 너무 걱정된다…김희철이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 ‘툭 건들면 당장 눈물 쏟을 것 같은데도 관중 위로하는 아이유 (영상)’, ‘구하라가 사망 직전 인스타그램에 마지막으로 올린 글’ 등은 모두 위키트리에서 만든 기사다.
 
SNS 뉴스에 대한 대안으로 20대는 전통매체를 찾는다. 이정원 씨는 “모든 매체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것은 종이 신문”이라고 했다. 포털 뉴스는 이용자가 읽고 싶은 기사만 소비할 수 있지만, 종이 신문은 관심 없는 분야까지 최소한 제목은 훑어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소수다. 전통매체를 보기는 하지만 주로 이용하지는 않는다. 참여자 19명 중에서 13명이 포털 뉴스를 가장 많이 이용했다. 종이신문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응답자는 없었다. 종이 신문을 가장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5명이었다.

방송뉴스는 비교적 상위권이었지만 수동적인 시청이 대부분이었다. 정하은 씨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면 부모가 MBC나 JTBC 뉴스를 본다. 정 씨는 부모와 함께 방송뉴스를 시청하거나 다른 일을 하며 청취한다.

20대는 짧은 시간에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뉴스를 본다. 정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듯이 뉴스를 소비한다고 했다. “빨리빨리 정보를 얻어야 하는 세상에서 (뉴스의 질은 떨어지지만) 모든 이슈를 빠르게 훑어볼 수 있으니까 SNS로 뉴스를 봐요.”

중앙일보 이지상 기자는 팝캐스트 ‘듣똑라(듣기만해도 똑똑해지는 밀레니얼 라이프)’를 운영한다. 그는 이화여대 특강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너무 바쁘지만 동시에 어느 세대보다 자기계발과 지적욕구가 강한 세대”라고 말했다.

20대는 뉴스를 가볍게 소비하고 싶지, 가벼운 내용을 소비하고 싶지는 않다. SNS 뉴스의 주 이용 연령층인 20대를 독자로 확보하고 싶다면 내용을 가볍게 만들지 말고 전달방식을 바꿔야 한다.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다양한 이슈를 쉽게 풀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서 “기사의 품질은 주제가 얼마나 심각한지가 아니라 어떻게 다루어지는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언론사는 중장년층과 청년층을 위해 서로 다른 내용의 기사를 취재할 필요가 없다. 취재를 바탕으로 편집만 다르게 하면 된다. 매체특성을 고려해 글쓰기 방식만 달리해도 20대 독자층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11-1 이화여자대학교  |  대표전화 : 02-3277-2267  |  팩스 : 02-3277-2908
발행인·편집인 : 이재경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경
Copyright © 2013~2020 스토리오브서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