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W는 이번 호부터 지난 한 달 간 최고의 기사 10개와 최악의 기사 10개를 선정해 싣습니다. 선정 대상은 종합일간지 10개(국민일보, 경향신문, 대한매일, 동아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시사주간지 9개(뉴스메이커, 뉴스위크, 뉴스플러스, 뉴스피플, 시사저널, 주간조선, 주간한국, 타임, 한겨레21), 시사월간지 4개(신동아, 월간말, 월간조선, 월간중앙)입니다. 선정 기준은 기사제목 밑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편집자 주>


BEST 10

대피해요 대피…장대비 속 목 쉬어 (조선일보/ 2일/ 정병선, 이자연 기자)

장마로 인한 수해 현장 기사로,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었다. 연천 차탄리 이장들이 목이 쉴 정도로 수해 경고 방송을 하여 인명 피해가 나지 않도록 예방한 일화가 기사의 주된 내용이다. "이장님 방송을 안했으면"이라는 중간 제목의 마을 주민의 인터뷰 기사는 인간미 넘치는 훈훈한 내용으로 독자의 눈길을 끈다. 수해의 아픔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한심한 경찰, 멍드는 민생 (국민일보/ 17일/ 이동희 기자 외 사건팀)

민생 치안 관리의 허점을 짚은 기사로 31개 경찰서를 24시간 밀착 취재하여 발로 뛰어 얻어낸 실증적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 높이 살 만하다. '112' 도난신고의 절반을 '피해없음'이나 '오인 신고'로 처리하는 경찰의 잘못을 지적하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확보하는 등 성의있는 취재 태도가 엿보인다.


케네디 신화 똑바로 보라 (한겨레21/ 8월 5일자/ 재미 언론인 김민웅)

케네디 2세의 사망에 즈음하여 미국인들의 케네디 가문에 대한 사랑을 다른 시각으로 짚어 주었다. 미국인들에게 케네디 신화는 "왕실 없는 미국인의 문화적 컴플렉스"이며, "명문가를 둘러싼 일체의 움직임이 대중들의 상류층에 대한 선망 의식과 결합하여 고급 문화상품으로 변한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대통령 재직 당시 정치적 과오와 미국의 금권주의 정치의 한계에 대하여 날카롭게 비판했다.


유시민의 세상 읽기-국가보안법의 긴 그림자 (동아일보/ 24일/ 시사평론가 유시민)

유시민이 전격적으로 칼럼을 연재하는 것만으로도 보수언론으로 각인된 동아일보의 발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국가 보안법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과 공격적 어조가 눈에 띈다. "국가보안법은 '행위 당사자의 생각과 의도'가 중요하니까. 여기서 행위 당사자란 국가 보안법 위반 피의자가 아니고 칼자루를 쥔 검찰이다" "불고지죄의 목적지는 자기의 안전을 위해서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게 만드는 사회다" 등의 내용은 유시민 특유의 독설이 돋보이는 구절이다.


제대로 된 개고기 좀 먹읍시다 (월간 말/ 8월호/ 구영식 기자)

시사지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소재를 기자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흥미롭게 쓴 기사다. 개고기로 병을 치료한 사람, 개고기 시세, 밀도축장에서 개를 도축하는 방법 등을 자세하게 묘사한 점이 특이하다. "…얼치기(똥개와 도사견을 교배시킨 잡종으로 35근 이상 50근 이하)는 5마리…", "주인은 개고기를 팔각으로 쳤다. 머리, 목, 앞다리(2), 뒷다리(2), 몸통(2)으로 쳐서 8등분…" 등 시사 잡지의 금기를 깬 묘사가 돋보인다. 개 도살을 법제화하지 않아서 생기는 부작용을 결론으로 다루어 기사에 힘을 실어준 점을 높이 살 만하다.


추억 울리며 달려온 문명과 애환의 바퀴 (시사저널/ 8월 20일자/ 이순동 기자)

우리나라 기차 개통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기사로, 참신한 아이디어, 철저한 자료조사, 풍부한 문학적 인용이 돋보인다. 일상적인 소재를 시대 흐름에 따라 쓴 글에서 흔히 나타나는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에피소드와 문학 작품에 등장한 기차 이야기를 중심으로 엮었다. 기차가 처음 등장할 당시 대중의 반응을 최남선의 <경부철도가>를 인용하여 서술하고, 이광수의 <무정>, 염상섭의 <만세전> 등의 작품을 통해 기차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짚어 주었다. 그 밖에도 이시영, 신경림, 안도현 등의 시를 인용하여 기차의 역사를 민중의 정서과 관련짓는 등 보도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문학적 글쓰기'다.
 

국민회의 광주서 회초리 맞다 (한겨레21/ 8월 19일자/ 박창식 기자)

광주 시민 단체들의 반대로 김대중 대통령의 조카 김관선씨가 지구당 공천을 받지 못한 사건의 배경과 영향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일의 배경, 추이, 민심, 여론 조사, 해결과 전망을 쉽고 간결한 문체로 설명한 점이 탁월하다. "광주, 전남의 경우 공천은 당선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지역구 관리나 민심 파악보다는 공천권을 가진 사람에게 잘 보이기 경쟁에만 몰두해 왔다"는 광주 경실련 성명서를 통해 기자의 목소리를 대신하고 있다. 무엇보다 집권당이 조용히 묻어두길 바라는 사건을 끄집어내 준 점이 높이 살 만하다. 광주를 "부패한 지방 정치의 표본 지역"이라고 표현한 대목은 금기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몸 이야기 "코"-청정 공기 공급하는 에어필터(동아일보/ 20일/ 이나연, 이성주 기자)

건강 관련 섹션 '굿모닝닥터'에 실린 기사로 '코'에 관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성의있게 제공했다. 코의 구조와 역할, 건강법, 코 질환과 치료, 코피 멈추는 법 등을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흥미롭게 전달했다. 짜임새 있는 지면 구성과 명료한 설명으로 읽기 쉬운 점이 돋보인다. <아시나요>코너에는 코와 관련된 영어 구문의 유래와 쓰임까지 다루었다. 재미와 정보를 한번에 얻을 수 있는 톡톡 튀는 기사다. 


왕따 당한 여성장관들 항변 (신동아/ 8월호/ 김현미 기자)

손숙 전 환경부 장관의 사퇴를 계기로 또다시 불거져 나온 여성 장관들의 자질 시비나 단명론에 대해 여성 장관들의 '항변'을 뒤틀리지 않은 시각으로 다루었다. 여성 장관이 구설수에 자주 오르는 것을 "편파적이고 남성중심적 언론 보도의 희생양"으로 지적하고, 장관의 자질에 대해서도 '전문성'이 아니라 '정치적 백그라운드'가 중요하다는 점을 들어 손숙 전 장관의 자질 시비를 일축하기도 했다. 여성 장관에 대한 해당 부처 공무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어 여성 장관들의 항변을 뼈있는 말로 만들어준 점 또한 두드러진다.


재벌개혁이 좌경이라니 (경향신문/ 19일/ 김상조 한성대 교수)

"재벌개혁은...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이에 대한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 재벌 총수의 초법적 지배력을 규제 하자는 것이다"  "기업의 해체가 아니라 무능한 재벌 총수의 지배력 해체를 말한다."  이러한  문구가 실렸다는 것 자체로도 경향신문은 칭찬받을만 하다.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  대기업에서 독립한 언론사를 비롯해 대부분 보수 언론이 "재벌 개혁"을 놓고 "재벌 해체",  "좌경"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난에 열을 올린 것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한화 그룹과 결별 후 독립 언론으로 거듭나려는 경향신문의 노력이 돋보인다.

WORST 10

청문회 여장 거구 "앙드레 김… 아니 김봉남 입니다" (조선일보/ 25일/ 홍석준 기자)

청문회의 질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선정적 제목의 가십성 기사다.  "구파발이 고향인 김봉남씨… 앙드레 김이라는 세련된 이름이 부조화를 일으킨 탓인지 좌중에 폭소가 터졌고…" "짙은 화장으로 눈길… 체구는… 연정희씨 2배 이상으로 장대했다. 그러나 목소리는 콧소리가 약간 섞인 여자 목소리"등 인신 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사회 저명 인사에 대해 "디~자인, 이브닝 드레~스, 패~션 식으로 외래어 발음을 유별나게 하는 그를 거칠게 다뤘다"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ASIANS OF THE CENTURY (TIME/ 8월 23일자/ Donald Gregg)

지난 100년간의 아시아 역사를 주요 인물 중심으로 되돌아 보는 기획 특집 기사로 우리나라 '대표'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실렸다. 기획 의도는 훌륭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편파적 시각을 가지고 쓴 글이다. 한국 내 여론을 무시한 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적 업적 찬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높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이름 있는 언론의 무성의한 취재가 아쉽다."South Korea is full of monuments to Park Chung Hee (한국은 박정희에 대한 기념물들로 가득차 있다)… All are reminders of the man who… made South Korea what it is today in economic terms."(모든 것들은 한국의 경제를 오늘날처럼 만든 이를 상기시키는 것이다.) 등의 표현은 4년간이나 한국에서 근무한 관리의 기고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김대통령 8.15 선언 (대한매일/ 16일/ 이상일 기자 외 다수)

북한의 1월 1일자 '로동신문'은 김정일의 '신년사'로 지면을 꽉 채운다. 8월 16일자 대한매일은 김대중 대통령의 8.15 경축사 관련 기사로 도배를 했다. "김대통령 8.15 선언-개혁 정의의 청사진" 을 비롯해, "반 부패 특위 구성과 역할", "대북 정책 구상", "재벌개혁 고삐죄기"등 <김대통령 '새 천년'의 비전>이라는 큰 제목 아래 실린 기사만도 7개. 그 밖에 8.15 경축사 전문을 게재하고, 8.15 경축사가 만들어지기까지 김대통령이 지난달 말 여름 휴가부터 심혈을 기울여 경축사를 준비해왔으며 보좌관들은 타이핑만 했을 정도로 김대통령의 독자적이고 창조적인 발상이라는 기사까지 실었다. 게다가 대한매일측에서 백경남 동국대 사회과학대학장, 안석교 한양대 교수, 서경석 시민 단체협의회 사무총장등을 '모셔'놓고 8.15경축사 분석 전문가 좌담을 개최해 특집으로 실어주기까지 했다. 좌담회 기사의 총론 첫머리는 이렇다. "이번 경축사에서는 지난 100년을 회고하고 새 천년을 국민과 함께 모색하는 방법이 제시됐습니다."  대한매일은 대통령 홍보지인가? '로동신문'이 김정일 홍보지인 것처럼.
 


'공짜 단말기'  미끼 또 '마구잡이 콜' (문화일보/ 6일/ 김강호 기자)

이 알 수 없는 제목의 기사는 휴대 전화 시장의 과열로 인해 각 회사들이 손해를 보면서도 단말기 가격을 경쟁적으로 내린다는 내용이다.  공짜 단말기 가격구조, 휴대 전화 유통 구조 등에 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미 알려진 내용에서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게다가  "문제점 및 대책"이라는 중간 제목이 붙은 단락에 제시된 '대책'은 이렇다 . "단말기 보조금의 폐해는 5개 사업자가 이전투구식 경쟁을 벌이는 현재 상황에서는 해결 방법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동아일보 19일자 기사 "휴대전화 깜짝 서비스 안되는게 없어요"  한겨레21의 "손바닥에 놓은 지구촌 정보"도 마찬가지. 요즘 언론의 휴대폰 관련 기사는 수박 겉핥기 식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퇴임 후 최초 인터뷰 (월간 중앙/ 8월호/ 송진혁 논설주간, 김교준 기자)

단독 인터뷰를 따낸 기쁨에 국민이 원하는 속시원한 대답을 이끌어 내는 데 실패한 기사다. 오히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변명과 근거 없는 주장을 옹호한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나(김영삼 전 대통령)는 47년간 자유와 진실을 위해 싸워온 사람입니다"로 시작하여 끝까지 자기 옹호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 때마다 뼈있는 질문을 해주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김포공항에서 페인트 세례를 받은 사건을 김대중 대통령이 꾸민 '테러'라고 주장할 때나, "김대중씨가  IMF가 오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겁니다"라고 책임 회피를 할 때 기자가 국민 감정을 생각했더라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 아닐런지.


오프 더 레코드 (중앙일보/ 8월 3일부터 연재 중/ 이동원)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시리즈 중 하나로,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핵심 측근이었던 이동원씨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기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 직전부터 시작하여 집권 후 정치적 외교적 결정을 내리는데 필자 자신이 얼마나 많은 조언을 했는지, 자신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얼마나 두터웠는지 온 더 레코드(On the record) 하고 있다. 라이벌 조선일보의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다분히 의식하고 싣는 연재 치고는 신분과시가 너무 많다.                                
 


아내는 쇼핑중독...가계 괜찮을까 (동아일보/ 16일/ 이승재 기자)

뚱뚱하고 탐욕스러운 아내가 사치품을 집어 삼키고 있는 동안 비쩍 마른 남편은 코피를 흘리는 그림이 커다랗게 그려진 경제 기사다. "우리집 파산 감지법"은 아내의 소비심리지수와 소비행태지수를 체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남편들은 "위험지수 산출법"에 맞추어 소비병에 걸린 아내를 치료해야 한다. "치료 불가능이 판단되면 새출발 각오를 하라"고 충고까지 한다. 가정 경제를 파탄내는 원흉은 언제나 아내였던 것일까? 

 

남편아 일어서라 (한국일보/ 4일/ 김호섭 기자)

밀실 속 고민을 햇볕이 내리쬐는 광장에 내놓는 것도 좋지만 지나친 선정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기사다. "비아그라는 성행위 1시간 전에 복용해야 하며 30분에서 4시간 후 성적 충동이 느껴지면…"   "뮤즈는 소변을  본 뒤 기구를 귀두 속 삽입선까지 넣고 버튼을 누른 후 5초 정도 지난 뒤 빼면 된다" 등 필요 이상으로 세밀한 정보를 제공했다. 제품의 제조 회사명을 밝히며 한 지면을 가득 할애해 마치 제약 회사 광고같은 느낌을 주었다.
 

진화론 멸종, 믿음으로 도덕성 회복 (국민일보/ 13일/ 김병철 기자)

13일자 일간지 중 유독 국민 일보에만 대서특필된 기사다. 미국 캔사스 주  교육 위원회가 앞으로 고등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기사를 1면에 배치하여 국민일보가 기독교 단체에서 펴내는 신문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캔사스 주 고등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지 않으면 진화론이 멸종되는 것이었던가?


옷로비 청문회 (세계일보/ 25일/ 황용호 기자)

조악한 편집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기사다. '강낭콩체'로 쓰여진  "지가 얼마나 잘났으면" 이라는 문구와 원 중앙에 배치된 여성의 입술은 어이가 없을 정도다. 세계일보가 열악한 재정 상태에서 악전고투하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조잡한 디자인은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하다.

                                   

                    
                                                                                                         김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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