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씨(24)는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을 나흘 앞두고 자료해석 과목에 집중하기로 했다. 1차 시험은 2월 29일 치를 예정이었다.

핸드폰을 열람실 밖의 사물함에 넣어두고 문제를 풀었다. 잠깐 나왔다가 핸드폰을 꺼냈는데 인사혁신처의 문자가 보였다.

“2020년도 국가공무원 5급 공개경쟁채용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 제1차 시험일정 연기를 다음과 같이 안내합니다.”

열람실에서 공부하던 수험생이 혼란스러워 했다. 일부는 부모에게 연락했다. 대부분 몇 시간 되지 않아 짐을 싸서 돌아갔다.

인사혁신처는 1차 시험을 나흘 앞둔 25일, 5급 공개경쟁채용(행정고시)과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을 4월 이후로 연기했다.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다.

▲ 인사혁신처의 시험연기 안내문

행정고시와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이 연기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험생은 코로나19로 인해 시험이 연기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김민재 씨(23)는 시험을 예정대로 치른다는 인사혁신처 문자를 2월 20일에 받았기에 황당한 느낌이 들었다. “시험 연기가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수험생의 혼선을 고려한다면 최소한 1주일 전에는 공지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을 준비하는 한지영 씨(23)도 마찬가지였다. 시험이 연기될지 모른다는 말이 돌았지만 1주일 전 고사장이 발표됐다. 입실인원을 15명으로 제한하고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방안도 나와서 시험을 볼 줄 알았다.

한 씨는 “연기 발표 하루 전에 친구가 인사혁신처에 문의했는데 연기가 안 될 거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한다.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된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어서 그대로 강행하나보다 싶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시험을 보고 다시 신림동 학원으로 돌아와 2차 시험을 공부할 친구들을 생각해서라도 연기가 옳았다.”

앞으로의 시험일정이 불투명한 점은 수험생에게 부담이다. 1차와 2차 시험을 동시에 준비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행정고시와 외교관후보자선발 1차시험은 PSAT이라는 객관식 시험이다. 2차 시험은 논술형 시험이다. 1차는 2월 말, 2차는 6월 말이다. 수험생 대부분은 1차 시험을 보고 4개월 동안 2차 시험을 준비한다.

1차 시험이 연기됨에 따라 2차 시험까지 연기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2차 시험을 예정대로 6월에 치른다면 두 가지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한 씨는 “PSAT만 하기에는 2차 시험이 언제 실시될지 모르고, 그렇다고 2차 시험만 공부하기에는 PSAT 실력이 떨어질까봐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 열람실 단축운영을 알리는 공고문

평소 공부하던 곳이 단축운영을 하는 점도 문제다. 김유진 씨(24)가 지내는 학교 열람실은 단축운영으로 오후 5시 30분까지만 연다.

김 씨는 저녁에 공부하려면 카페라도 가야하는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카페가 더 위험할지 몰라서 걱정한다. 열람실에는 집과 학교를 오가는 학생이 대부분이지만 카페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기 때문이다.

김민재 씨는 학교 행정고시동에서 공부한다. 아직 폐쇄되지 않았지만 120명이 생활하는 공간이라서 불안감을 느낀다.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오면 모두 자가격리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수험생 대부분은 각오를 다졌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지영 씨)
“나만 지장이 생기는 건 아니니까, 애써 이겨내려고 한다.” (김민재 씨)
“아쉽고 허무하지만 제 부족함을 보충할 기회로 삼겠다.” (김유진 씨)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