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백수가 더 무섭다.” 취업준비생 양현주 씨(25)는 이 말에 공감한다. 바이러스로 인해 건강을 잃는 일보다 공부계획이 틀어지는 일이 더 두렵다는 얘기다.

취준생 일상은 크게 세 가지다. 혼자 공부하기, 다른 취준생과 같이 스터디 하기. 책 읽기.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도서관이나 스터디룸 같은 다중이용시설이 폐쇄되고 모임을 자제하면서 취준생이 불편을 겪는 중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다중이용시설과 집단행사 대응지침을 2월 26일 발표했다. 내부청소와 소독을 강화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내용. 다수가 밀집하는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라는 권고도 있다. 취준생이 영향을 받게 된다.

중앙대는 언론인 지망생을 위해 외국인 기숙사의 한 층에 공간을 마련했다. 양 씨는 이곳에서 하루 12~13시간 머물며 공부했는데 당분간 이용하기 힘들다는 연락을 받았다.

“학교요구로 3월 15일까지 약 2주간 고시반 열람실이 폐쇄될 예정입니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황스럽겠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진행되니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조교가 보낸 메시지에 양 씨의 고민이 시작됐다.

▲ 중앙대 언론시험준비반 건물의 코로나19 공지

카페를 떠올렸지만 커피 값이 부담이다. 그는 “민폐 카공족이 되지 않으려면 3~4시간마다 음료를 시켜야 하는 걸로 안다”고 했다. 카공족은 카페에 오래 앉아 공부하는 고객을 뜻한다.

민폐 고객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하루에 음료 3잔을 시켜야 한다. 가장 저렴한 아메리카노를 시켜도 3잔이면 1만 원이 넘는다. 양 씨는 집에서 공부하기로 했는데 다른 학생과 같이 하는 스터디 장소는 어떻게 고를지 걱정이다.

오영은 기자는 1주일에 한두 번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한다. 독서실 형이라 대화가 불가능해서 일반 카페보다는 비말 감염의 불안감이 덜하다. 이곳에 얼마 전부터 손 소독제와 소독수가 비치됐다. 

스터디 카페 블로그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는 공지가 2월 23일 올라왔다. 소독을 한다지만 오 기자는 집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마스크를 끼면 답답하고 다중이 모이는 공간이 불안해서다.

최주연 씨(25)가 참여하는 독서 스터디도 온라인에서 한다. “말을 하면서 기억하는 편인데 그럴 수 없어서 자료 준비한 걸 이해하는 정도밖에 안 됐다.”

스터디 내용도 바뀌었다. 최 씨의 스터디에서는 1주일에 책 1권을 읽고 토론했다. 2주 전부터는 책 대신 기사를 본다. 공공도서관이 문을 닫아 책을 빌릴 수 없어서다.

▲ 관악구 숯고을작은도서관의 휴관 공지

서울시 모든 구립 도서관과 서울교육청 산하 도서관은 별도 안내가 있을 때까지 휴관하기로 결정했다.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서울도서관도 마찬가지. 공공도서관은 무인 서비스 외에 대출, 행사, 프로그램, 문화강좌 등 서비스 대부분을 중단했다.

오 기자가 사는 관악구에서는 36개 구립도서관이 휴관한다. 관악구청 도서관팀 이영숙 팀장은 “문화체육시설을 잠정 휴관하자는 구 차원의 결정에 따라 도서관도 휴관하게 됐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휴관할지는 결정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김윤정 기자는 주말마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2월 29일 찾은 중앙대 도서관은 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출입구에는 ‘마스크 미착용 시 건물 출입 불가’를 알리는 안내문과 손 소독제를 놓은 테이블이 생겼다. 대출실 도서검색대에도 손 소독제와 소형 안내문이 보였다.

▲ 도서관의 책 소독기

김 기자는 책을 대출하고 소독기에 돌렸다. 다른 이용자의 손때가 묻은 책을 읽기 찝찝했기 때문이다. 입학 이래 처음이다.
 
취재팀이 조사했더니 건국대 경희대 성균관대 한국외대는 전체 휴실을 공지했다.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는 운영시간을 줄이고 부분 휴실을 결정했다. 정홍진 중앙대 학술정보팀 주임은 “이용자 밀도가 높아지면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크다”고 휴관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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