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보공개포털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정부가 결재한 문서, 국민에게 원문 그대로 공개합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국정신뢰도를 높이겠다며 행정안전부가 운영한다.

기자는 지난해 10월 29일과 11월 15~17일, 중앙행정기관 1곳의 원문정보 공개문서를 모두 조사했다. 대상은 경찰청의 2018년 문서 2863건이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19년 ‘정보공개 종합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중앙행정기관 중 하나다. 원문정보공개 충실성 점수 10점 만점에 9.8점 이상이었다.

행안부 정보공개정책과 고준석 사무관에 따르면 충실성은 “문서를 마우스로 선택했을 때 이상 없이 열리고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는 등 공개하려는 정보를 충실히 담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 경찰청 원문정보 게시물(왼쪽) 버튼을 누르면 ‘열람 불가’로 나온다.

기자가 확인했더니 ‘공개 또는 부분 공개’된다던 게시물 2863건 중 39.2%(1121건)가 열람할 수 없는 상태였다. 버튼을 누르면 ‘해당 기관 사정으로 열람이 불가능’하니 경찰청으로 공개청구를 하거나 문의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경찰청뿐이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2일과 9일,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원문정보공개 문서 88건을 모두 조사했다. 공사 역시 정보공개 종합평가에서 준정부기관 가운데 최우수등급(8.1점 이상)을 받았다.

조사했더니 원문공개 게시물에서 31.8%(28건)이 열람불가 상태였다. 언론에 이미 공개된 보도자료 원문 7건도 열람불가였다. 모두 공사의 홈페이지 보도자료 게시판에 있는 내용이다.

▲ 한국무역보험공사는 보도자료를 비공개로 처리했다.

원문공개는 결재문서(본문과 첨부자료)를 번거로운 청구절차 없이 열람하도록 만든 제도다.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여덟 번째 국정과제로 소개할 정도로 중시하는 정책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는 “정보공개는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민주적 장치이자 부패와 비리를 막는 청렴의 도구”라며 “가장 기본적인 ‘살 권리’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살 권리’와 직결된 예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언급했다. 당시 일본 총리였던 간 나오토의 회고에 따르면 원전을 관리하던 도쿄 전력은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총리가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기자는 지난해 10월 25일, 한국무역보험공사 정보공개 담당팀에 전화를 걸어 문서가 왜 비공개 처리됐는지를 물었다. 담당팀 대리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된 건지 저도 모르겠다”며 “파악해 봐야 될 것 같아서 (문제를) 보고 전화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나흘 뒤인 10월 29일, 공사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정보공개를 담당하는 성과평가팀 이상윤 차장은 “시스템적인 문제가 있어서 어제 IT쪽에 연락해서 보완했다”고 밝혔다. 기자의 문제제기 하루 만에 개선했다는 말이다.

기자가 공사의 원문공개 게시물을 다시 확인했다. 10월 초에 조사 할 때는 열람불가였던 자료가 모두 열람가능 상태로 바뀌었다.

경찰청은 어떨까. 기자는 11월 7일, 제공기관에 문의하라는 경고창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처음 연결된 경찰청 직원을 시작으로 경찰청의 정보공개 담당 경위, 서울경찰청의 정보공개 담당 경사, 문서 작성자인 서울경찰청 행정관은 모두 모른다고 했다.

행정안전부 정보공개정책과의 박성현 주무관은 “특정 건을 정해주면 확인해 달라고 요청 할 수 있다”며 “정보공개시스템 헬프데스크(1588-2572)를 이용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헬프데스크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기관이 올린 정보가 포털에 올라오므로 “(경고창에 기재된) 해당 기관에 문의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 정부 정보공개포털의 한국무역보험공사 원문 공개 게시물. 보도 자료인데도 비공개로 처리돼 있다.
▲ 열람불가 원인에 대한 설명

더불어민주당의 이재정 의원은 “원문정보 대상 자료조차 열람 불가한 것은 정보공개제도의 부끄러운 현 주소”라며 “벌칙대상에 대한 준거조항과 처벌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12월 정보공개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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