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 여러분을 축하합니다, 선창을 하면 여러분들께서 저널리즘하고 큰 소리로 후창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한국기자상 시상식(2월 20일)을 마무리하는 순서가 되자 이렇게 건배사를 제안했다. 시대에 상관없이 한국기자상을 관통하는 단어가 저널리즘이라는 이유에서다.

행사는 수상작 소개, 트로피 전달, 사진촬영, 소감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수상자 대부분은 취재보도과정의 노력과 소회를 밝히면서 동료에 공을 돌리고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다음은 소감.

▲ 수상자와 가족이 시상식장에서 이야기하는 모습

조동찬 SBS 기자(취재보도)
드러나지 않은 과학자분들의 공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제보를 줬다. 국제적인 사례를 다룬 정보를 일일이 설명해주시고 내용을 기사에 제대로 썼는지 확인해주셨다. 좋은 보도로 상을 받았으면 환하게 웃을 수 있었을 텐데 인보사를 사용했던 환자들, 회사에 투자했던 모든 분, 회사 등 여전히 피해자가 남아있는 보도라 조심스럽다. 그래도 큰 상을 주셨으니까 가문의 큰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기뻐하며 살겠다.

황성호 동아일보 기자(취재보도)
인사검증 취재는 이제 고위 공직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우리 사회의 도덕률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저희 기사가 상을 받게 된 것 역시 우리 사회의 공정이라는 가치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갈등이 훌륭한 교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취재를 하면서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조진형 한국경제신문 기자(경제보도)
증권부 기자들도 제가 쓴 기사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다. 펀드가 너무 복잡하고 모든 경우의 수가 융합된 케이스라 자본주의 역사상 보기 어려운 사례였다. 앞으로도 보기 어려운 사례일 것 같다. 최근 금감원 조사결과가 발표됐고 어제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금융시장이 좀 더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또 금융 소비자들을 진정하기 위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하는지를 던져주는 사건이라고도 볼 수 있다.

권지담 한겨레신문 기자(기획보도)
딱 이맘때쯤 두 달간의 구직활동을 거쳐서 요양원에 취업했다. 실제로 요양보호사로 요양원에 들어가 일해 보니, 그곳에 누워서 일생을 마감해야 하는 노인과 그들을 돌봐야 하는 중년 여성 요양보호사들은 누구도 존엄한 삶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저의 현재, 그리고 곧 다가올 미래가 보였다. 그때부터 저에겐 이 일이, 일이 아니라 인생이자 미래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이 문제는 앞으로 시작인 것 같다. 앞으로 더 관심 갖고 지켜보겠다.

황경상 경향신문 기자(기획보도)
기획을 준비하면서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됐다. 안전하게 일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많은 분이 퇴근하실 수 없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는 1면 기사 제목처럼 어디선가 또 귀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스럽다. 결국에는 비용보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더 많은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꾸준히 아카이브를 업데이트하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두겠다.

이세중 KBS 기자(기획보도)
밀정 아이템으로 취재할 때 희소성에 큰 매력을 느꼈다. 관련 연구나 보도가 거의 없었다. 소재가 주는 서스펜스적인 부분으로 다큐멘터리를 잘 만든다면 젊은 층에도 관심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워낙 파급력 있는 뉴스가 많다 보니 “이 보도가 관심을 끌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시청자분들께서 많은 호평을 보내주시고 공영방송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 해주셨다. 공영방송 기자로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김화영 국제신문 기자(지역기획보도)
한국사 4대 항쟁 중에 국가기념일에 지정되지 않은 항쟁이 부마밖에 없었다. 제일 핵심은 경찰 진술조서 위주인 부마항쟁 보고서를 일반인들,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목소리로 짚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지역신문에 누가 제보를 할까 했었는데 당시 학생이었던, 지금 서울에 있는 구청장도 연락이 왔었고 국회의원 비서, 진압경찰 등 많은 사람에게서 제보가 왔다. ‘아직 신문이 살아있구나’ ‘종이가 아깝지 않도록 더 열심히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찬유 한국일보 기자(조계창 국제보도상)
취재하면서 상당히 힘들었고 울기도 했고 많은 분께 오해도 받고 두 달 가까이 하다 보니 지치기도 했다. 다행히 결국에는 4419명에게 비록 적은 돈이지만 체불임금을 돌려줬다는 점이 너무나 감사하고 기쁜 일이었다. 덕분에 취재하며 어려웠던 모든 것들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 상 수상 취지에 맞게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특별히 파견된 인원’이라는 특파원의 자세로 열심히 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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