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잡지를 읽을 때 제게는 특이한 버릇이 있습니다. 뒤에서부터 읽는 것이죠. 오른손으로 책을 받치고 왼손으로 책장을 넘깁니다. 그렇다고 일본식 세로쓰기 책이 편한 것도 결코 아닙니다. 예전에 조선일보가 세로쓰기를 할 때는 오히려 그 반대로 읽었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책을 읽다 보니 항상 표지의 굵직한 문안보다는 목차에 작게 새겨진 글들을 먼저 읽게 됩니다. 나중에 읽는 글들은 대충 읽어 넘기기가 일수죠. 특히 시사잡지들을 읽고 난 후에는 정치 기사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문화 이야기만 머릿속에 맴돕니다. 이런 걸 거창하게 말해 정치 냉소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샘터」를 읽을 때를 생각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앞 쪽의 유명 시인의 글보다는 뒤쪽의 독자 편지에 먼저 눈이 가니까요.

저의 이런 독특한 버릇에 동조하는 분이 많을 겁니다. 매일 똑같고 짜증나는 정치 기사 보다는 사람 냄새 풍기는 문화 기사, 사회 기사가 더 재미있으니까요. 시사 잡지라 하면 무조건 정치 기사를 가장 크게, 앞 쪽에 다루어야 한다는 공식이라도 있는 걸까요? 시사(時事)가 반드시 정치 이야기, 유명인 이야기는 아닐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저의 이런 불만은 투정으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나 경제 기사 보다는 사회·문화적인 기사가 더 많은 DEW에게 '시사 웹진'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시사적'으로 보이기 위해 아깝지만 열심히 취재하고 쓴 문화 기사는 오른편에 한 줄로 들어가고, 정치와 관련된 글은 왼쪽에 크게 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 기사를 탑으로 놓고, 정치 기사를 구석에 한 줄로 넣는 '파격'은 아직 우리의 의식 수준에 받아들여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독자들에게 그걸 강요할 수도 없구요.

방법은 하나입니다. 정치 기사, 경제 기사를 좀더 사람 냄새 나게 쓰자는 것입니다. 어려운 한자어를 잔뜩 끼워다 넣고, 매일 똑같은 인물의 똑같은 행태를 쓰기 보다는 새로운 인물의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 정치인 중에 김씨, 이씨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요. 말싸움이나 하고 놀고 먹는 국회의원 보다는 열심히 연구하고 조사하는 국회의원도 많다는 사실을 왜 국민들에게 숨겨야 할까요? 정치 이야기 중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얘기 보다는 미소를 띄게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을 텐데 말입니다.

DEW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낯설겠지만 새로운 시각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펼쳐 가고 싶습니다. 앞에서부터 읽는 제대로 된 잡지를 보고 싶습니다.

박내선 기자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