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모 씨(25)는 얼마 전,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맺었다. 이후 몸이 간지러워 산부인과를 찾았더니 임질 판정이 나왔다. 그는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적이 없어서 남자친구를 의심했다.

남자친구는 눈에 드러나는 증상이 없다며 성병에 감염된 사실을 부인했다. 지 씨는 남자친구가 다른 여성을 동시에 만난다는 걸 알고 헤어졌지만 성병의 고통을 혼자 견뎠다.

남성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성병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 성병 감염자를 성별로 보면 알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매개감염병 관리지침에 따르면 2016년 성병 감염자 중 남성은 1만 1040명, 여성은 1만 3483명이다.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두 가지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남성의 성병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프라우드 비뇨기과의원의 이지용 전문의에 따르면 성병에 걸렸을 때 남성보다 여성의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남성의 요로 길이가 여성보다 길기 때문이다.

요로가 길면 주변 장기가 비교적 멀리 있어 증상이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간헐적으로 통증이 생겨도 남성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므로 통계가 실제보다 적을 수 있다.

▲ 비뇨기과 대기실

두 번째는 비뇨기과 방문을 남성이 꺼린다는 점이다. 비뇨기과 위기를 다룬 국회 토론회 자료집(2014년)에 따르면 성 클리닉, 성기확대 치료 등 선정적인 광고로 비뇨기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병원경영실태조사’ 자료를 보니 비뇨기과 의사는 100병상 당 0.4명으로 산부인과의 절반이다. 이미지가 부정적이고 숫자마저 적으니 남성이 비뇨기과를 찾아가 성병검사를 받는데 제약이 있다는 얘기다.

김 모 씨(24)는 남자친구 외에 성관계를 가진 남성이 없었다. 어느 날, 클라미디아라는 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성행위를 했던 상대방도 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비뇨기과 방문을 권했지만 남자친구는 자기를 의심하지 말라며 가기 싫다고 했다.

성병검사를 제때 하지 않으면 몸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윤 모 씨(25)는 여성과 성관계 후 요도에 통증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통증이 계속되자 병원을 갔다가 요도염에 이은 합병증으로 방광염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전립선염이나 요도협착 등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연세에스비뇨의학과의원 변상권 원장은 성병을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주변 장기나 성 기능, 생식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성병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성병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남성의 신체구조가 균을 직접 전달하므로 성관계를 맺으면 성병이 계속 퍼져나간다. 성병검사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필요한 이유다.

이동훈 씨(24)는 주기적으로 성병검사를 받는다. 전에는 성병에 걸린 사람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 몸을 지키는 첫 단추라는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지 씨는 성병에 걸렸을 때의 고통을 잊을 수 없다.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이 컸다고 말한다. 남자친구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치료를 받으며 외로움을 느꼈다.

그는 가벼운 질염 증상이 나타나면 성병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부터 한다. 자신에게 성병을 옮겼던 전 남자친구는 여전히 성병검사를 받지 않고 다른 여성을 만난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