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2회에 걸쳐 불법촬영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 씨는 재작년 8월부터 작년 5월까지 116회에 걸쳐 114명의 하체를 동영상으로 불법촬영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왜 동일한 처벌을 받았을까.

대법원은 범죄유형별로 선고할 형량의 범위를 양형기준으로 정했다.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형량 차이가 지나치게 크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문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14조(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와 관련해 양형기준이 없다는 점. 대학생 박소영 씨(23)는 “범죄에 대한 처벌의 유동성이 너무 크다”며 처벌에 관대한 현실에 불만을 나타냈다.

▲ 피고인 A, B의 판결문(출처=대법원)

특례법은 재작년 12월 개정됐다. 전에는 촬영과 유포의 범죄를 저지르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했다. 개정 이후에는 불법촬영에만 해당해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어떻게 달라졌을까. 대법원 자료를 보면 집행유예와 재산형이 가장 많다. 법이 개정됐어도 실질적으로는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판결통계(출처=대법원)

법무법인 이공의 김선휴 변호사는 “법정형을 높이는 법 개정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적정한 형이 선고되려면 양형기준을 잘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형기준의 도입효과는 2016년 형사정책연구 논문(양형기준제도가 양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양형기준제 시행 이후 성범죄 선고형량이 높아지며 법원 간 편차가 크게 줄었다.

양형기준을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넓은 범위의 처벌 기준보다 불법촬영죄를 어떻게 처벌할지, 유형에 따라서 얼마큼 처벌할지를 촘촘히 명시한 양형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피해자의 고통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에게 유리한 양형 인자를 설정하고, 기준을 낮게 정하는 일은 문제다. 불법촬영물로 인해 피해자 생활이 완전히 바뀔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불법 촬영과 관련된 양형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양형 인자를 어떻게 설정할지를 토의해서 올해 5, 6월경 최종 결정하고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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