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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혜 <78> 화정평화재단 월례강좌
김윤정‧백승연 기자 | 승인 2020.02.02 17:07

 

주최=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주제=북한의 핵 보유와 한반도 신냉전
일시=2020년 1월 20일 월요일 오후 2시30분~4시
장소=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
강연=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전 인천대 총장)
질의=황일도(국립외교원 교수) 신석호(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장)

북한 핵은 대한민국의 생사가 달린 문제다.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전 인천대 총장)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1월 20일 ‘북한의 핵 보유와 한반도 신냉전’을 주제로 개최한 제30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김 교수는 북한 핵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정부가 통일에 대한 낭만과 이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핵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국가와 공산주의 국가 사이에 어떤 갈등과 전쟁, 대화가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북핵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해법을 고민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 김학준 석좌교수의 강연모습(출처=화정평화재단)

서방세계에서는 소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에 대한 중대한 논쟁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류사상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소련을 ‘불한당 집단’이라 여기고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았다. 조지 케넌은 라트비아의 리가 주재 미국 공사관에 근무할 당시, 소련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봉쇄해 안에서부터 무너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봉쇄정책을 옹호하는 그룹을 ‘리가학파’라고 부른다.

반대 사조도 등장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소련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받아들여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유화정책을 펼쳤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앞두고 소련 얄타에서 회담을 가졌다.

이렇게 소련에 대한 유화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얄타학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미국의 대외정책은 리가학파적 발상과 얄타학파적 발상이 교차하며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얄타학파처럼 변화를 믿는 이들에게 일격을 가한 일이 발생했다. 소련이 1957년 세계 최초로 우주에 인공위성을 띄우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서방세계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소련은 대화나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무너뜨려야 하는 존재라는 리가학파가 다시 힘을 얻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 부르며 군사력 증강에 나섰다. 미사일 요격과 우주기지 건설을 핵심으로 하는 전략방위구상(SDI)이 대표적이다.

소련은 미국과의 군비경쟁을 감당하지 못해 경제위기를 맞았다. 민생이 파탄에 이르면서 내부 불만이 쌓였고 1975년 ‘헬싱키 프로세스’와 맞물려 붕괴했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유럽안보협력회의가 도출한 합의안이다. 유럽의 현상을 인정하고 서방세계 정보를 공산국가에 유입시키자는 내용. 소련과 동유럽에서 인권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자유화 운동이 일어났다. 김 교수는 “핵무기는 소련붕괴로 쓸모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도 레이건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를 푸는 열쇠는 제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은 성과를 거뒀다. 북한이 올해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게 증거다. 북한 최고 권력자가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사례는 1957년을 제외하고는 없다. 제재의 효과라고 김 교수는 해석했다.

“국제연합(UN)을 통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의 ‘궁중 경제’를 밑동부터 움켜쥐고 있다. 북한 내부불안 요소가 발휘돼 신년사를 발표할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 화정평화재단 월례강좌 행사장(출처=화정평화재단)

북핵은 저지하기 어려운 단계에 도달했다고 김 교수는 판단한다. 핵탄두는 50~70기에 이르며 ICBM에 핵탄두를 장착시킬 수 있게 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해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서부까지 도달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제재만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헬싱키 프로세스나 쿠바 미사일 위기의 교훈을 한반도에 적용하는 건 무리다.

헬싱키 프로세스처럼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한국 정보를 북한에 유입시킬 의지가 한국 정부에겐 없다고 했다. “북한은 인권침해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며 한국에서 흘러오는 정보를 차단한다.” 쿠바 해법도 마찬가지. 북한의 존속을 인정하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편 김 교수는 미중 대결구도인 신(新)냉전과 구(舊)냉전의 차별성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미소 냉전 시기에는 갈등이 군사분야에 집중됐으나 신냉전 시대에는 경제분야도 경쟁대상이다.

과거와 달리 한쪽 진영에만 속할 수 없다는 점도 그렇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에 있지만 경제 분야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깊다”며 “구냉전 시대보다 한국이 운신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김 교수는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초강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두 가지 요인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예측했다. 미국 경제가 이전보다 호황이라는 점, 미중 무역협상을 통해 농산물을 중국에 대량 수출할 수 있어서 농민층의 트럼프 지지가 확고해진 점이 그렇다.

“무난하게 재선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밀리터리 옵션’을 무리해서 진행할 필요가 없다.”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태도가 중요해졌다. 낭만과 이상을 버리고 북한에 대한 압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출범 초기 설계한 대북정책의 청사진을 바꿔야 한다.

“통일을 전제한 대북정책을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진전되지 않도록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김 교수는 북핵 문제를 미북 협상에만 맡기지 말고 한국이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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