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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 (3) 포항 지진 2년
오영은 기자 | 승인 2020.01.27 18:46

 

“아직도 수업을 듣다가 쿵 소리가 나면 대피할 방법을 바로 생각해요. 노트북이랑 휴대폰을 챙겨서 저쪽 문으로 나가면 되겠다고….”

한동대 4학년 조재율 씨(24)의 지진 트라우마는 현재진행형이다. 건물 외벽이 떨어지고 땅이 움직이는 모습을 2년 전에 직접 봤다. 그에게 지진은 막연한 공포심이 아니다. 지진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절대 알지 못할 두려움이라고 말했다.

포항 지진은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경 발생했다. 본진의 규모는 5.4. 국내에서 지진을 1978년부터 관측한 이래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한동대는 지진의 진앙지였던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에 있다. 지진 촉발 원인으로 밝혀진 지열발전소와는 직선 상 1km 내에 있다.

한동대는 지진 이후 학생의 정신건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트라우마 극복 방법을 담은 동영상을 자체 제작하여 배포하고, 상담센터를 운영했다. 학내 의료센터는 트라우마가 심한 학생을 위해 약물치료를 도왔다. 그럼에도 지진 후에 생긴 변화를 여전히 겪는 중이다.

우선 소리와 진동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지진은 흔들림뿐만 아니라 건물이나 땅이 울리는 듯한 크고 낮은 소리를 동반한다. 때문에 흔들림을 느끼거나 울리는 소리를 들으면 지진 당시를 떠올린다. 신체반응도 다시 겪는다.

조재율 씨는 땅의 흔들림이 두려웠지만, 땅이 울리면서 발생한 소리가 더 두렵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지진 이후 ‘쿵’ 소리가 들리면 당시 기억이 떠오르고, 지진이 아닌지 의심하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한동대 졸업생 곽성은 씨(25)는 “심장이 안에서부터 조이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1층에 있는데, 옆으로 큰 차가 지나가면 건물 내부에 진동이 전해진다. 그럴 때마다 곽 씨는 크게 놀란다.

진동과 소리는 기자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다. 작년 3월 서울 강남구의 코엑스를 갔을 때였다. 서점에서 책을 보는데 묵직하고 큰 저음이 들렸다. 그 순간 몸이 굳었다. 심장이 크게 뛰고 지진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나왔다.

신체반응으로 나타나는 트라우마를 치유하는데는 심리 안정화 기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심호흡, 복식호흡, 착지법, 나비포옹법이 있다. 나비 포옹법은 가슴이 두근대거나 괴로운 장면이 떠오르면 자기 몸을 스스로 안아주고 토닥이는 자세를 말한다.

심리 안정화 기법 (출처=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기자는 교내 상담센터에서 심리 안정화 기법에 대해 들었다. 기억에 남는 내용은 현재 감각을 느끼는 방법. 불안한 마음이 들 때, 눈을 감고 현재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라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지금 자신이 안전한 상태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도록 돕는다고 상담사는 설명했다.

이후 기자는 소리나 진동에 몸이 반응할 때마다 심리 안정화 기법을 실천했다. 그러나 몸이 반응하는 빈도를 줄이거나 지진 전처럼 무덤덤해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다른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조재율 씨는 “여전히 작은 진동에도 몸이 크게 반응하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한동대 4학년 김창민 씨(24)도 “진동에 예민해지는 신경은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학생들은 지진 이후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김창민 씨는 어디를 가든지 건물구조와 비상구 위치를 기억한다. 길을 걸으며 간판이 몰려있는 곳은 피한다. 한동대 4학년 이요셉 씨(25)도 대피로부터 찾는다. 지진이 나면 뛰쳐나갈 길을 파악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기자는 집을 구할 때의 우선순위를 바꿨다. 전에는 햇빛이 들고 보안이 잘 되는 방을 좋다고만 생각했다. 지진 이후에는 필로티 구조의 건물을 피한다. 이런 건물은 기둥이 모든 하중을 견디므로 지진에 취약하다.

실제로 자취방을 거래하는 한동대 게시판에는 지진에 안전하다는 조건을 내세우는 글이 생겼다. 2019년 7월 31일 자의 게시글은 “근처에서 찾기 힘든 필로티 아닌 건물”임을 강조했다. ‘내진설계 완비’라는 문구가 나온 글도 적지 않았다.

▲ 한동대 게시판. 지진에 안전하다는 내용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건을 둘 때도 떨어지지 않도록 두는 습관이 생겼다. 기자는 카페에서 유리잔과 텀블러가 모두 떨어져 깨지는 장면을 봤다. 지진 이후에는 깨질만한 물건을 안전한 곳에 두기 시작했다.

한동대 졸업생 주영은 씨(24)는 의도적으로 뉴스를 보지 않았다고 했다. 영상이 나올 때마다 지진 당시가 떠올라서 힘들었던 까닭이다. 그는 외국에서 발생한 지진 관련 뉴스를 보면서도 두려움을 느꼈다. 기자도 땀을 쥐게 하는 재난영화를 이제는 꺼린다.

한동대 4학년 안주영 씨(25)는 당시 느꼈던 감정을 말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심리수업의 교수에게서 들었다. 지진 직후에는 말하면서 두려움이 앞섰지만 친구들과 공감하고 위로하는 과정을 통해 불안감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한동대 상담센터의 송용수 전임연구원은 디브리핑을 통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서 자신의 경험을 타당화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했다. “디브리핑의 전제는 모든 고통이 주관적이라는 점이다. 집단상담이 아니라도 서로에게 공감하고 경청하는 자세로 임할 때 효과가 좋다.”

한동대의 공동체 훈련 프로그램인 ‘팀’ 제도도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을 줬다. 매년 초마다 학생 30여 명과 교수 1명은 팀이라는 공동체에 들어간다. 1년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친목, 봉사, 교육 등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이런 관계 속에서 디브리핑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포스텍 노승욱 교수(인문사회학부)는 2018년 11월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 보고서(포항 지진 1년: 지금도 계속되는 삶의 여진)를 통해 한동대의 팀 제도가 지진 극복에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긴밀한 유대감 가운데 활성화된 인적 네트워크가 재난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요소들의 영향력을 감소시킨다.……트라우마의 발현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인적 네트워크는 사회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진 1년 후, 포항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0.8%가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있었다고 답했다. 송 연구원은 “트라우마는 공동체와 사회 안에서 자라기 때문에 전면적인 심리 서비스를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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