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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탐방 (7) 태초의 대지, 에티오피아
홍예진·김저스티나 기자 | 승인 2020.01.27 18:35

 

에티오피아인은 커피를 하루 세 번 마신다. 첫 잔에는 우애, 두 번째 잔에는 평화, 마지막 잔에는 축복을 담는다고 한다. 한국인이 밥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누듯, 에티오피아인은 커피 한잔에 삶의 의미를 담아 인생을 이야기한다. ‘커피 세레모니’라는 고유의 문화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주한에티오피아 대사관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살람.’ 취재팀이 에티오피아 인사말을 건네며 회의실로 들어섰다. 쉬페로 시구테 대사는 악수를 청했다. 커피를 마시며 인터뷰를 했음은 물론이다.

▲ 쉬페로 시구테 주한에티오피아 대사

회의실을 둘러보니 벽에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의 사진이 있었다. 아비 총리는 이웃 국가(에리트레아)와의 오랜 분쟁을 끝낸 공로로 작년 4월에 유네스코 평화상을, 10월에 역대 100번째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두 나라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전쟁을 치른 후, 20년 간 크고 작은 충돌로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했다. 아비 총리가 올해 9월, 에리트레아의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대통령을 만나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해묵은 분쟁을 끝냈다.

시구테 대사는 “이 모든 일이 총리 취임 100일도 안돼서 일어난 일”이라며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양국이 평화를 되찾고 이산가족 또한 상봉했다”고 말했다. 작년 8월 방한한 아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관계가 남북한 관계와 비슷함을 강조하며 “한국도 하루빨리 평화로 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와 한국의 인연은 한국전쟁에서 시작했다. 당시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6037명을 파병했다. 상대에게 결정적 타격을 주거나 궤멸시킨다는 의미의 ‘각뉴’ 부대.

“용사들은 일면식도 없는 지구 반대편 작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웠고 그 결과 참여한 모든 전쟁에서 ‘무패신화’를 썼다.” 시구테 대사는 자부심에 찬 목소리로 설명했다.

취재팀은 아프리카의 용감한 용사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강원 춘천시 근화동에 있는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을 방문했다. 기념관은 에티오피아의 전통가옥 형태를 그대로 살렸다.

안에 들어가니 각뉴 부대와 에티오피아 전통에 대해 설명하는 자료가 많았다. 기념관은 전쟁 당시, 춘천 근교에서 크게 활약한 에티오피아군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7년 3월 건립됐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에게 감사를 전하는 한국인의 편지가 기념관 벽에 가득했다. 롯데그룹은 작년 11월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참전용사복지회관을 설립하고 후손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춘천에는 참전기념관 만큼 흥미로운 곳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 춘천여행에 나온 카페 겸 기념관 ‘이디오피아 벳’이다. “한국 최초의 로스터리 전문점.” 곽동욱 부사장은 카페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1968년 각뉴 부대에 감사를 전하고 에티오피아 문화를 알리려고 카페 문을 열었다. “하일레 슬라세 에티오피아 황제가 이를 축하하며 황실에서 즐겨 마시던 커피 생두를 선물하면서 한국 로스팅 커피가 시작됐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발상지로 여전히 유기농 수확방식을 고수한다. 독보적인 맛과 향은 많은 사람이 에티오피아를 커피 강국으로 인정하는 이유다. 안정원 실장은 “에티오피아를 아프리카 중 한 나라로만 생각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시구테 대사는 “가난을 극복하고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한국사례에서 에티오피아의 희망을 찾았다. 형제 같은 나라 한국과 교류를 확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굳건한 관계를 다지기 위해 젊은 층의 활발한 문화교류가 필요하다고 했다.

취재팀은 에티오피아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려고 대사관 근처에 있는 국내 유일 에티오피아 식당(Club Zion)을 찾았다. 쉬페로 대사가 추천한 에티오피아 전통음식을 처음 접했다.

에티오피아 주식 ‘인제라’는 슈퍼 푸드로 알려진 테프를 발효시켜 만든다. 물수건처럼 돌돌 말린 독특한 모양이다. 인제라 특유의 신 맛에 소고기 볶음을 곁들인다.

▲ 에티오피아 주식 ‘인제라’

시구테 대사에게 “에티오피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태초의 대지(The land of origin)”이라고 했다. 에티오피아는 최초의 인류화석 ‘루시’의 고향이자 커피가 시작된 곳이다. 유구한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준다.

에티오피아의 국영항공사 ‘에티오피아 항공’은 아프리카 최초로 2013년 6월 한국에 취항했다. 시구테 대사는 “더 많은 한국인이 방문하여 진정한 에티오피아를 몸소 느끼길 바란다”며 커피 세레모니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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