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경 씨(20)는 대다수 사람이 반려동물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주고받으며 좋아하는 사람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통계청 인구 총조사(2018년)에 따르면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약 2000만 가구 중 566만 가구가 개나 고양이를 키운다.

개를 키우는 공건희 씨(21)는 이런 인식이 퍼진 원인으로 미디어를 꼽았다. 반려동물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MBC의 ‘하하랜드’, tvN의 ‘대화가 필요한 개냥’, KBS ‘개는 훌륭하다’가 그 예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의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펫’과 경제의 합성어인 ‘펫코노미 현상(Petconomy)’도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2년 9000억 원이던 반려동물 시장이 2015년 1조 8000억 원까지 늘었다. 드럭 스토어와 편의점은 동물전용 상품을 판매하고, 보험 및 카드 회사는 동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한다.

반려인을 위한 공간도 늘었다.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와 여의도 IFC몰은 목줄을 착용했거나 이동장에 들어있는 반려동물의 출입을 허용한다. 하남 스타필드를 방문한 황예린 씨(22)는 “강아지를 혼자 집에 두지 않아도 돼 안심됐다”고 말했다.

▲ 드럭 스토어 올리브영 연세대점은 반려동물 전용 상품을 판매한다.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유지원 씨(20)는 “허락 없이 집에 데려온 강아지가 무서워서 소리 지르자 친척이 교양 없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신예진 씨(21)는 올해 KTX에서 개를 동반한 승객과 같은 칸에 탔다. 여객운송약관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전용가방에 넣어 외부로 노출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나 승객은 개를 가방에 넣지 않고 풀어놨다. 모두가 좋아하는 분위기에서 신 씨는 불편한 티를 낼 수 없었다.

관련 규정이 없는 점도 문제. 김민정 씨(21)가 일하는 올리브영에서는 개를 목줄 없이 계산대에 올려두기도 한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불편하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고통을 겪는다. 김은지 씨(20)는 기차에서 전용가방에 넣지 않은 반려견과 동행한 승객을 만났다. 밀폐된 공간에 함께 있자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탑승 내내 눈을 비비고 재채기를 했다.

▲ 일부 시민은 공공장소에서 반려견을 풀어 놓기도 한다.

김다솔 씨(26)는 목줄을 하지 않고 산책하는 개를 보고 놀라 소리 질렀다. 견주는 “뭐긴 뭐야, 개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박지은 씨(28)도 한강시민공원과 대형 마트에서 목줄을 느슨하게 착용한 개와 종종 마주한다.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우리 강아지는 순해서 물지 않는다고 했어요.”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돌아다니게 하면 동물보호법 제 47조에 따라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

▲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온 반려견 관련 글

서울특별시 서부공원 담당자인 김영익 씨(53)는 “경의선 숲길은 24시간 순찰을 하며 목줄 착용 여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순찰자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

규모가 작은 공원은 순찰하는 직원을 고용할 여건이 안 된다. 담당자가 출동해서 도착하는 사이에 주인이 목줄을 채웠거나 자리를 떠났다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9월 발표했다. 이에 따라 외출 시 반려견 목줄 길이는 2m로 제한된다. 그러나 길이를 가늠하기 힘들고, 사람에 따라 반려동물을 제어하기에 느슨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혜인 씨(24)는 동물을 키우는 지인과 대화한 경험을 떠올리며 “서로의 입장을 듣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非)반려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역시 중요하다. 동물권 행동단체 카라의 조현정 행동가(36)는 “반려인은 개와 나갈 때 산책 줄이나 배변봉투를 챙겨 당연한 에티켓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