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 프리미엄’이 사라진지 오래다. 한국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10여년 사이에 180도 달라졌다는 뜻이다.

조선비즈 오광진 기자는 특파원으로서 베이징을 두 번째로 갔을 때, 한국의 위상이 중국에서 변했음을 느꼈다. “2003년 첫 특파원이었을 때만 해도 한국 기자는, 아니 한국인은 인기 있는 존재였습니다.”
 
한국기업이 많이 진출한 칭다오에서는 외자기업 유치행사를 할 때면 베이징 특파원을 초청했다. 식사를 대접하며 사전설명회를 하는 등 공을 들였다. 설명회에 부시장까지 왔던 적이 있다. 두 번째 특파원 시기에는 그런 경우가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한다.

오 기자는 한국을 향한 호감이 사라진 원인으로 중국의 발전을 언급했다. 산에 오를수록 풍경이 달라지듯이 중국 스스로 발전하면서 자긍심을 내세우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한다.

“중국도 발전합니다. 발전단계가 올라갈수록 주변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겠지요. 해외로 나가는 중국인이 매년 1억 명을 넘어서면서 비교대상 국가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줬습니다.”

▲ 오광진 기자(파란 셔츠)가 광시좡족자치구의 세관을 취재하는 모습 (오광진 기자 제공)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10년에 일본을 제쳤다. 1978년 개혁개방정책 이후 30여 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하지만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경제발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과 미국이 각각 1, 2위 교역국인 한국도 타격을 입었다.

경제적 관점에서 베이징 특파원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오광진 기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베이징 특파원(2003~2006년)을 지냈다. 이후 2015년 7월부터 조선비즈 국제부장을 역임하다가 베이징 특파원(2016~2019년)으로 파견됐다.

그는 중국에 대해, 특히 중국경제에 밝다. 서방국가와는 체제가 다른 중국의 사정을 잘 알아야 경제흐름을 제대로 예측할 수 있다고 보고 중국 인민대학교에서 금융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오 기자는 “중국에 관해 연구를 깊이 할수록 내공이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가 연락을 취한 시점은 그가 3년 반의 특파원 임기를 끝낸 뒤였다. 한국으로 돌아와 정보과학부장으로 일하는 중이다. 메일을 주고 받으며 얘기했다.

오 기자는 미·중 무역전쟁에 관해 중국의 굴기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중국여론이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은 대외적으로도, 내부적으로 미국을 대체할 능력과 뜻이 없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한다고 한다.

“중국은 과도한 부채를 해결해야 하지만 무역전쟁 이후 경기둔화 폭이 커져 부채축소를 통한 금융개혁이 어려워졌습니다. 고성장에서 중저속성장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필요한 개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대외환경이 중요한데, 미·중 무역전쟁은 이와는 상반된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국제금융협회(IIF)가 7월 17일 발행한 부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303%다.

중국은 내부규제 강화로 대응하는 중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인터넷 감독·규제기구인 국가인터넷판공실은 올 5월부터 연말까지 인터넷 안전을 위한 사이트를 정돈한다고 밝혔다.

오 기자는 중국의 경제상황을 “모순이 커지고 결국 위기 속 개혁을 통해 모순이 극복되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한다. 지금의 상황이 발전일 수도 있고, 퇴보라고 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무역전쟁의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피해를 입은 미국기업의 목소리를 키우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적진을 분열시키는 방법인 셈이다. 하지만 중국경제가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할 만큼 안정돼 있지는 않다고 봤다.

“중국 당국의 공식입장에서 중국경제는 이미 회복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이 걷히는 게 중국 경제회복이 안정될 수 있을지를 좌우할 것입니다.”

끝나지 않는 미·중 무역전쟁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중국과 미국 모두 우군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6월에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한국, 일본과의 양자회담에 이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5개국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하며 반미동맹을 공고히 하려고 노력했다.
 
미국과 중국이 최대 교역국인 만큼 한국은 두 강대국의 패권 싸움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사드보복처럼 정치적인 이유로 하루 아침에 사업이 중단되는 위험, ‘차이나 리스크’가 존재한다.
 
하지만 동맹관계로 엮인 미국도 무시할 수 없다. 아주대 이왕휘 교수(정치외교학)는 군사적 문제에서는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반대하는 정책을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강요한다면, 중국과의 통상관계는 사드배치 이후처럼 심각한 갈등으로 귀결된다.”

한국과 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에 대해 오 기자는 먼저 우리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답했다. 실력을 키워 중국이 가고자 하는 길목에서 늘 한발 앞서 나가야 한국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나라가 해외시장을 공동으로 개척하는 방법도 좋다고 덧붙였다.

외교에서는 중국에 당당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스스로를 낮추는 나라를 낮춰보고, 당당한 나라를 어려워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베트남을 함부로 못하는 이유 역시 베트남의 당당한 외교라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오 기자는 2012년에 <중국경제를 움직이는 6가지 코드>라는 책을 냈다. 첫 베이징 특파원 시기에 느꼈던 중국경제를 담았다.

두 번째 베이징 특파원 기간까지 그는 6년 반 동안 중국을 경험했는데 “기자들에게 늘 취재거리를 만들어주는 역동적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관시(關係)’ 문화를 소개했다. 그는 박사과정을 같이 공부한 중국인 친구를 통해 핑안보험의 무인 진료소를 취재했다고 한다.

“핑안보험은 중국 민영기업으로 매출이 최대 규모이고, 민영 금융사 중에서도 가장 큰 기업입니다. 중국기업은 전반적으로 외국기자 취재에 부정적이거나 보수적인데 친구 덕을 본 거지요.” 두터운 신뢰관계는 핑안보험 고위 관계자와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오 기자는 관시구축이 그들의 서클에 들어간다는 의미라며 중국인 친구와 아주 친해지면 자신의 서클(모임)에 데려가는 식으로 관시가 형성된다고 전했다. 때문에 사람을 오래 사귀는 게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외국 언론사를 덜 포용하는 사회 분위기는 취재에 큰 어려움을 준다. 네이버가 전면 차단되면서 곤혹스러운 적이 있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많은 외신이 차단된 점도 불편하다고 했다. 불투명한 사회 분위기로 관료와 기업인을 취재하는 일 또한 어렵다고 한다.
 
그는 “중국 특파원이 정말 좋아. 열심히 하는 사람이나 안 하는 사람이 별 차이가 없지. 열심히 해도 고위인사를 만나기 힘들다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발품을 팔며 현장에 가고, 지방정부가 주선한 일정에 적극 참여해 인맥을 넓히면 직접 취재망을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오 기자는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주말을 이용해 중국 정보기술, 기업 이야기를 정리하거나 중국경제의 특징을 보여주는 기사를 발굴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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