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계란과바위
주제=마라케시 조약, 국내 이행 어떻게 할 것인가?- 조약 비준 4년을 돌아보며
일시=2019년 10월 28일 (월) 오후 2시~4시 30분
장소=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
사회=박지희(아나운서) 김영일(조선대 특수교육과 교수)
발표=이일호(연세대 연구교수) 남형두(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현아(미국 변호사)
토론=이영록(한국저작권위원회 정책연구실장) 장보성(국립장애인도서관 자료개발과 사무관) 김영재(교육부 교과서정책과 과장) 김환희(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기획조정팀 팀장) 한인철(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본부 과장)

 

마라케시 조약에 대한 주제발표가 끝나자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 5명은 조약의 취지와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록 한국저작권위원회 연구실장은 마라케시 조약에 대한 이해 부족을 반성했다. 2013년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청각장애인의 시설규정과 시각장애인의 적용범위를 장애인복지법과 일치시켰다.

그는 “큰 틀에서는 마라케시 조약의 이행을 위한 단계”라면서도 “조약의 정신과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마라케시 조약을 인권적 측면에서 해석하고 저작권법을 재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의 의견충돌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민간부문의 인식전환과 협조가 절실하다. 그는 대체 포맷의 제작·공급·보존 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단체의 필요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 마라케시 조약의 국내이행을 주제로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모습

장보성 국립장애인도서관 사무관은 법과 현실의 괴리를 꼬집었다.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전용 기록방식을 명시한 저작권법 시행령 14조가 대표적이다. 그는 “빠르게 변하는 정보기술(IT) 환경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데이터 자료포맷을 담았는지 의문”이라며 재검토 필요를 제기했다.

그는 기술적 보호조치(DRM)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저작물 유출을 막기 위해 DRM을 적용한다. 그러나 마라케시 조약에서는 DRM의 무력화를 언급해 조약이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주로 어문 출판물에 대해서만 논의하는 현실도 지적했다. 장 사무관은 “학원의 동영상 교재나 파일에 대한 대체자료 서비스 문의가 많다. 출판계보다 어려운 게 학원가”라고 말했다.

김영재 교육부 교과서정책과 과장은 저작권법보다 상위에 있는 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현재 논의가 저작권 차원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의무규정을 신설할 수 있는 상위법이 있다면 발전된 논의가 가능해진다.

장애인 학생에게 교과서가 제때 제공되지 않는 원인으로 김 과장은 시간부족을 꼽았다. 교과서 검정과 인증을 거치고 나면 출판사는 연말이 되어서야 인쇄를 시작한다. 시각장애인용 교과서 제작은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대체교재를 개발하는 업체의 부족도 문제다. 숫자가 많지 않고 규모가 크지 않으니 많은 물량의 교과서를 단기간에 개발하기 어렵다. 그는 “거의 쪽대본 식으로 (교과서를) 공급해서 넘긴다”고 표현했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출판사 평가지표의 변화를 요구했다. 출판사를 선정하는 단계에서 디지털 파일의 납본에 동의하면 가산점을 주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

이에 대해 김 과장은 “평가지표에 반영하지는 않지만 출판사와 협약할 때 파일 공급에 ‘적극 협조’한다는 부속서류가 있다”고 답했다. 일부 출판사가 저작권법에 근거해 협조를 거부했지만 교육부의 설득으로 해당 내용이 협약에 포함됐다.

남 교수는 대체 교과서가 제때 제공되지 않으면 헌법에서 말하는 의무교육을 지키지 않는 셈이라고 했다. “민간 출판사에게 디지털 파일 납부를 강제하려면 상위법의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꼭 그래야 하느냐. 적시 공급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의무교육이다.”

김환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기획조정팀장은 마라케시 조약에 대한 출판업계의 인식부족을 지적했다. 2011년에 조사한 디지털 파일 납본기증 활성화연구에 따르면 약 65%의 출판사가 대체자료 제작을 위한 디지털 파일 납본제도를 알지 못했다. 알더라도 불법유출 가능성 때문에 납본을 거절하는 출판사가 약 40%에 달했다.
 
김 팀장은 “조사 시점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크게 향상되지 않은 납본율을 볼 때 제도 이해도와 거절 사유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판계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홍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2명과 청각장애인 2명이 2016년 2월 국내 멀티플렉스 3사에 대한 소송을 청구했다. 원고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화를 관람하도록 큰 활자나 수어통역을 포함해 필요한 장비의 제공을 요구했다.

1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피고 측에서 장비에 대한 표준화 법안이 정비되지 않아 시행이 어렵다며 항소했다. 한인철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본부 과장은 이런 사례를 언급하며 장애인의 영상물 접근권을 얘기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장애인 영화관람 사업에 연간 8억 57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영화자막을 변환하고 장애인 관람개선 공모사업을 위한 실태조사 및 연구를 위해서다. 올해 장애인의 날을 기점으로 화면해설과 한글 자막을 넣은 ‘같이 봄 영화’ 사업도 시작했다.

한 과장은 평소에도 장애인과 비(非) 장애인이 함께 영화를 관람하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 들을 수 있는 골전도 헤드폰, 청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글라스, 컵 홀더에 꽃아 볼 수 있는 자막기를 개발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헤드폰 음질이 높지 않고, 스마트 글라스는 어지러움 등 착용의 불편함이 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막을 제공하는 방식도 있지만, 자막이나 대사가 유출될 우려나 휴대폰 액정 화면 밝기로 인한 비장애인의 불편이 예상된다.

한 과장은 “자체적으로 장비를 개발하는 중인데 기술적 한계는 어느 정도 극복한 상태라 시청각장애인들의 영화관람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IPTV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장애인의 TV시청 환경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남형두 교수는 새로 만든 계단에 경사로가 없어 연세대가 추가공사를 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처음 계단을 만드는 데 5000만 원이 들었는데 경사로를 추가로 짓느라 4000만 원이 더 들었다. 처음부터 경사로를 설계했다면 5500만 원이면 됐을 것이다.”

이후 연세대는 모든 건물을 신증축하면 설계단계부터 장애학생지원센터와 협의한다. 남 교수는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공존하는 사회가 가능하며 사회적 비용과 시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