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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직업 (12) 한국 수공예
김나리 기자 | 승인 2019.10.27 20:31

 
언제부턴가 우리 주위는 손수 만든 수공예 제품이 아니라 공장에서 균일하게 찍어낸 기성품으로 가득 찼다. 한지를 붙여 만든 함 대신 그냥 플라스틱 케이스가, 하나하나 수놓은 나전칠기 장롱 대신 서양식 가구가 늘었다.

경북대 3학년 강유진 씨(20)는 수공예 제품이 있느냐는 물음에 없다고 말했다. 배워본 적도, 접한 적도 거의 없다고 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봤을 때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성균관대 2학년 이지수 씨(20)는 관심도 딱히 없다고 말했다.
 
수공예에 대한 관심은 이렇듯 매우 적다. 수공예 전통을 지키는 장인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시 양천구의 지하철 5호선 목동역에서 내려 지도앱을 켜고 한참을 걷자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근처에 ‘윤태성 옻칠 공방’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영롱한 빛을 담은 자개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작업대 옆의 작은 탁자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공방주인 윤태성 씨(71)는 60년 가까운 세월을 나전칠기 공예와 함께 했다. 그는 최근 현황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안 올 때는 한 달에 1, 2명도 안 와. (공방을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봐야지. 과거에는 물건이 완성되면 바로 출고했는데 지금은 완성이 돼도 바로 출고가 안 돼.”
 
그는 옻칠 공방이 이제는 여기 하나뿐일 거라고 했다. 나전칠기가 점점 사라지는 이유를 묻자 시대의 변천에 따른 부적응을 꼽았다. 나전칠기의 기초 디자인은 기와집과 초가집에 맞춰졌다. 주거환경이 서양식으로 변하면서 팔리지 않기 시작했다고 했다.
윤 씨는 “새로운 디자인이 불가능한 사람은 공방을 닫거나 자리를 떠나야 했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문화로의 적응과 신세대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래층의 전시실을 가니 숨이 막힐 정도로 섬세하고 아름다운 자개가 많았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가구라던 장롱. 제작기간만 3년이라고 했다. 이런 작품이 지하에만 박혀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 윤태성 씨가 만든 수공예 가구

기자는 닥종이 인형공예와 한지공예를 하는 작가도 만났다. 종로구 인사동의 인사 아트센터를 가니 닥종이 인형 전시회가 열렸다.

주최 작가인 강은영 씨(54)는 작품을 제작하면서 전체적인 색의 조화를 신경 쓰고 닥섬유를 이용해 꽃이나 천을 세세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간의 정과 소통을 표현하는 데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인형의 모습이 따뜻하고 질감이 섬세해서 감탄이 나왔다.

전시회에서 만난 윤선미 씨(52)는 닥종이 인형공예와 한지공예를 같이 하는 작가였다. 그는 “(한지 공예가) 옛날에는 흔하지 않아서 꽤 많이 찾았는데 규격화된 종이제품이 나오니까 매력이 떨어졌다”고 한지공예를 잘 찾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현경 씨(47)는 2003년 봄,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닥종이 인형 공예를 시작했다. 공예를 하는 사람이 점점 줄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중간에) 포기하시는 분들 많지요. 처음에는 성취감도 있고 보람도 있어서 많이들 시작했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도 보여줄 곳이 없어 집 창고에 쌓여가는 실정이죠.”

김 씨는 고령화로 노인이 늘어나는데 이들에게 요양병원 수업을 통해 공예를 가르치면 치매예방이 가능하고 주부도 제 2의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북구 성북동의 작업실에서 만난 도예가 정유정 씨(36)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그는 2013년부터 서울문화재단의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작가로 도예를 시작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발해지면서 사진을 올리거나 인테리어를 꾸미기 위한 용도로 도자기를 많이 쓰면서 관심이 늘었다고 한다. 정 씨는 “여유로운 문화가 정착되는 중이니까 도예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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