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절반은 숲, 그리고 하얀 모래로 가득한 해변이다. 16, 17세기 건물이 여전히 많은 곳. 라트비아의 풍경이다.

라트비아는 북유럽 발트해의 동쪽에 있다.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와 함께 발트 3국. 주한 대사관은 2015년 생겼다. 발트 3국 중에서 처음이다. 한국도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 대사관을 올해 개설할 계획이다.

주한 라트비아 대사관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다. 한적한 주택가 사이로 붉은 색 깃발 하나가 눈에 띄었다. 라트비아 국기였다. 페테리스 바이바르스 대사가 기자 일행을 만났다.

바이바르스 대사는 “지금까지 양국 관계를 위한 노력이 올해 특히 효과가 있다. 두 나라가 20여 년간 노력해서 이룬 나비효과”라고 말했다.

인천-리가 직항노선이 5월 24일 신설됐다. 4월 26일에는 한국과 발트 3국이 차관급 경제공동위원회를 만들었다. 양국의 원활한 무역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 서울 용산구의 주한 라트비아 대사관

라트비아의 주요 수출품은 목재다. 자원이 풍부해서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높다. 2016년부터 직물, 자동차 부품, 전자응용기기의 수출이 증가했다. 최근에는 한국으로 식료품을 수출하려는 기업이 늘었다. 한국의 식품산업 성장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제공동위원회에서 발트 3국은 한국의 식료품 인증절차가 느리다는 의견을 냈다. 바이바르스 대사는 “음식에 대해서는 절차를 까다롭게 다뤄야 한다. 하지만 발트 3국은 유럽연합(EU) 국가로 엄격한 식품안전 규격을 따른다. 절차가 조금 더 원활해지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농림식품수산부에 따르면 해외식품 수입에 필요한 절차는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한다. 다만 해당 국가의 검역수준이나 서류검토 정도에 따라 시간이 다르다고 한다.

경제공동위원회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활발한 교류를 기대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라트비아는 유럽에서 5G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창업지원 제도 또한 좋은 편이다.

▲ 바이바르스 대사가 평창 동계올림픽 책자를 보여줬다.

인적교류 역시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라트비아인은 1년에 2000명 정도(한국관광통계 기준). 4월 한 달에만  308명이 한국을 들렀다. 일부는 한국에서 공부하기 위해 왔다.

에릭 바르파프스키 씨(30)도 그중 하나다. 전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아 석사논문을 한국에 대해 썼다. 그는 “한국에서 배운 좋은 교육과 전문 기술을 더 활용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율리아 보로나 씨(27)는 교환학생 기간을 포함해 한국에 온 지 5년째다. 영국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 덕분에 한국을 찾았다. 처음에는 한국어 발음이 좋지 않아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라트비아대의 서진석 교수는 “1996년쯤만 하더라도 라트비아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다”고 회상했다. 그가 인터넷사이트 ‘발트 한국인 마당’을 개설하면서 여행객과 교민이 늘기 시작했다. 현재는 60여명의 교민과 유학생이 리가를 중심으로 산다.

한국에 대한 라트비아의 관심은 어느 정도일까. 리가 올드타운에는 ‘케이팝(k-pop) 벽’이 있다.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을 남기고 낙서하는 곳이다. 라트비아 한인학생회(KSAL) 임휘제 회장(23)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케이팝에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도 늘었다. 2013년 라트비아대에 한국어학과가 생겼다. 3년 후 리가 공대에 세종학당이 개원했다. 이곳에서 100여명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운다.

아드리아나 미켈소네주쿨레 양(18)은 세종학당을 2년째 다닌다.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케이팝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좋아하는 노래가사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로라 라피나 씨(23)도 “영어자막으로 한국영상을 보다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주한 라트비아 대사관의 김보나 행정관은 “양국이 보다 친숙해지기 위해서는 고위급 인사의 교류만큼 국민 사이의 접촉을 통해 정서적 교감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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