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가정연료는 도시가스다. 전국 보급률이 80%를 넘는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1980년 후반까지 가장 대표적인 연료는 연탄이었다.

한국광해관리공단에 따르면 1980년대 연탄공장은 279개였다. 2018년에는 44개로 크게 줄었고, 그나마 41개만 가동된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연탄 가게’를 검색하면 연탄을 파는 가게보다 연탄구이 가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학생 김준석 씨(25)는 “연탄이요? 연탄 불고기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데요. 요즘 연탄 쓰는 곳은 그런 곳밖에 본적 없어요”라고 말했다. 김효경 씨(23)는 어렸을 적, 시골 할머니 집에서 쓰던 기억이 얼핏 떠오르지만 요즘은 시골에 가도 볼 수 없다고 했다.

연탄 파는 곳으로 다시 검색했더니 수도권에서는 소매업으로 하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지방에 남아있는 곳만 간간히 나왔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북정마을에서 40년 이상 사는 김복주 씨(73)는 “옛날엔 이 동네 전부 연탄만 썼지. 근데 지금은 다 기름보일러나 도시가스 쓰지”라고 했다. 정순이 씨(78)도 “여기도 연탄가게 있었어. 칠패연탄이라고. 그 땐 다들 연탄을 썼으니까. 이제는 없어”라고 했다.

▲ 서울 성북구 북정마을

연탄수요가 크게 줄어서 요즘은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바로 보낸다. 서울에는 동대문구 이문동과 금천구 시흥대로에 각각 하나씩 남았다.

금천구에 있는 고명산업의 ‘영토연탄상회’를 찾았다. 서울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 1번 출구로 나오니 금천구청 건너편으로 보였다. 공장안에 들어섰더니 연탄 재료로 보이는 석탄이 쌓여 있었다.

김경배 씨(64)는 작은 사무실로 기자를 안내하면서 “사라지는 직업? 그럼 잘 골랐네. 요즘 다 없어지는 중이지 뭐”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는 20대 중반에 기계를 정비하는 공무과 직원으로 연탄공장에 입사해서 38년째 연탄업계에 종사하는 중이다.

서울올림픽 이후에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로 탄광이 줄었다. 이에 따라 연탄을 제조하던 삼천리, 삼포, 동원, 대성 등 대부분의 회사가 생산을 줄였다.

한창 수요가 많았던 시절에는 영토연탄상회에서 하루에 100만 장을 생산했다. 지금은 20만~30만 장으로 줄었다. 가장 바쁜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기계를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 세 번, 1시간씩만 가동한다.

▲ 고명산업 연탄공장

영토연탄상회의 주요 배달지역은 인천 강화도부터 경기도 평택까지다. 가정집은 서울 변두리나 지방에서나 사용한다.

도움이 될까 싶어 인터넷 광고를 했지만 수요 자체가 줄어서 큰 효과가 없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영토연탄상회’를 검색했더니 ‘흑기사’라는 이름으로 썼던 답변이나 블로그가 나온다. 가장 최근 글이 2014년도에 올라왔다.

인부 숫자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1980년대에는 이 공장에 60명에서 70명 정도가 있었지만 지금은 10명 이내다. 평균연령이 67~68세에 이른다. 모두 연탄산업이 호황이던 시기부터 일했다.

김 씨는 젊은 신입직원이 들어오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요즘 세상에 자녀가 연탄공장에 다니겠다면 좋아할 부모는 없고, 오히려 말릴 거라고 했다. 그는 호황이던 시절을 얘기하면 가슴이 울컥한다고 했다.

“이 주변이 개발될 예정이라는데 공장부지가 개인 땅이 아니라 철도청과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거라서 아마 올해 겨울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길어져도 내년이 마지막이라고 봐야지. 연탄은 나한테 추억인데 이젠 그마저도 없어지게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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