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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전통시장 청년점포
김효숙 기자 | 승인 2019.10.13 14:36

 

경기 수원의 영동시장. 걷다보면 ‘28청춘’이라 쓰인 간판과 함께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나온다. 청년이 운영하는 푸드코트, 공방, 카페가 모인 청년몰이다.

2층은 1층과 다르게 한산했다. 화려한 벽화와 깔끔한 인테리어로 꾸민 공간에서 공방과 카페만 영업 중이다. 푸드코트 7개 매장 중 3곳이 ‘신규매장 준비 중’이란 현수막으로 덮여졌고 2곳은 폐업상태였다.

저녁시간이었지만 손님은 거의 없었다. 어느 가족은 손님이 보이지 않자 돌아 나갔다. 또 다른 중년부부는 “이런 날 장사가 돼야 하는데 사람이 없네” “여기 망했잖아”라고 말했다.

청년몰을 찾는 발길이 끊기면서 청년점포의 폐업이 늘었다. 청년몰은 전통시장의 빈 점포를 청년상인의 공간으로 제공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정부 사업이다.

점포가 20개 이상이면 청년몰, 5~10개면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청년상인)’이라 부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26개 시장에 489개 점포가 입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청년몰의 점포 4곳 중 1곳(26%)이 1년 6개월 만에 휴·폐업했다고 밝혔다. 2015년도부터 지원한 청년상인의 생존율은 36%. 친구와 수원 ‘28청춘’을 찾은 신현진 씨(27)는 “이렇게 사람이 없는 줄 몰랐다. 실망스러워서 다시 안 올 것 같다”고 했다. 

▲ 수원 영동시장 ‘28청춘’ 푸드코트

서울 구로구 구로시장의 ‘영프라쟈’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점포가 많은 골목 안쪽은 볕이 들지 않아 어두웠다. 골목 양쪽의 가게철문이 모두 내려온 상태. 가게 곳곳에 ‘영업 종료’ ‘임대 중’이라는 종이가 붙었다.

문을 연 곳은 샌드위치 전문점과 작은 펍이 전부. 지도를 보여주는 안내판에는 16곳의 점포 중 3곳의 정보만이 올라왔다. ‘놀이터’ 펍을 운영하는 오현석 씨(41)는 “상인을 모집 중이라 문 닫은 가게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기자가 머무는 1시간 동안 손님은 한 명뿐이었다.

유명 관광지의 청년점포 사정도 다르지 않다. 강원 속초관광수산시장은 닭강정, 새우튀김 등 다양한 먹거리로 유명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하지만 청년점포가 들어선 시장 2층은 사정이 다르다. 안내판을 따라 올라가니 문을 닫거나 폐업한 곳이 다수였다.

비교적 활성화됐다는 경기 평택의 통복시장 청년몰, ‘청년숲’도 평일에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보드게임 카페 ‘공간의 공감’을 운영하는 김관제 씨(32)는 “여기도 힘들다. 공방, 책방도 있었는데 지원기간이 끝나자 바로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 구로시장 ‘영프라쟈’ 골목(왼쪽)과 안내판

청년 대부분이 처음 창업을 하므로 경험 부족으로 문을 닫기도 한다. 김 씨는 “청년몰 일부 상인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젊은 색만 추구하니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많은 상인은 인적이 드문 장소 선정과 부족한 홍보를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쉽게 시작했지만 시장 중심가가 아니라 골목 안쪽이나 시장 2층 등 후미지고 유동인구가 적은 곳이라 문제라고 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마카롱 가게를 운영하는 윤수아 씨(39)는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도 안 올 때가 있는데 열정을 갖고 시작해도 힘이 안 난다”고 말했다.

사업단과 청년상인의 마찰도 상권을 알리는 홍보가 잘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다. 김 씨는 “우리는 SNS나 버스 광고를 원하는데 사업단에서는 각설이나 판소리 행사를 부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청년몰 숫자는 늘어날 예정이다. 서울, 강원 삼척, 경남 김해 등 전국 9곳에 청년몰이 들어서고 117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속초 구 수협자리에도 새로운 청년몰이 생긴다. 윤 씨는 “여기도 잘 안 되는데 근처에 또 청년몰을 만드는 정책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정부는 청년몰 사업에 체계적인 지원이 준비됐다는 입장이다. 강원지방중소벤처기업청 강원영동사무소의 오홍기 씨는 “청년몰은 조성, 확장, 활성화 사업으로 체계적으로 연계된다. 금액 지원 규모도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허승영 강원도 전통시장지원센터장은 “무한정으로 지원할 수는 없다. 지원받는 것도 어떻게 보면 혜택인데 지원이 끝나도 스스로 버티고 노력해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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