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에 대한 회상, 그리고 그리운 사람과의 만남. KBS 2TV 'TV는 사랑을 싣고'는 궁금했던 스타의 과거와 스타의 첫사랑을 공개하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KBS의 간판 프로그램이 되었다.

재미를 위해서 사생활쯤이야...
'TV는 사랑을 싣고'는 스타가 나와 찾고 싶은 사람을 말하면, 미리 찍어 놓은 찾는 과정을 보여준 후, 찾고자 하는 사람과 무대에서 만나는 방식을 취한다. 바로 여기에 'TV는 사랑을 싣고'의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제작 순서는 출연자들의 사생활 침해와 관련된다. 보고 싶은 사람을 찾는 과정을 보면 대부분 어릴 적 다니던 학교로 찾아간다. 그 곳에서 그 사람의 연고지를 찾는 동시에 스타의 성적표와 어릴 적 사진, 그리고 찾는 사람의 성적표와 사진을 공개한다.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들-어디에 살다가 어디로 이사 갔고, 어디에 근무하고 등에 관한 사실-이 상세히 방송으로 보여진다. 자신의 신상에 대한 정보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딘가에서 알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정작 본인은 스튜디오 녹화 당일에 와서야 볼 수 있다.

7월2일자 '주영훈편'에 나왔던 왕혜영씨도 마찬가지다. "재연 프로나 찾는 과정은 스튜디오 녹화 당일에야 봤어요. 6월 30일에 녹화하고 7월 2일에 방송됐으니까 6월 30일에 본 거죠. 사실 처음에는 TV에 나가는 게 썩 내키지는 않았어요. 제가 어디에 살고 어디서 근무하는 지에 대한 저의 신상에 대한 정보가 그렇게 자세히 나가는 것은 분명 사생활 침해니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 쪽 사람들(제작진)이랑 많이 싸웠어요. 찾는 과정도 제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전혀 상상도 못한 사람이 찾는데 저한테 동의 한마디 없이 찍었으니 화가 날 수 밖에요.”

이러한 사항에 대해 'TV는 사랑을 싣고'의 이병창 PD는 "출연자가 원하면 편집을 해줍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왕혜영씨는 편집을 해준다는 제작진들의 태도도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편집할 거 없냐고 물어보는 시간이 스튜디오 녹화가 끝나는 시간이에요. 녹화가 끝나니까 주변은 웅성웅성 거리고 저는 TV에 처음 출연해서 정신이 없는 상황인데 그런 상황에서 편집할거 없냐고 물어보면 정신이 없으니까 그냥 없다고 해버리죠. 거기다 편집할 거 없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의 태도도 정중하지도 진지하지도 않아서 기분이 나빴어요.”

이러한 문제들은 사전에 당사자의 동의 없이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제작 순서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제작진들은 이런 문제가 많은 제작 순서를 바꾸지 않고 계속 유지할까?

'TV는 사랑을 싣고'의 김영도 PD는 "사람을 다 찾은 다음에 그 사람의 동의를 얻고 나서 찾는 과정을 필름에 담게 되면 리얼리티가 떨어져서 재미가 없죠."라고 말한다. 개인의 사생활 보다 방송의 재미를 더 중시하는 제작진의 '프로 정신'은 오랜만에 그리운 사람을 만나 즐거워 해야 할 자리를 기분 나쁜 자리로 변질시키고 있다.

 


한국에서 통하면 미국에서도 통한다?
7월 9일자 '유승준편'. 중학교 시절 힘든 이민 생활에 지쳐있는 유승준을 일으켜 준 줄리 선생님을 찾기 위해 리포터 이창명은 미국으로 건너간다. 그 곳에서 이창명은 한국에서와 같은 방법과 태도로 줄리 선생님을 찾는다. 우선 한국에서 하던 대로 무작정 유승준이 다니던 TETZLAFF MIDDLE SCHOOL을 찾은 이창명. 하지만 미국인들도 한국말을 사용하는 줄 알았던 걸까? 교무실에서 한 여선생님을 붙들고 줄리 선생님의 행방을 묻는 이창명은 연신 한국어로만 얘기한다.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이창명은 계속 장난만 친다. 장난도 한두 번 해야 재미있지 그렇게 계속 하면 상대방도 짜증이 나는 법이다.

이창명의 한국어 애용은 이제 상대방을 원망하기까지 한다. 길가는 미국인에게  한국어로 질문한 후 한국어도 못한다며 그 사람을 흘겨보기까지 한다. TETZLAFF에서 시킨 대로 이창명은 이번에는 소속 교육청으로 찾아간다. 그런데 이 곳에서 만난 여직원의 첫마디가 그를 놀라게 했다. "약속되어 있나요?"라고 묻는 그녀를 이창명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한국에서는 그냥 찾아가서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나왔다고 하면 다 되던데…"라며 불평한다. '약속'이라는 말에 놀란 이창명은 할 수 없이 다른 편에 있던 남자 직원에게 다가간다. "저기요, 줄리 선생님을 찾는데요." 하지만 더욱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는 남자 직원. "우리는 절대 가르쳐 줄 수 없습니다. 개인정보는 누출시킬 수 없어요. 그리고 점심 시간이라 저는 점심을 먹으러 가야겠어요.”할 수 없이 그 직원이 점심을 먹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 이창명. 하지만 돌아온 남자직원은 아까보다 더 강경한 태도로 문까지 닫아버리며 "NO!"를 연발한다.

줄리 선생님이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이창명. 너무 기쁜 나머지 노크도 없이 학원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여학생이 그에게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물론 영어로. "여긴 아이들을 위한 곳이야! 왜 노크도 안하고 들어오는 거야!”

줄리 선생님이 운영하는 학원은 다른 곳이라는 걸 알아낸 이창명. 다시금 줄리 선생님의 행방을 찾아 떠난다. 그런데 그렇게 당하고도 또 노크도 없이 수업하는 교실에 불쑥 들어간다. 교장 선생님도 수업 중일 때는 교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하는데 그럼 이창명은 교장 선생님보다도 높다는 얘긴가?

약속도 없이 무작정 찾아가 개인의 신상에 대한 정보를 가르쳐 달라고 하고  이창명의 행동들은 물론 한국에서는 너무나 잘 통하던 행동들이다.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나왔다고만 하면 모두들 친절히도 가르쳐주니까.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나왔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남의 허락도 없이 성적표를 꺼내 보고, 수업 중인 교실에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가는 행동이 '재미'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조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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