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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를 꿈꾸는 여성을 찾습니다
오유진 기자 | 승인 2019.09.29 20:44

 

“여성이 정치를 한다고 나섰을 때 ‘얼마만큼 사람을 모아올 수 있어?’, ‘조직 표가 얼마나 있어?’ 아니면 ‘경력이 있어? 전문성이 있어? 얼마나 유명해?’ 이런 질문을 받는데, 저는 그것이 없는 여성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 여성이 이 프로젝트 안에서 성장하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과정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29)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역대 최연소 서울시장 후보로 4위의 득표율을 올렸다. 1년 후, 신 위원장은 대통령이 되고 싶던 여성 100명을 모아 <2020 여성출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돈, 권력, 정치경력이 없는 여성의 정치 세력화를 위해서다.

신 위원장을 7월 29일 서울 종로구 녹색당 당사에서 1시간 동안 만났다. 당사는 약 50평 정도의 건물 2층에 있었다. 평균기온이 30도를 넘는 날이었으나 기후위기 해결에 동참하기 위해서인지 에어컨 바람은 느껴지지 않았다.

▲ 신지예 녹색당 공동위원장

국제의회연맹의 2019년 조사(Women in Politics‧양원제 국가는 하원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7.1%로 193개국 중 122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2위에 그쳤다. OECD 평균(30%)의 절반을 겨우 넘는다.

현재 20대 국회의원은 1명도 없다. 개원 이래 국회에 입성한 20대 국회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30대 의원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16년 총선에 당선된 30대 의원은 비례대표직 바른미래당 김수민,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전부다.

국회에 입성한 청년, 여성 국회의원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남성 정치인과의 ‘3연’(학연·지연·혈연)을 내세운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해 남성 국회의원의 그늘에 가려진다.

지역구에서는 정치 주체로 주목을 받기 어려워 비례대표 할당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가까스로 당선된 여성 의원은 정책과 의정활동이 아니라 외모와 옷차림으로 주목받는다. 여성, 청년 정책은 자연스럽게 뒷전이 된다.

▲ 세계 여성의원 현황

신 위원장은 여성과 청년이 없는 국회를 뒤집겠다는 목표가 확고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울려 퍼졌던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은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적폐는 아직도 청산되지 않았고, ‘장학썬’(장자연·김학의·버닝썬의 줄임말)이 터졌음에도 바뀐 게 없잖아요. 저는 이 시기를 놓친다면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녹색당은 원외정당이다. 2020년 총선에 원내진입을 목표로 하지만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정부 지원 없이 당비로 운영한다. 1만 명 남짓한 당원이 매달 약 7000만 원의 당비를 정기적으로 후원한다.

이 중 약 7%는 당 사무소 관리비, 28%는 당직자 11명의 인건비, 42%는 활동비로 지출한다. 당비가 적지만 돈은 이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국 사회의 더 많은 청년, 여성이 정치인을 꿈꾸도록 발 벗고 나설 뿐이다.

“현실적인 가능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여성 출마 프로젝트를 통해서 1년 전부터 준비하면서 후보자와 지지자를 만들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신 위원장이 기획한 2020 여성출마 프로젝트는 여성 국회의원 50%, 청년 국회의원 30% 달성을 위한 정치인 발굴 프로젝트다. 남성 83%, 중장년 99%의 국회에 도전하는 여성, 청년을 찾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프로젝트는 전문가 강의와 네트워킹을 진행하는 인큐베이팅, 후보자 팀을 구성하는 엑셀러레이팅, 실전 후보 출마 3단계로 진행된다. 녹색당은 이 프로젝트로 2020년 총선에 출마할 여성, 청년 후보를 양성해 출마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여야 3당에서도 비슷한 의도의 청년, 여성 정치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정치인과의 만남이나 정당행사 참여 기회를 주는데 그친다.

녹색당은 기존 정치 아카데미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국내에 없던 형식을 도입했다. 모든 과정은 무료이며 출마의사를 밝히면 경선출마 기회를 준다. 이후 녹색당 후보로 선출되면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선거에 참여하면 본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고려한 결정이다.

▲ 2020 여성출마 쇼케이스 현장

프로젝트 참가자 30명의 직업은 다양했다. 대학원생, 건축 디자이너, 회사원, 공연기획자 등 일반 시민이 대다수였다. 이전에 정치를 배운 사람은 없었다.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5회의 강연과 워크숍으로 진행됐다. 한국사회정치여론연구소 김준수 대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이진옥 대표,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가 강연자로 나서 선거의 기본원칙과 선거운동 전략, 여성정치사, 선거캠프 전략을 교육했다.

이 과정은 비공개여서 취재를 할 수 없었다. 인큐베이팅 과정을 마친 참가자는 8월 3일 선거 캠프 쇼케이스를 열어 정책과 선거전략을 발표하고 출마의사를 밝혔다.

쇼케이스 현장은 녹색당 행사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간식으로는 비건 머핀을, 텀블러를 지참한 사람에게는 음료를 나눠줬다. 화장실에는 ‘성 중립 화장실입니다’ 문구가 보였다. 대부분이 녹색 옷을 입었다. 신 위원장은 현장안내를 도왔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쇼케이스에서는 다섯 팀을 소개했는데 공약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팀별로 출마연설, 선거 포스터, 선거운동 명함을 준비했다.

후보자는 차별금지법, 혼인평등, 청소년 정치참여 보장, 민간기업 임금 공시제, 성희롱 무관용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생활동반자법을 발표했다. 청년, 여성, 성소수자를 위한 정책이자 국회에서 소외된 정책이었다.

‘야망과 정치’ 팀의 후보자로 나선 닉네임 ‘꽃부농모자’(29)는 인터넷 매체에서 글을 쓴다. 여성인권을 지지하는 글을 쓰자 회사에서 일언반구 없이 글을 삭제했다. 그는 자신을 길들이려는 사회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다. 정당활동에 거리감이 있었지만, 여성혐오가 만연한 사회를 향한 의지를 보여주고자 2020 여성출마 프로젝트에서 후보자로 나섰다. 그는 출마를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 후보자가 연설하는 모습

프로젝트 전에 그는 과연 정치인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원외정당인 녹색당이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다. 하지만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녹색당이 큰일을 해냈다’고 느꼈다. 어떤 정당도 성공하지 못했던 그를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계속 정치할 생각입니다. 한국사회에 청년 여성이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로 정치권력의 주체가 되는 모습을 보여줄 거예요. 청년 여성이 더 이상 겸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행사가 끝나고 신 위원장은 “모두 제 역할을 잘 해주신 것 같아서 감동적이었다. 앞으로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어떻게 할지 당 차원에서 방법을 모색해 실천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윤지소 부연구위원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준비된 후보를 양성해 이들의 출마 및 당선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청년,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제고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청년여성정치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출마자를 찾고, 실제 이들의 출마를 지원하는 일 자체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2020 여성출마 프로젝트는 쇼케이스를 끝으로 인큐베이팅 과정을 마쳤다. 녹색당은 참가자 중 경선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자를 대상으로 엑셀러레이팅 과정을 계획하고 있다. 출마후보팀을 구성하고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심화이다.

참가자는 생계를 포기하고 직업 정치에 도전한다. 당선 가능성은 희박하고, 지지자도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도전을 시작으로 남성 중심의 한국 정치 패러다임에 균열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들의 출마 도전기를 계속 취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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