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이상형은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느낌이 좋은 사람이에요. 근데, 키는 175이상, 성격은 밝은 사람, 얼굴까지 잘생기면 금상첨화겠죠!

사진과 프로필을 보며 클릭. 컴퓨터 없이는 못 산다는 新인류 Y세대에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미팅 방법이다. 마주 보며 대화할 필요가 없다. 영화「접속」에서처럼 한번 만나보기 위해 긴 시간을 기다리며 그 사람의 얼굴을 그려볼 필요도 없다. 여자친구가 필요해서 골드뱅크 미팅방(http://www. goldbank.co.kr)에 가입했다는 이용택씨(24. 서울)는 "마케팅처럼 자신의 정보를 파는 것이 조금 맘에 걸리긴 하지만 이것도 신 풍속도가 아닐까요."라며 인터넷 미팅에 대해 말했다.

인터넷 속에는 무수히 많은 만남의 방이 있다. 검색 엔진 NAVER에 등록된 미팅 사이트만도 286개다. "인연은 만들어 가는 거야"라는 모 의류 CF의 여주인공처럼 많은 젊은 네티즌들은 자신의 인연을 만들기 위해 미팅 사이트에 접속한다.

작년 12월에 문을 연 대학생 전용 미팅 사이트 '캠퍼스 듀오(http://goreport.co.kr)'의 경우 회원만도 5000명이 넘는다. 캠퍼스 듀오를 운영하는 권순진(24)씨는 "하루에도 50∼60여명이 신규회원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주마다 금주의 우수 회원을 뽑는데 이번에 탤런트 박용하씨가 뽑힌 거 있죠. 가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직접 전화가 오는데 박용하씨 경우 이 사이트에 가입하면서 인터넷을 배웠대요"라고 말했다.    

만남의 주선 방법도 다양하다. 요즘 젊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통신 기기를 이용한 삐삐팅·핸디팅·PCS팅, 예쁜 사진 하나쯤은 필수 스티커팅, 나의 이상형을 캐릭터로 만들어 찾는다 캐릭터팅. Y세대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미팅 형태다. 미팅 사이트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다양한 선택의 길로 나뉘어 진다. 나우누리에서 제공하는「화상팅! 핸드폰군, PCS양」을 보면 통신기기와 소리설정에 따라 사람의 성격을 달리한다. 여성은 소리설정에 따라 나누어진다. 진동은 섹시한 스타일, 댄스는 톡톡 튀는 스타일, 클래식은 지적인 스타일, 민요는 나라사랑 스타일, 벨은 무덤덤한 스타일이다. 남성의 경우 갖고 있는 통신기기에 따라 011은 샤프한 스타일, 017은 근육질 스타일, 016은 지적인 스타일, 018은 터프한 스타일, 019는 귀여운 스타일로 특징지어져 있다.

사람을 고르는 방법도 가지가지. 골드뱅크 미팅방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사람을 직접 고를 수 있다. 나이, 성별, 사진의 유무, 혈액형, 취미, 현 거주지, 성격 등에 따라 선택의 범위를 설정한다. 요즘 유행하는 연하커플을 반영한 듯 나이에 따른 선택 사항에 연상뿐 아니라 연하도 가능하게 해 눈길을 끈다. 선택을 컴퓨터가 해주는 경우도 있다. 캠퍼스 듀오의 경우 '데이트 게임'을 통해 가장 자신과 적합한 상대방을 골라준다. '데이트 게임'은 실제 남녀간의 데이트 상황을 10개의 질문을 통해 시나리오로 작성하여 교감지수를 산출, 점수에 따라 상대방이 결정된다. 교감지수가 7 이상이면 '찰떡궁합', 5 이상이면 '한번 만나볼 만하다', 3 이상이면 '편지로 왕래부터', 2 이하면 '신경 끊으세요'다.

이런 가벼운 만남은 물론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을 주선해주는 곳도 있다. Kntl world (http://www.kntl.co.kr)에서 제공하는 사이버 미팅의 경우 '선보기 미팅'이 있어 젊은 남녀를 중매해준다. 본인이 만남을 신청하기보다는 동생들의 신청이 주를 이루고 있어 특이하다.
하지만 대부분이 장난 삼아 가볍게 만나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어 혹시나 해서 들어온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학 3학년인 김모양은 "가입할 때는 어느 정도 설레는 마음이 있었어요. 하지만 너무나 가볍게, 자기 소개나 기타 이유 없이 휴대폰 번호만 남기고 가는 경우가 많아서 실망이 컸어요. 모르는 사람인데 바로 전화 걸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서울-강북/ 저는 깨끗하게 즐길 분은 찾습니다. 관계도 그렇고 시작과 끝이 프리섹스 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서로의 비밀과  지킬 건 지켜주는 매너를 중요시합니다.

모든 만남이 새롭고 재미있는 것만은 아니다. 인터넷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인 정보의 자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른 매체에 비해 쉽게 제공할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다는 정보의 자유가 오히려 새로운 만남을 흐리고 있다. 인터넷상에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누드팅이 그 예다. 채팅 나라에서 제공하는 누드팅의 경우 대다수가 성에 관련된 것을 주로 다룬다. 자신의 목적과 연락처를 남기고 자신의 용모를 설명하며 하룻밤의 상대를 구한다.

정착되지 않은 통신 문화로 인해 서비스를 중단하는 사이트도 있다. 97년 인터넷 미팅 사이트를 처음 열어 시선을 끈 <Love is>의 경우 삐삐팅을 잠정 폐쇄하기로 했다. 자신의 정보를 올리지 않고 남의 삐삐 번호를 올려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음란물 수위도 높아지고 있어 서버에 추적 장치를 추가하는 등 사이트 운영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 의해 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비단 <Love is>만이 아니다. 러브챗(http://www.lovechat.cc)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촌에 사는 김모씨는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전화번호가 '이쁜아이'라는 아이디에 '지현'이라는 여자 이름으로 등록되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피해들이 속출하자 러브챗은 폰팅·핸디팅 등 직접 연락을 하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정보의 유출과 음란성 글은 사이트의 가입 절차가 간단할수록 많아진다. 사이트 관리자의 기술적인 문제와 네티즌들이 가입 없이 가볍게 즐기려는 마음이 만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단한 절차의 가입은 곧 익명성과 연결되어 평소 할 수 없었던 행동을 인터넷 속에서 하게 된다. 피해사례가 많아지자 차츰 가입 절차를 까다롭게 바꾸는 사이트들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미팅 사이트들은 가입자의 정보를 흘리고 있다.

"항상 새로운 방법은 장·단점이 있죠. 이런 방법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을 보는 건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하지만 저는 가입하기 싫어요. 아직 인터넷의 보안이나 사람들을 100%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인터넷을 자주 이용한다는 이화여대 3학년 김자연씨의 말에는 아직 정착되지 않은 사이버 세계의 만남의 씁쓸함이 남아있다.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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