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려고 뉴욕타임스를 구독한다. 구독자가 되면, 배달되는 신문과 함께 디지털 접근권도 제공된다. 전공 때문에 온라인으로 미디어면을 거의 매일 확인한다. 급변하는 미디어와 저널리즘 세상에 대한 정제된 기사들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8월 7일자 신문에서 이 회사의 2분기 경영보고서를 바탕으로 쓴 기사를 읽었다. 인쇄하니 A4 용지 1장 반 정도였다. 물론 처음 보는 내용은 아니었다. 지난 10여년, 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같은 기사를 복사해 자주 읽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기사를 보면서는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신문의 현실과 너무 커다란 격차를 다시 실감했기 때문이다. 크게 세 가지 차이가 뚜렷하게 보인다.

▲ 뉴욕타임스 미디어면

독자신뢰를 위한 경영상태 공개

첫째는 뉴욕타임스가 자기 신문에 자기 회사의 경영상태를 기사로 보도하는 관행이다. 우리 신문은 절대로 안하는 선택이다. 뉴욕타임스는 매 분기 보고서가 나오면 빼지 않고, 자기 회사의 경영실적을 기사화 한다.

매출이 크게 늘었을 때만이 아니라 손실 규모가 크거나, 주식시세가 폭락했을 때도 예외 없이 게재한다. 그러한 기사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장의 인터뷰 내용이 포함된다.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분기실적에 대해 주주와 독자에게 자기 목소리로 설명을 한다는 뜻이다.

취재기자는 그러한 경우 사장을 상사가 아니라 하나의 취재원으로 다루게 된다. 우리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로 보이지만, 가야할 길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관행의 바탕에는 독자에 대한 존중이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들이 하는 일을 투명하게 드러내면 독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뉴스 홈페이지(www.nytimes.com)와 별도로 회사 홈페이지 (www.nytco.com)를 운영한다. 여기를 가보면 회사의 역사에서부터 가치관과 경영상태를 설명하는 자료들이 명료하게 제공된다.

2019년 8월 20일 현재 홈페이지 게시자료에는 뉴욕타임스가 고용한 기자가 1600명, 2018년 말 현재, 유료 구독자는 430만 명이라는 내용이 포함된다. 우리 언론현실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놀라운 정직성이다. 왜 미국시민이 이 신문을 그저 신뢰하는 게 아니라 존중하는 지를 느끼게 해주는 접근방식이다.

▲ 뉴욕타임스 회사 홈페이지

뉴욕타임스 유료독자 470만

두 번째 차이는 이 기사의 제목을 차지하는 유료독자의 숫자다. 이 기사는 2019년 2분기 말, 뉴욕타임스 유료독자가 470만 명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2분기에만 19만 7000명의 독자가 늘었다. 세계 신문시장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경이적인 역주행이다.

지난 5월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서울 특파원을 초청해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일본 신문독자의 감소추세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 특파원에 따르면 마이니치신문은 해마다 20만 명 정도의 독자를 잃는다고 한다. 현재 300만 명 정도의 독자를 가진 마이니치신문은 이 추세가 계속되면 10년 후 신문의 소멸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신문독자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일본의 상황이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뉴욕타임스의 유료독자 확장 추세는 놀라운 일이다. 뉴욕타임스의 종이신문 독자는 90만 명 정도에서 정체된 상태지만 디지털 독자는 이미 380만 명을 넘었다.

디지털 유료독자를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한 우리 주요 신문이 반드시 들여다 봐야하는 부러운 통계임에 틀림없다. 이 기사에서 뉴욕타임스의 마크 톰슨 사장은 자기회사 목표가 2025년까지 1000만 독자를 확보하는 일이며, 지금의 추세가 계속되면 달성 가능성이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정직성의 정도

뉴욕타임스는 분기 경영보고서 보도에서 어두운 자료를 감추지 않는다. 이 기사를 보면, 이 신문의 매출규모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5.2% 늘었다. 그러나 경상이익은 4000만 달러를 기록했던 전년도 2분기에 비해 200만 달러 정도 줄어든 3790만 달러에 그쳤다고 밝혔다.

경영자료의 공개수준도 매우 세밀하다. 기사를 보면, 2분기 구독료 수입은 2억 7000만 달러 정도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000억 원이 넘는 액수다. 전년에 비해 3.8% 늘어난 숫자다.

디지털 구독료는 전체의 절반이 조금 안 되는 112만 달러 정도였지만 증가율은 가팔라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정도 늘었다. 광고수입 추세는 디지털쪽이 늘고, 지면광고는 줄어드는 상황이 지속됨을 보여준다. 그러나 절대액수를 보면, 아직은 지면광고가 6200만 달러, 디지털 광고는 5800만 달러로 지면광고 비중이 더 높다.

뉴욕타임스의 딘 베케이 편집인은 유튜브 강연에서 80대 20 수준이던 광고 대 구독료  수입 비중이 이제는 구독료가 70%에 육박하는 비중으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2019년 2분기 자료를 보면, 그의 말대로 구독료 비중이 67% 수준에 다다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베케이는 이러한 수익구조의 변화는 이제 뉴욕타임스가 광고주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아도 되는 신문이 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직 독자를 위해 좋은 기사만 쓰면 되는 신문으로 탈바꿈 했다는 뜻이다.

베케이 편집인은 그래서 지금이 뉴욕타임스 저널리즘의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며 1200명 수준까지 줄었던 편집국 기자가 1600명으로 무려 400명이나 늘어난 현실 또한 베케이 편집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고무적인 자료이다.  

한국 신문의 숙제

같은 시대를 지나가는 우리 신문에는 부럽기 만한 뉴욕타임스의 현실이다. 7, 8년 사이 편집국 인력을 400명이나 늘릴 수 있는 상황변화는 전체 편집국 인력이 300명을 밑도는 우리 대표 신문사 처지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디지털 유료독자를 400만 명 가까이 확보하는 일, 분기 경상이익을 500억 원 수준에서 내는 일도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신문 없는 민주사회는 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저널리즘이 사라진 유튜브 세상은 지독한 정파성 주장만 넘쳐날 것이다.

늦었지만 우리 신문도 뉴욕타임스의 성공경험을 철저히 벤치마킹하기 바란다. 사업이나 저널리즘의 생태계는 많이 다르지만 적어도 한국을 대표하는 신문 하나 정도는 뉴욕타임스 수준의 정직성과 투명성으로 저널리즘의 가치를 세워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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