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워싱턴의 시차는 13시간이다. 미국의 아침 7시는 한국에서 저녁뉴스가 나오는 8시다. 그렇다보니 워싱턴 생활은 밤낮이 바뀔 때가 많다.

MBC 박성호 특파원은 리포트를 하는 날이면 현지시간으로 새벽 1시30분에 일어나 기사를 쓴다고 한다. 녹음을 하고 야외에서 스탠드업 촬영까지 마치면 벌써 오전이 된다.

“점심에 취재원과 약속이 있으면 한두 시간만 자고 다시 나와야하기 때문에 생활 리듬이 대단히 불규칙적이다.” 하지만 그는 현장에서 취재하는 하루하루를 ‘가장 살아있고 의미 있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 박성호 특파원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취재모습 (사진제공=박성호 특파원)

박 특파원은 해직기자였다. 김재철 사장 시절에 MBC 기자협회장으로서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며 보도국 기자의 제작거부를 주도했다. 파업은 2012년 1월 30일 시작, 같은 해 7월 18일에 끝났지만 그는 MBC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지난 뒤에 돌아와 MBC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 앵커로 복귀했다. 미디어오늘은 박성호 기자와 손정은 아나운서의 앵커복귀를 두고 “파업 당시 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끝까지 싸웠던 언론인들의 ‘귀환’”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취재현장을 늘 그리워했다. 후배들과 머리를 맞대며 뉴스쇄신에 기여하고 싶었다. 그는 “(뉴스데스크 앵커는) 능력에 비해 큰 짐을 져야 하는 자리였다. 외롭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다시 현장에 나가는 기회에 손을 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워싱턴 특파원으로 현장에 다시 나갔다. 워싱턴에서만 보이는 미국을 한국에 제대로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5월 28일 그리고 지난달 16일, 두 번에 걸쳐 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남북미 관계와 미국정치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전임자에게서 보기 힘들다. 미국 국민의 평가는 양분된다.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YouGov)가 지난달 14일~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현재를 묻는 질문에 36%만이 옳은 방향으로, 52%는 잘못된 길로 가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응답한 사람 중에서 78%는 미국이 잘못된 길에 있다고 대답했지만 공화당 지지자라고 응답한 사람 중에서는 22%만이 잘못됐다고 대답했다. 공화당 지지자 중 70%는 미국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봤다. 정치성향과 지지정당에 따라 크게 다르다.

박 특파원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식 정치가 미국이 소중하게 여긴 가치와 규범을 훼손한다고 생각해 부정적이다. 하지만 공화당 지지자, 그중에서도 ‘red state’(중부 내륙지역)와 백인 저소득층의 평가는 아주 좋다”라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경제정책이 성공적으로 나타나면서 보수층의 지지는 단단해졌다. 미국 노동부는 6월 실업률이 3.7%라고 7월에 발표했다.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꾸준히 3%대를 유지한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성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박 특파원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다는 점만 빼면, 참 나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을 편 가르는 분열의 정치, 지지층에 분노를 주입시키는 선동, 시스템에 의한 의사결정과 협치를 무시하는 리더십을 문제로 지적했다.

의회를 무시하고 언론을 공격하며 민주주의를 흔드는 사람이 민주주의 본고장이자 대통령제를 창시한 나라에서 계속 성공한다면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의 건강한 신념마저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워싱턴 외교가의 기존 상상력을 뛰어넘는 트럼프의 행동이 한반도 평화에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사실”이라고 보았다. 그는 트럼프가 아니었다면 북한과의 긴장완화를 이 정도까지 할 수 없었다고 평가한다. 이는 워싱턴 전문가의 평가와도 비슷하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존 박 선임연구원은 “시작단계를 쉽게 해준다. 이제 실무자는 위에서 말한 내용만 실행하면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톱 다운 방식이 미북 관계가 빠르게 진전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존 박 선임연구원은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 주최로 7월 19일 이화여대 SK텔레콤관 508에서 강연하면서 트럼프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주고받으면서 양국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박성호 특파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도전 출정식 현장을 찾았다. (사진제공=박성호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은 7월 2일 국무회의에서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민병욱 대변인은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곳에서 만남을 가진 것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어떤 성과가 있었는가를 자문하면 물음표다”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서로 다른 평가가 나온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대해 박 특파원은 “형식상은 쇼였지만, 내용상은 북미관계를 이대로 놔둘 수 없다는 두 정상(트럼프와 김정은)의 공감대를 보여준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다시 중재자, 촉진자로 부상했는지 묻자 그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중재자, 촉진자라는 용어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미국은 한국을 중간자가 아닌 동맹으로 보며, 북한은 한국을 동족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두 국가 모두 인정할 수 없는 표현이라고 한다.

대신 한국의 역할은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레드라인’을 넘는 무모함으로 판을 깨지 못하게 현 상황을 잘 이해시키며, 미국의 예측 불가능한 지도자가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잃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특파원은 “북미관계가 한반도 평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워싱턴 특파원으로서 북미관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7월 29일 기준으로) 그가 보도한 46개의 뉴스데스크 리포트 중 29개는 북미관계였다. 앞으로는 미국 의회정치와 인종, 이민 등 사회분야에 관한 기사를 다양하게 다뤄보고 싶다고 한다.
 
특파원으로 취재하며 느끼는 보람을 묻자, 그는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언급했다. 외신기자이기에 접근권이 떨어지고 직접 뛰어다닐 현장이 국내에 비해 적어 제약이 많다. 그래서 싱크탱크에서 세미나가 열리면 기회 닿는 대로 다닌다고 한다.

그는 취재원을 발굴해서 관계를 맺는 게 힘들지만, 그렇게 해서 미국 행정부가 돌아가는 기류를 파악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특파원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접하고 자료를 손쉽게 수집할 수 있기에 꾸준히 흐름을 분석하며 쫓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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