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경제
사라지는 직업 (7) 이발소
이윤지 기자 | 승인 2019.08.04 18:51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7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사직이용원에 도착한다. 입구를 가리던 커튼을 열고 들어서자 70대 이발사 오광덕 씨가 반갑게 인사했다.

사직이용원은 5개월 전, 유명 유튜버의 ‘동네 이발소 체험기’ 영상에 등장하면서 발길이 늘었다. 그는 “오늘 오전에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왔다가 갔다”며 웃었다.

이용원 벽에는 고객이 남긴 메시지가 많았다. 의자 3개, 세면대 하나. 좁은 공간이지만 고객층이 다양하다. 지방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찾기도 한다. 오 씨는 부산이나 광주에서 올라온 고객의 메시지를 보여줬다.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은 오랜 단골집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오 씨는 젊은 손님이 늘어나자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은 웬만하면 다 가능하다”고 했다. 70대의 나이에도 열정이 넘쳤다.

▲서울 종로구의 사직이용원

그는 이발사로 일한 지 48년쯤 됐다. 사직이용원에서는 1986년도부터 일했다. 처음에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한 기술이 필요했다. 보릿고개 시절이라는 말을 들어봤냐는 질문에서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고객이 마음에 들어하면 더 뿌듯하다고 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하고 싶냐고 묻자 오 씨는 “단언할 수는 없지만 3년, 아니 4년…”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인터뷰가 끝나길 기다리던 고객은 “더 오래 하셔야지 무슨 말씀이냐”고 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그만큼 사라지는 직종이 늘어나는 중이다. 동네마다 흔하던 문방구나 구멍가게가 지금은 보기 드물다. 국세청에 따르면 1980년대 초, 3만 명에 육박했던 이발소 사업자는 2017년 2월 기준, 1만 2200명 정도로 줄었다.

직장인 이병로 씨(56)는 “이발소에 가면 미용실에 갔을 때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근방에 남은 이발소는 여기뿐이다”라는 오광덕 씨의 말처럼 이발소는 빠르게 사라지는 중이다.

▲이용원 벽에 고객이 남긴 메시지

최근에는 이발소를 젊은 고객의 취향에 맞춘 바버샵이 주목받는 중이다. 바버샵은 유럽에서 출발한 남성전용 미용실이다. 서울 용산구 레드폴바버샵의 이수호 씨(30)를 만났다.

이 씨가 바버로 일한 지는 3년째다. 미용사와 이발사의 자격증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이발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이발소에서는 남성다움을 강조하는 커트가 중요하다. 칼날을 사용하는지의 여부도 미용실과 이발소의 큰 차이점이다.

서울 용산구의 레드폴바버샵

바버샵을 젊은층만 찾는다는 추측은 오해라고 했다. 레드폴바버샵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고객이 찾는다. 이 씨는 “쉬다 간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며 바버샵을 찾는 이유로 편안함을 들었다.

서울시는 2017년 9월, 종로·을지로 일대의 전통 있는 가게 39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가게에는 ‘오래가게’라는 명칭을 붙였다.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오래된 가게였던 곳이 이제는 지켜야 할 곳이 됐다.

바버샵이 이발소의 전통을 이어 받았지만 오래된 가게에는 많은 서민의 삶과 추억이 담겨있다. 오광덕 씨가 몇 년이고 고객의 머리를 만지는 이유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11-1 이화여자대학교  |  대표전화 : 02-3277-2267  |  팩스 : 02-3277-2908
발행인·편집인 : 이재경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경
Copyright © 2013~2019 스토리오브서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