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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소통의 시작
한지은 기자 | 승인 2019.08.04 18:48

 

TV에서 봤던 가장 오래된 기억은 2017년 6월 7일,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관련 보도다. 1년 뒤인 2018년 9월 18일, 북방한계선(NLL) 보도를 마지막으로 저녁 9시 뉴스에 등장하지 않았다.

어디로 갔을까? 사라진 그를 유튜브에서 찾았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의 KBS 김기화 기자. 궁금해서 인터뷰를 요청한 다음 날, 3월 27일 오후 2시 KBS 신관 카페에서 만났다.

▲ KBS 김기화 기자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은 KBS 기사의 댓글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다. 김 기자의 기획으로 2018년 가을 시작됐다. 오귀나 라디오PD가 연출하고 홍성희 옥유정 강병수 기자가 함께 출연한다. 기자 PD 작가가 협업하는 온라인 중심 프로그램이다.

초기에는 저녁 9시 뉴스가 끝나고 회사에 자발적으로 남아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매주 목요일 녹화본을 다음 주의 월요일과 목요일에 업로드 하던 시스템이 올해 3월 말부터는 매주 화요일 녹화본을 목요일과 금요일에 나눠 업로드 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시의성 때문이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에서는 기자를 불러서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고 해명기회를 준다. ‘기레기 판별기’ 코너를 통해 해당 기자가 ‘기레기’인지를 묻기도 한다. 팩크체크 코너도 신설했다.

모든 과정은 기자들이 ‘썰을 푸는’ 방식으로 한다. 9시 뉴스를 맡은 엄경철 앵커가 나와 ‘(김 기자 말에 따르면) 뼈를 때리는 댓글들’을 읽으며 각오를 다지고 갔다. 지나친 표현이라는 댓글의 지적에는 사과하는 영상을 찍어서 올린다. 왜 하필 댓글일까.

“트위터나 커뮤니티, 포털을 보면 사람들이 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더라고요. 기자들이 그걸 읽으면서 반응할 생각을 안 하고 방법도 없고, 소통창구가 없길래 안타까웠어요. 사람들이 더 궁금해 하거나, 더 듣고 싶거나 화가 나는 부분이 있을 텐데, 그렇게 만들었으면 우리가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기자는 유튜브 영상의 댓글에 일일이 글을 달다가 건초염에 걸렸다. 손가락을 많이 쓰는 직업군에서 걸리는 질병이다. KBS의 정보경찰 보도에서 ‘익명 처리의 배경’을 왜 언급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는 24화 구독자 댓글에 그는 다음 화에 다루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의 말은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26화, ‘삼성 잡으려다 경찰 잡은 검찰?’로 현실화 됐다. 기사배경, 맥락에 관한 댓글이 많은 탓에 다뤘지만 자신의 댓글이 기자들에게 실제로 전해진다는 점을 경험하게 했다.

KBS는 myK, KBS 뉴스 등 자체 어플리케이션, 지상파 3사가 함께 운영하는 푹(pooq)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운영한다. 이런 플랫폼을 두고 왜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선택했는지 물었다.

“우리는 지상파TV라는 엄청나게 큰 플랫폼을 갖고 있죠. 이제는 온라인 쪽이 지상파TV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커지고 있단 말이에요. 이걸 소비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데, 지상파TV에서는 만들 수가 없어요. 심의도 많고, 자유롭기 어려워서. 우리가 갖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은 사람이 없어요.”

▲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페이지 (출처=KBS 홈페이지)

디지털국이 처음부터 유튜브를 함께 하라고 조언하자 팟캐스트에서만 진행하려던 초기계획을 수정했다. 그렇게 운영하기 시작한 유튜브 계정은 인터뷰를 하던 3월 27일 0시를 기준으로 1만 7596명이, 5월 14일 기준으로 4만 2620명이 구독한다.

기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SNS 방송으로는 JTBC의 소셜라이브가 유명하다. 5월 14일 기준으로 JTBC 뉴스 구독자는 97만 명. 같은 날 기준으로 YTN 유튜브 구독자는 111만 명으로 언론사 중에서 1위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물었다.

“주변에서 이야기를 해주긴 하는데, (딱히) 차별점을 두고 싶진 않아요. 우리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에요. 거기는 취재 이야기를 한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취재 후기를 재미있게 하죠. 재미있게 하려고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콘셉트고, 잘 다가가려는 게 중요한 콘셉트에요.”
1화 때부터 구독한 홍윤지 씨는 “기사에 나오지 않는 사건의 이면, 맥락을 자세히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기자가 편하게 대화하는 형식도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김 기자는 3월 조직 개편 때 보도본부에서 편성본부 내 디지털미디어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장이 그립지 않은지 물었다.

“아쉽죠. 제가 전공이 국제정치고 석사까지 했기 때문에, 제작부 가기 전에는 외교부에 계속 있겠다고 했어요. 아쉽게도 뉴스 제작부로 나왔는데, 나온 김에 뭐 하나 만들어볼까 해서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을) 만든 거죠.”

▲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의 방송화면 (출처=유튜브)

댓글에서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물었다. 출연 후 변화를 약속한 기자들이, 9시뉴스 개편을 앞두고 앵커가 다짐을 했는데 왜 KBS는 달라지지 않느냐는 지적이었다.

“중요한 건 이 프로그램을 점점 사내에서 더 많이 보거든요. 그래서 댓글 달아주신 분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변화에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내부에서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거든요.”
서강대 원용진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는 “자신을 돌아보고 수용자와 직접 만날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이 라디오에 편성됐기에 KBS는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모두 비평 프로그램을 가진 셈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의 기자’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로봇 저널리즘의 활용, SNS를 통한 빠른 뉴스 소비, 1인 미디어의 활성화가 기성언론에 영향을 주니까 기자역할이 줄었다고 하자 그는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트짹이라 하잖아요, 트위터에서 하는 말이 현장을 더 빨리빨리 보여준다고. 이런 상황에서 기자가 더 중요해 졌다고 생각해요. 아, 얘네가 하는 말은 믿어도 되겠다는 신뢰가 더 중요해졌어요. 기자는 그런 ‘신뢰의 담지자’가 되어야 하는 거죠.”

인터뷰 내내 유쾌함으로 일관했던 김기화 기자. 구독자 2만 명이 되면 라이브 방송을 꼭 하겠다고 다짐했다. ‘댓읽기’ 페이지에서는 댓글을 다는 시민과 원활하게 소통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목표대로 시민과 기자의 간극을 좁히기를 기대한다.

▣ 인터뷰 이후

인터뷰를 하고 4개월이 지났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에 변화가 생겼다. 라디오 편성시간이 일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로 바뀌었다. 홍성희 기자가 빠지고 정연욱 기자가 새로 합류했다.

매달 한 번의 라이브 방송을 목표로 할 만큼 구독자가 늘었다. 구독자 2만 명을 기념하는 방송을 하고 보름이 되지 않아 5000명이 또 늘어 8월 1일 현재 5만 3000명에 이른다.

김 기자는 댓글에 일일이 답을 달지 못하게 됐다고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영상을 통해 사과했다. 대신 하나하나 꼼꼼히 읽는 일은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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