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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집회 3개월 취재기 ② 분노
최다은·강수련 기자 | 승인 2019.06.02 20:37

 

대한애국당 행진은 오후 1시 30분, 서울역에서 시작한다. 서울시청 앞을 지나 광화문으로 향한다. 같은 시각 광화문광장에서는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 등의 집회가 열린다. 행진은 오후 3시 30분부터 1시간 정도다. 여러 단체가 뒤섞인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풍자한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고,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에 환호했다. ‘물러나라, 물러나라, 그 자리서 물러나라.’ 음악에 맞춰 계속 행진했다. 지나가던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중장년 이상이 대부분이었다. 옷차림이 눈에 띈다. 몸에 태극기를 하나 이상 지녔다. 어떤 사람은 성조기를 들었다. 무궁화와 태극기 등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배지를 달기도 했다.

일부는 군복을 입었다. 육군 장성 등 직업군인 출신이다. 얼굴에 태극기를 그린 모습이 보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를 연상시켰다. 손에는 피켓이나 팸플릿을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풍자한 모습

토요일의 광화문광장은 집회준비로 오전부터 분주하다. 주최 측은 오전 10시가 되면 부스, 무대, 앰프, 연단을 설치한다. 팸플릿과 플래카드를 나눠주고 간단한 식음료를 준비한다.
 
보수단체는 경찰에 각각 집회신고를 한다. 장소 역시 다르다. 광화문네거리의 동화면세점 앞에는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과 자유우파시민연합이 있다. 미국 대사관이나 KT 건물 근처에서는 6·25 유공자 단체가 활동한다. 대한애국당은 서울역에서 시작한다.

광장에는 태극기가 성조기가 휘날린다. 연설, 확성기 구호, 북과 꽹과리 소리. 그 사이로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배경음악처럼 꾸준히 들리는 노래가 있었다. 대한애국당의 당가 ‘양양가’다. 개인의 목숨보다 애국을 강조한다.

“인생의 목숨은 초로(草露)와 같고 / 조국의 앞날은 양양(襄陽)하도다 /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아~ 아~ 이슬같이 기꺼이 죽으리라.”

아주 시끄러웠다. 취재할 때도 소리치듯 이야기해야 제대로 들렸다. 광화문 교보문고를 자주 다닌다는 하 모 씨(27)는 “토요일에 광화문을 찾으면 소음 때문에 머리가 아파요. 그래서 이 시간대는 웬만하면 피하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행진을 앞두고 경찰은 펜스를 치고 교통을 통제한다. 차량은 대개 1, 2차로만 다니게 한다. 신호등은 무용지물이다. 자동차 운전자에게 힘들고 짜증나는 시간이다.

▲ 행진이 시작되자 경찰이 교통을 통제했다.

“언론이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있어. 아직 국민이 가짜언론을 믿고 있어.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나와야 해. 나라가 없으면 여러분도 없는 거야.” 집회 초기부터 참여했다는 이제왕 씨(60)의 말이다.현장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자세히 들으니 공통점이 보였다. 분노. 특히 언론에 대한 분노가 심각했다.

이들에게는 보수성향의 유튜브 채널이 대체재였다. 황장수의 뉴스브리핑, 정규재 TV, 신의한수를 구독한다. 제도권 언론보다 더 신뢰했다. 하루 15시간씩 시청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일민미술관 쪽에서는 공영방송 수신료를 거부하자며 서명운동을 했다.

집회가 3년 가까이 열리니 누군가에게는 광장이 생존의 터전이 됐다. “아저씨 냉커피! 커피요!” 중년 남성이 청와대 쪽으로 향하는 참가자에게 아이스박스를 들고 다니며 커피를 팔았다. 호두과자와 붕어빵 아저씨, 뻥튀기 아줌마도 자리를 잡았다.

▲ 참가자에게 태극기 문양의 배지는 인기품목이다.

많은 시민이 오가는 곳이라서 홍보물을 배포하거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서명운동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손자와 함께 거대한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할아버지, 신기하다는 듯 사진을 찍는 외국인….

집회가 만든 도심풍경에는 경찰이 빠지지 않는다. 형광색, 녹색, 파란색, 검은색 등 여러 색깔의 제복이 보인다. 형사, 의경, 교통경찰. 이들은 집회를 가장 가까이에서, 오래 지켜봤다.

대화 경찰이라는 이름표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 8월 생겼다고 한다. 여러 단체가 집회나 시위를 하면서 충돌이나 갈등이 생기면 중재한다.

“요즘엔 과격한 다툼은 거의 없고 감정적인 말싸움 정도가 있어요. 공권력으로 막기는 좀 그러니까 저희 대화 경찰이 배치돼서 중재하는 거예요.” 2월부터 활동했다는 경찰이 말했다.

손명숙 씨는 동화면세점 앞에서 작은 가판대를 운영한다. 60대라고 했다. 토요일마다 시끄럽지 않느냐고 묻었다. “그러려니 하고 있어요. 너무 시끄러우면 문 닫고. 그래도 정말 대단해요. 2년 반을 한 번도 안 거르고. 추우나 더우나….”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무효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일부 공감하는 내용이 있다고 했다. “(집회에서) 현 정부 정책이 베네수엘라 같다는 말이 나오는데 저도 그렇게 될까 두려워요. 나는 얼마 안사니까 괜찮은데 우리 손주들 안 좋은 거 물려줄까 봐.”
 
참가자 대부분이 손 씨와 비슷하게 말했다. “저는 살 만큼 살았어요. 그런데 앞으로 살아갈 우리 자식, 손주들이 걱정되는 거예요.”
 
편집장은 집회의 여성 참가자가 특히 궁금하다고 했다. 기사를 검색하니 여기에 주목한 내용이 거의 없었다. 태극기 집회하면 중장년 남성이 떠오른다. 취재팀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장을 자세히 지켜보니 절반은 여성이었다. 남성에 비해 잘 눈에 띄지 않았다. 대부분 선글라스, 모자,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말을 걸면 경계했다. 친절하게 대하다가도 취재라고 하면 입을 닫았다. 더 들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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