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는 늘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며, 또 사안에 따라 변했다. 세월호 추모행사가 열린 4월 13일이 특히 그랬다. 과격한 목소리가 평소보다 적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표현방식이 달라요. 소리를 지르고 악을 써야 풀리는 사람이 있고. 사람마다 무얼 중요시하는지가 다르니까.” 취재 초기, 교보문고에서 만난 김용인 씨(60)의 말이다. 취재가 끝날 무렵에 떠올랐다.

▲ 세월호 기억공간 앞의 추모 및 진상규명 요구집회. 뒤편으로 보수단체의 모습이 보인다.

광화문광장에서 3개월을 취재했다. 여성 참가자를 중심으로 관찰하고 대화했지만 남성과 특별히 다른 점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비슷한 모습이 많았다. 애국을 강조했고 반공, 반사회주의 경향을 보였다. 대한민국의 현 체제인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대부분 꺼냈다.

어떻게 쓸지 고민에 빠졌다. 이전 기사와 뭐가 다를까. 고민을 말했더니 편집장은 있는 그대로 쓰라고 했다. 그러면서 워싱턴포스트 기사(The white flight of Derek Black)를 추천했다.

데릭 블랙이라는 청년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미국 최대 규모의 보수 웹페이지를 운영하고 할아버지는 열렬 보수층이다. 게다가 데릭은 학창시절 홈스쿨링을 했다. 다양한 배경의 친구와 지낼 기회가 없었다. 그를 극단적 보수로 만든 배경이다.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대학에 다니면서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 한 번도 어울리지 못한 유대인, 히스패닉, 이슬람 출신이 많았다. 백인 우월주의자라는 말을 대놓고 할 수 없었다. 데릭은 외로웠다. 저녁모임 제안을 받았을 때 수락한 이유가 아닐까.
 
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변화가 생긴다. 당연하다고 믿었던 점에 의문이 생겼다. 카누를 타며 혼자 고민할 정도.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과 대화하면서 그의 고정관념과 가치관이 조금씩 바뀌는 과정이 나온다.

▲ 워싱턴포스트 기사

기사는 미국 신문편집인협회(ASNE)의 2017년 ‘정의로운 저널리즘(Dori J. Maynard Award for Justice in Journalism) 부문을 수상했다. 상의 성격은 이렇다.

“무지, 고정관념, 편협성, 인종주의, 혐오, 부주의, 무관심을 극복한 저널리즘을 상찬한다. (It celebrates journalism that overcomes ignorance, stereotypes, intolerance, racism, hate, negligence and indifference.)”

집회 참가자를 누군가는 극우세력으로, 누군가는 포퓰리즘의 희생양이라 말한다. 취재팀 역시 처음에는 그랬다. 단어 몇 개로 평가했다. 단순하게 생각했다.

세 번이 아니라 석 달 동안 만나면서 사안이 복잡함을 느꼈다. 보고 들은 내용이 100쪽을 넘었지만 한두 가지 키워드로 묶을 수 없었다. 취재를 했는데 해답이 아니라 질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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