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시조사관은 생소한 직업이다. 가족과 친구에게 설명하면 “대단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유족도 마찬가지. 검시과정을 옆에서 보다가 왜 이런 직업을 택했냐고 묻는다고 한다.

이미정 조사관은 어느 날 집에서 쉬다가 현장에 나가려했다. 두 살짜리 딸이 물었다. “왜요? 엄마, 누가 목맸대요?” 아이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이후 집에서 사건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았다.

딸은 지금 중학교 2학년이다. 가끔은 일이 많아 집에서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아이에게는 보여주지 않는다. 엄마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딸은 같은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여성경찰을 보면 이상하게 시비를 거는 시민이 있다. “야, 이리 와봐. 여자 짭새가 왔어!” 이런 말도 들었다. 이 조사관은 기분이 나빠도 상대하지 않고 넘어간다.

경찰내부도 처음에는 비슷했다. 이 조사관이 시체를 만지려 하면 남자경찰이 “너는 사진만 찍으라”고 했다. 약해빠진 여자가 뭘 하겠냐는 소리도 가끔 들었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했다. 피곤한 티를 내지 않았다. 어느 날 검사가 “이 보고서를 쓴 사람이 누구냐. 앞으로는 반드시 첨부하라”고 했다. 내용이 좋았기 때문이다. “뭐 하러 보고서를 쓰냐. 사진이나 달라”는 말만 듣다가 처음으로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지금은 사정이 나아졌다. 팀에 여자순경이 더 들어왔다. 여경비율이 점점 높아져 남녀 검시조사관의 비율이 반반 정도다.

▲ 검시에서 사용하는 도구

의사와 간호사는 사람을 살리므로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다. 검시조사관은 다르다. 사인을 밝혀도 유족이 슬픔에 빠지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변사 등 외상사건을 수시로 접하는 과학수사 요원의 20%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다. 얼마 전 들어온 신입경찰은 자신이 생각했던 일이 아니라며 나갔다.

이 조사관은 ‘춘천 예비신부 살인사건’을 맡은 적이 있다. 신고는 “20대 남자와 여자가 혼수 문제로 싸우다 격분해서 칼로 살해했다”는 내용이다. 현장에 도착하니 몸과 머리가 분리된 상태.

혈흔형태를 분석하고 선후관계를 따지자 목을 졸라서 죽이고 시신을 훼손했다고 나왔다. 신고와 다른 결과였다. 이 사례는 검시 교육자료로 쓰인다. 분석을 통해 가해자의 위증과 피해자의 사인을 밝힌 사례이기 때문이다.

취재팀이 인터뷰를 하는데 사건이 터졌다. 팀장과 팀원이 현장으로 먼저 갔다. 이미정 조사관도 양해를 구하고 따라갔다. 2시간 후 돌아와서도 보고서를 쓰고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그가 입사했을 때, 강원도에서 검시조사관은 3명이었다. 모든 사건마다 출동할 수 없기에 중요한 현장만 다녔다. 올해 2월, 검시조사관이 새로 들어왔다. 2명이 교대해도 일주일에 두 번, 밤 시간대 공백이 생긴다. 주 52시간 근무는 먼 나라 얘기 같다.

국정감사 자료(2017년)에 따르면, 2012~2015년간 발생한 변사사건이 11만 5140건이다. 하루 평균 78건. 검시조사관이 전국에 106명이므로 1명이 1년에 433건을 담당한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진선미 의원(현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 명이라도 억울한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초동수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검시조사관의 경우 변사사건 초동조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인력확충 방안을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춘천경찰서의 권영일 과학수사대 팀장은 “(검시조사관이) 반드시 필요하고,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의료지식이 있는 사람이 검시조사관으로서 현장에 나가므로 과학수사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감염문제도 해결할 필요가 있다. 변사현장은 비위생적이다. 고인이 에이즈나 결핵 같은 병을 앓았는지를 미리 조사해 출동할 수 없다. 보호복을 입고 이중으로 마스크를 쓰지만 분비물에 노출될 수 있다. 이 조사관은 “국가차원에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했다.

검시에서 사용한 핀셋은 세척하고 알코올로 닦아내는데 멸균이 잘 안 된다. 전자레인지 크기의 전용소독기(3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몇 차례 요청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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