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국 씨(36)는 4월 13일 고등학교 동창과 경기 수원의 챔피언 키즈카페를 방문했다. 그는 자리를 잡고 커피 두 잔, 그리고 아이들이 마실 뽀로로 음료 두 개를 주문했다.

아이들이 놀이방으로 들어가자 아빠 둘은 서로의 핸드폰을 보여주며 근황을 이야기했다. 그는 “친한 친구끼리 시간되면 같이 키즈카페 가자고 물어 보기도 한다”고 했다. 다른 탁자에서도 형제로 보이는 아빠 두 명이 딸 둘에게 음료를 먹였다.

▲ 아빠들이 키즈카페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

키키트리 키즈카페의 박신영 매니저(27)는 “주말에는 남성 보호자의 비율이 여성보다 1.5배 정도 많다. 아빠끼리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포털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아빠 육아’라는 키워드는 2017년 1만 9103건으로 2015년 1만980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추세는 인식의 변화에서 비롯했다.

4월 7일 경기 용인의 킹콩점프 키즈카페에서 만난 이 모 씨(41)는 두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에 왔다.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쉬도록 아이들을 교대로 돌본다고 했다. 키즈카페는 10곳 이상 갔다.

그는 “워라밸 덕에 남성에게 여유가 생기면서 남성 육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월요일에는 회사 동료끼리 술자리를 갖고 육아를 하면서 생긴 회포를 푼다”며 웃었다.

3월 23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의 키키트리 키즈카페는 점심식사를 하는 부모로 만석이었다.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는 아빠들이 눈에 띄었다.

이상범 씨(33)는 적어도 한 달에 두 번은 키즈카페에 간다고 했다. 아이들이 즐길 콘텐츠가 많고 안전해 마음이 놓인다는 이유에서다. “여성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잃는 게 많다. 그래도 육아로 얻는 에너지와 행복이 크니까 남성의 육아가 늘면 좋겠다.”

임유정 씨(45)는 여성의 육아부담이 크지만 점차 나아진다는 점에 동의했다. “남편에 비해 육아 비율이 8할이었지만 요즘은 하나라도 남편이 도와주려 한다. 이곳에서 남자 혼자 애를 보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변원섭 씨(37)는 놀이방에서 3살짜리 딸과 소꿉놀이를 했다. “아빠 맘마 주세요, 맘마.” 아이는 아빠 목소리만 들어도 까르르 웃으며 달려왔다. 한 달에 세 번 정도는 주말을 키즈카페에서 보낸다.

키즈카페에는 다양한 놀이시설뿐만 아니라, 아이와 놀아주는 직원까지 있어서 육아에 서툰 아빠도 마음 놓고 방문한다. 아이를 놀이방에 들여보내고 부모를 위한 쉼터에서 용무를 보는 방식이다.

4월 7일 방문한 수원 영통구의 너티차일드 키즈카페 쉼터에는 성인용 안마의자가 4개 있었다. 3개는 아빠들 차지였다. 탁자에서 남성 2명이 서로를 매제, 형님이라 부르며 이야기를 나눴다. 

키즈카페 열기는 온라인으로 이어진다. 보건복지부 정책 중 하나인 아빠들의 온라인 육아 카페 ‘100인의 아빠단’은 2011년부터 8기째 운영됐다. 5월 22일 기준으로 회원이 1만 2683명이다.

이곳에서는 ‘키즈카페 소개하기’ 같은 미션을 수행하며 아빠끼리 육아정보를 공유한다. 키즈카페 방문기를 영상으로 제작해 올리기도 한다. 고용노동부는 온라인 플랫폼 ‘아빠넷’을 통해 육아정보를 제공한다.

정한솔 씨(31)는 “육아에 대한  남성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혼자 키즈카페에 가면 괜히 머쓱하고, 아빠들끼리 위로하는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