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 4월 10일 인구조사를 빙자하여 방문한 중앙교육사 방문판매원의 선전에 못 이겨 ‘곰돌이 천재교육’ 등 3종의 도서를 49만4천원에 24개월간 할부구매키로 하고 ……. B씨는 지난 1월 27일 ㈜동아프라임 대전지국 영업사원에게서….” (연합뉴스, 1990년 12월 7일)

“재정 상태가 나쁜데도 협회는 전임회장 A씨(2018년 초까지 재직)에게 퇴임 직후 4억여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 A회장은 1100만원, B본부장은 610만원, C팀장은 540만원을 받았다.” (중앙선데이, 2019년 2월 16일)

두 기사는 실명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사에서 자주 보는 유형이다. 일부 기사는 취재원 성(姓)을 따서 알파벳을 쓴다. 김 씨를 K 씨, 박 씨를 P 씨로 표기하는 식이다.

국내언론은 익명 취재원을 오래전부터 사용했다. 김 아무개 씨, 최 모 씨, 관계자, 소식통…. 언제부터인지 국내언론이 A 씨라는 표현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A 씨는 누구일까? 스토리오브서울 미디어취재팀이 알아보기로 했다.

조사대상인 종합일간지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경제지는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였다. 방송사는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그리고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를 넣었다.

신문은 메인 섹션, 방송은 저녁 메인뉴스의 6일치를 기준으로 했다. 인명에 A~Z까지 알파벳을 사용한 기사를 ‘A씨 기사’라 하자. 2019년 2월 11일부터 16일까지를 분석했다.

신문에서는 평균 12건이 나왔다. 경향신문(16건) 동아일보(12건) 중앙일보(9건‧중앙SUNDAY 포함) 매일경제(8건) 한국경제(5건) 조선일보(6건) 한겨레(4건). 방송은 평균 6건이다. JTBC(8건) 채널A(8건) TV조선(5건) MBC(4건) KBS와 SBS(각 3건) 순이었다. 연합뉴스는 373건.

신문은 사설과 칼럼을 제외하고 6일 동안 기사 167~660건을 출고했다. 같은 기간에 방송은 평균 138건을 메인뉴스에 내보냈다(날씨와 클로징 멘트 제외). 이런 점을 고려하여 전체 기사에서 A 씨가 나오는 기사의 비중을 알아봤다.

▲ A 씨 기사의 매체별 비율

중앙일보는 A 씨 기사가 167건으로 가장 적었지만 전체 기사에서 차지하는 비율(5.99%)이 가장 높았다. 다음은 경향신문(4.61%)과 동아일보(3.37%)였다. 방송은 대부분 2~4%대였는데 채널A(5.44%)가 가장 높았다.

이런 수치가 많은지, 혹은 적은지 궁금했다. 같은 기간의 뉴욕타임스를 분석했더니 A 씨 기사가 하나도 없었다.

동일기사에서 익명 취재원이 여러 명이면 국내언론은 알파벳 순서대로 쓴다. 분석했더니 신문과 방송에서는 대체로 A만 나왔다. C 씨까지 보이는 기사는 동아일보 2건, 중앙일보 1건, 한국경제 1건이다. 경향신문은 ㄹ씨까지 등장한 기사가 1건 있었다.

방송에서는 C 이후의 알파벳이 보이지 않았다. 반면 연합뉴스는 C 씨까지 사용한 기사가 14건, D 이후의 알파벳이 나오는 기사가 7건이다.

▲ 기사 속의 익명 취재원

A 씨는 사건사고와 범죄 등 사회분야에 가장 많이 나왔다. 문제는 실명을 밝혀도 불이익이 없을 기사에 습관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경제기사에서는 A 씨가 핵심주제를 설명할 때 주로 등장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보여주려고 앞부분에 배치하는 사례로 나온다는 뜻이다.

언제부터 이런 표현이 나올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뉴스빅데이터 시스템)로 1990년 1월 1일부터 검색했다. 1990년에도 나오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눈에 띄게 증가한다.

▲ 빅카인즈로 확인한 익명 취재원

서강대 임종섭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는 “익명 취재원 사용이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증가추세를 보인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신상 털기’ 같은 인신공격이 커진 상황에서 논란이 되는 현안에 기자가 실명을 그대로 쓰기에는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석을 하다가 취재팀은 A 씨가 누구인지, 실제로 존재하는지 궁금했다. 앞으로는 A 씨 실체 및 인용문을 조사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정보의 취재원이 충분하게 설명된다면, 수용자는 스스로 그 정보가 신뢰할 만한지 결정할 수 있다.”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내용을 바탕으로 취재팀은 국내외 언론의 익명사용 관행을 검토할 계획이다.

▣ 미디어취재팀
강수련 손효정 이승연 최다은 한지은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