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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청소노동자와의 무박 2일
김주은 기자 | 승인 2019.05.26 23:04

 

매캐한 냄새가 지하철 승강장에 퍼졌다. 스크린도어 앞 의자 사이로 토사물이 보였다. 일부가 벽에 튀었다. 누군가 대걸레가 담긴 양동이를 끌며 다가왔다. 또 다른 이가 나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왔다.

“처음엔 힘들더라. 뭐랄까, 역겹고. 근데 지금은 몇 년이 흘러서 직업이 됐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아.”

이들은 휴지뭉치를 풀어 토사물 위에 놓았다. 빗자루로 휴지를 몰며 쓰레받기에 담았다. 7분 뒤, 바닥이 깨끗해졌다. 5월 23일 밤 12시경. 뒤를 따라 계단을 오르자 4개월 전이 떠올랐다.

“집이 어느 방향이에요? 데려다 줄게요.” 1월 30일 오전 6시, 계단을 오를 때 최수연 씨(56) 목소리가 들렸다. 6번 출구에 있던 소형차가 한산한 새벽거리를 달렸다.

최 씨는 세 남매의 어머니이자 전업주부였다. 5년 전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주)의 공채로 야간 지하철 청소노동자가 됐다. 밤 9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계단과 승강장, 화장실을 담당했다. 쉬는 날은 한 달에 6일이었다.

기자는 이들과 밤을 같이 보내기로 했다. 1월 30일 지하철역 3번 출구 꼭대기. 최 씨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새벽 1시. 영하 3도에 얇은 조끼, 고무장화 차림.

▲ 최 씨가 청소하는 모습

추위를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34㎏가량 되는 기계를 좌우로 움직여 계단을 오가니 그럴 만도 했다. 이날 청소할 계단은 5번 출구 35칸, 3번 출구 66칸. 모두 101칸이었다.

울퉁불퉁한 계단은 먼지가 끼어 새까맸다. 빗자루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최 씨는 세제가 출렁이는 양동이를 기울였다.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뿌리기도 했다. 손잡이를 잡고 전원을 켜자 솔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는 네 칸 정도 아래에서 기계를 다뤘다. 계단너비는 약 2m. 좌에서 우로, 다시 우에서 좌로 왕복하기를 4번 해야 한 칸이 끝난다. 한 칸에 34㎏짜리 기계를 움직이는 거리는 16m. 계단이 전부 101칸이니까 약 1.6㎞ 움직여야 한다.

비슷한 시각 4번 출구에서는 동료 김점선 씨(63)가 물질을 했다. 먼지를 수압으로 벗겨내는 작업이다.

출구 꼭대기에서 지하 1층 구석까지 닿으려면 84m가량의 호스가 필요하다. 지름 1.9㎝, 길이 약 28m인 호스 3개를 이어 붙였다. 길다보니 잘 꼬인다. 그럴 때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풀어야 한다. 당연히 무릎이 아프다.

▲ 물질은 긴 호스와의 씨름이다.

물만 뿌린다고 끝이 아니다. 자동차 와이퍼 모양의 밀대로 계단 표면을 긁어 물기를 제거하고 대걸레로 마지막 수분까지 없애야 한다. 출구 당 최소 서너 번은 계단을 오르내린다.

이날 김 씨가 물질한 출구는 4개였다. 출구 당 최소 3번씩 오르내렸으니 12층 빌딩 계단을 혼자 청소한 셈이다. 물질은 1주일에 한두 번, 기계 청소는 한 달에 한두 번 한다.

화장실은 매일 대청소처럼 한다. 기자가 찾아간 2월 5일은 설날이었다. 밤 9시, 기자가 휴게실에 앉자 김 씨가 배를 깎아서 건넸다. 그날따라 피곤해 보였다.

“명절이라 잠을 좀 덜 자고 친척을 만나고 왔다. 낮에 사람을 만나기 위해 잠을 줄일 때도 있다.” 밤샘근무를 하면 김 씨는 아침 11시 정도부터 잠을 잔다.

승객발길이 뜸해지자 락스칠을 시작했다. 최 씨는 여자화장실, 김 씨는 남자화장실을 맡았다. 좌변기 뚜껑과 안까지 구석구석 수세미로 닦았다. 남자화장실도 마찬가지. 소변기 안쪽 배수구를 덮는 은색 원반 뚜껑은 락스물에 담가 소독했다가 끼웠다.

벽과 쓰레기통, 바닥과 세면대에 하얀 거품이 일었다. 호스를 틀어 모두 헹군 뒤에야 허리를 잠시 폈다. 밀대와 대걸레, 마른 행주로 화장실 물기를 없애자 발자국을 찍기 아까울 만큼 깨끗해졌다.

설날 다음인 2월 6일, 아침 5시 49분. 오전에 근무할 3명이 출근했다. 이들이 인사를 주고받을 때 최 씨와 김 씨는 옷을 갈아입으며 퇴근을 준비했다.

▲ 휴게실 모습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주)은 해마다 5월, 직원이 건강검진을 받게 한다. 야간조는 주간조와 달리 수면과 관련된 추가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생체리듬을 방해하는 교대근무를 2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야간 노동자의 삶을 다룬 책 ‘달빛 노동 찾기’는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협하고 가족‧사회관계의 질이나 삶의 질을 낮춘다고 밝혔다.

최 씨는 5년, 김 씨는 10년을 근무했다. 낮밤이 바뀌는 데 적응한 시간은 약 1년으로 비슷했다. 최 씨는 “처음에는 계속 멍했다. 낮에 아무리 잠을 자려고 해도 한 시간 자다가 깨고, 또 두 시간 자다가 깨고를 반복했다”고 했다.
 
최 씨는 5월 23일 낮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서울 영등포구의 KMI 한국의학연구소에서 피검사와 수면내시경 검사를 했다. 김 씨는 아직 검진을 받지 않았다. 오후 9시 출근해 다음날 새벽 6시 퇴근하는 생활이 몸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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