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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JS 이슈특강 (1) 태영호 전 공사 ① 북한 수령체제
강수련 최다은 기자‧이승현 PD | 승인 2019.05.12 21:34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FJS)이 북한 특강을 4월 중순 공지했다. 홈페이지에는 날짜와 시간만 나왔다. 연사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라고만 했다.

FJS 기획반을 지도하는 송상근 성균관대 초빙교수(스토리오브서울 편집장)가 열흘 정도를 앞두고 취재팀을 불렀다. 기사를 준비하라며 이름을 말했다. 철저한 보안을 요구했고, 만날 때마다 강조했다.

특강은 5월 8일 이화여대 포스코관 465호에서 열렸다. 100명 정도가 참석했다. FJS 13기와 12기와 프렙 스쿨, 이화여대의 기사작성기초 수강생과 북한학과 대학원, 언론고시반.

연사는 태영호 전 공사(주 영국 북한대사관)였다. 오후 3시 50분경 도착한 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의 이재경 이건호 최지향 교수, 최대석 부총장, 홍성욱 SBS문화재단 사무처장과 인사했다.

그는 유럽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이던 2016년, 중국의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이 집단 탈북했다. 외교관은 25세 이상 자녀를 모두 귀국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같은 해 여름,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다.

▲ 태영호 전 공사 약력

사회를 맡은 송상근 교수는 태 공사와 FJS 학생의 만남을 한국도착 직후부터 추진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이 특강성사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화여대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신진숙이라는 여성이 북한외교의 기본을 다졌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광복 전, 이화여전(이화여대 전신) 졸업생이고 여성 최초로 경성제국대학을 졸업했다고 한다.

신진숙은 김일성을 도와 북한정권 초기, 외교부분에 대해 조언했다. 예를 들어 넥타이는 어떻게 매고, 구두는 어떻게 신는지, 서양식 식사예절은 무엇인지…. 이화여대에 대해 공부하고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태 전 공사는 북한에 대한 관점이 극과 극을 오간다고 했다. 많은 한국인이 정확한 실상보다는 정파적 프레임에 따라 바라본다는 뜻. 북한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도우려는 이유다.

그는 평양시내 건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자유롭게 말하라고 하자 “촌스러워요!”라는 대답이 들렸다. 태 공사와 학생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강연장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 북한의 10대 원칙

그는 노동당의 위상을 설명했다. 북한은 당이 국가를 이끄는 구조이고 당 위에 수령이 있다. 수령에 의한, 수령을 위한 나라다. 최고법은 헌법이 아니라 당의 강령과 규약이다.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아래 10대 원칙)이 당 규약을 압축해 놓았다. 손바닥만 한 책이 북한의 모든 작동원리를 보여준다.

순서와 내용은 기독교 십계명과 비슷하다. 태 전 공사가 이유를 물었다. “김일성이 기독교 집안이라서요.” 학생이 정확하게 대답했다. 그는 깜짝 놀라면서 김일성 친가와 외가 모두,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라고 했다.

그는 “쉽게 말해 북한 사람들은 교회를 다니는 겁니다. 김일성교를 믿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북한주민에게 토요일은 안식일과 비슷하다. 모든 기관과 기업이 ‘정규화 생활’을 한다. 자아비판과 호상비판을 한다. 10시부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교시와 당 정책을 듣는다.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는 1년에 한 번, 하루 열린다. 두 번이면 1년에 이틀 열리는 셈이다. 최고인민회의는 자유민주국가처럼 입법이나 권력견제를 하지 않는다. 당이 정한 사안에 찬성만 하면 된다. 이런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일은 없다.

“최고인민회의에서 올해 예산안 이렇게 좀 통과시켜야겠습니다. 찬성하는 대의원들은 손들어주세요 하면 어떨까요? 한 명도 빠짐없이 손 쫙 들어요. 내리시오 하면 쫙~. 이게 무슨 군대에서 손들게 하는 것처럼 이렇게 하잖아.”

▲ 북한 선거 포스터

북한은 ‘공정한 선거’를 표방하지만 모두가 찬성해야 한다. 지역마다 입후보자는 1명. 그마저도 김정은 위원장이 선정한다. 선거 포스터에 ‘일심 단결의 위력을 시위하자’, ‘모두 다 찬성 투표하자’는 문구가 나온다.

이어서 태 전 공사는 법률구조를 설명했다. 북한에도 성문법이 있다. 하지만 허울뿐이고, 김정은 위원장의 판단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인치(仁治)라고 했다.

그는 세계식량계획(WFP)에서 평양에 파견된 네팔 여성 사례를 소개했다. 지방에 가다가 군관의 차를 앞지르려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로 맞았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군관을 총살하라고 지시했다가 빨치산 1세대 조카라는 말을 듣고 번복했다. 수령이 법위에 있음을 보여준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하철과 병원에서 담배를 피운다. TV는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주민에게 말하지만 김 위원장의 흡연 장면이 곧바로 나온다. 그래도 주민은 괴리감을 느끼지 않는다. 북한에서는 ‘김정은 수령 동지’의 행복이 국가의 번영이기 때문이다.

태 전 공사는 외교관 시절의 경험을 들려줬다. 병원에서 담배를 피우는 김정은은 법 위에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럴 때는 상대방 논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역공을 한다고 했다. “당신은 나하고 대화를 하자는 거요, 충돌하자는 거요?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거야.”

이어서 퀴즈를 냈다. 영화 <박열> 예고편을 보여주며 북한에서 불가능한 부분을 물었다. 죄인은 법정에서 말을 못 한다, 재판을 방청할 수 없다, 외신기자가 참관할 수 없다….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누군가 “북한에 재판이 있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답을 들어서 신났는지 이름을 묻고는 “반체제 인사는 총살당하거나 수용소에 가잖아. 재판 자체가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재판제도가 있지만 일반범죄만 대상으로 한다. 반당(反黨), 반혁명 분자는 법적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치범에게 재판이 아니라 국가보위부 자체 법률을 적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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