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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JS 이슈특강 (1) 태영호 전 공사 ② 세습과 감시체제
강수련 최다은 기자‧이승현 PD | 승인 2019.05.12 21:33

 

북한에서는 권력이 세습된다. 다른 사회주의, 공산국가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공산주의는 기본적으로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본집중과 독점의 원인이 상속과 세습에 있다고 보기 때문. 권력도 같다. 중국의 마오쩌둥과 소련의 스탈린은 자식에게 권력을 물려주지 않았다.

김정은이 정권을 이어받은 2011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마르크스와 레닌 초상화가 내려갔다. 그리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로 대체했다. 국제공산권이 강력하게 반발하자 북한은 당 규약의 ‘공산주의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우리식 사회주의’로 바꿨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김정은 위원장 결정에 따른다. 참모와 상의하지 않는다. 모든 사안을 혼자 결정하는 게 가능할까? 3층 서기실에 답이 있다. 수령의 신격화를 위한 비밀부서다. 여기서 논의한 뒤, 김정은이 다 파악하고 결정한 듯이 연출한다.

“절대권력은 예스(yes)에서 나올까요, 노(no)에서 나올까요?” 태 전 공사가 질문을 던졌다. 답은 후자였다. 계속 긍정만 하면 권력을 잃는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질문이 이어졌다. “사람들이 영원히 관두기 싫다는 직업이 뭘까요?” 그는 축구심판과 관현악단 지휘자를 꼽았다. 자신의 결정에 수많은 사람이 복종하는 데서 오는 쾌감이 크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절대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원리는 뭘까. 상호 감시체제가 답이다. 고위층 당원뿐 아니라 일반주민도 철저히 감시당하고 통제된다. 그러나 총괄부서는 없다. 여러 권력을 분산시켜 서로를 감시하기 때문이다.

군대 역시 마찬가지다. 총참모부와 수도방어사령부 등 여러 군사조직이 있지만 상호 복종체계가 아니다. 서로를 감시한다.

그는 북한에서 지위가 높아질수록 집단생활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장군도 계급에 따라 아파트가 정해진다. 더 철저한 감시망 속에 산다는 의미다. “이런 아파트에는 도청장치가 있어 군사 정변은 상상할 수 없다.”

▲ 고위직이 거주하는 평양 아파트

주체사상은 시스템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이다. 주민은 어렸을 때부터 수령을 따르도록 세뇌 교육을 받는다. 부모에게 받은 육체적 생명은 죽으면 끝이 나지만, 조직생활을 잘해 수령에게 받은 정치적 생명은 영원하다고 가르친다.

그래서 주민은 소년단, 청년동맹, 여맹을 거치며 평생 조직생활을 한다. 당과 국가가 만든 정치조직 외의 사조직은 만들 수 없다. 학생이 TV 프로그램에서 탁구클럽을 봤다고 질문하자 그는 학교 내의 구락부여서 결국 공식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는 작은 마을마다 탑이 있다. 김일성이 살아있을 때는 영원히 살아달라는 의미에서 만수무강탑이라 불렀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죽고 난 뒤부터는 영생탑이라고 한다. 죽었지만 주민과 영원히 함께하자는 의미에서다.

▲ 이슈특강 현장

세뇌교육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민위원회에 ‘5과’라는 부서가 있다. 관할구역별로 외모가 가장 출중한 학생을 선발해 평양으로 보낸다. 수령을 위한 만수무강조(일명 기쁨조). 여성인권유린이라는 비난을 받지만 정작 북한에서는 딸이 5과에 선발된 가정을 부러워한다고 한다.

북한 여성응원단이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2003년)에 왔을 때, 김정일 위원장 사진이 실린 현수막이 비를 받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북한에서 수령이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였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충격을 받았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불이 나는 등의 위험상황에서도 북한주민은 김씨 일가의 초상화 보호를 제1 의무로 생각한다. “인민군에서 복무하던 여성이 이런 노래를 불렀어요. 장군님은 명사수, 우린 명중탄. 이게 수령과 주민의 관계에요.”

북한은 철저한 신분제다. 조선시대의 사농공상(士農工商)과 비슷하다. 모든 주민을 54개 등급으로 나누는데 크게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으로 본다.

핵심계층은 나라를 통제하는 세력이다. 동요계층은 일반주민을 말한다. 이들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지만 당원이나 군 장교가 되는 데는 제약이 있다. 적대계층은 불순분자나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대학진학, 입당, 군 장교 자격이 원천 박탈된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갈라진 이분법 사회에서 신분상승 기회는 원천 차단된다. 고시제도가 없는 이유다. 그는 “북한에서 외교관이 되려면 뼉다구가 좋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조상 잘 만나야 외교관도 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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