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라는 말을 자주 한다. 질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는 척, 잘난 척은 경계한다.

사소한 단어 하나도 편집증 수준으로 정확히 따지고 확인한다. “물론 항상 완벽할 순 없겠지만 사실에 있어서 관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동아일보 손효주 기자는 사실(fact)의 엄격함을 강조했다.
 
그는 2014년 7월 동아일보에서 채널A로 파견 갔을 때 국방부를 1년간 출입했다. 편집부로 옮겼다가 동아일보에 2016년 1월 복귀하면서 지금까지 국방문제를 취재한다. 국방부에서 보낸 시간이 4년 4개월.

초반에는 막막했다. 무기이름, 군사편제, 작전체계 등 전문적이고 낯선 개념을 다뤄야 하는데다가 취재원이 거의 남성이다. 그는 “내가 실수하면 여기자라서,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아서 그렇다는 말을 들을까 더 정확하게 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 손효주 기자

국방 분야에서 특종을 했다면 터프한 성격이 아닐까. 인터뷰 내내 한마디 한마디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모습에서 예상과 달리 세심함이 눈에 띄었다.

“수류탄 기사를 쓴다고 하면 수류탄이 어떤 식으로 터지는지 전문용어를 써가면서 설명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모르잖아요. 최대한 풀어서 쓰려고 했어요.”

여기자라는 편견, 전문적인 분야라는 우려가 오히려 자세히 묻고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 독자의 이해를 돕도록 고민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어려움이 동력이 된 셈이다.

손효주 기자는 한국여기자협회로부터 ‘올해의 여기자상’(2018년‧취재부문)을 받았다. ‘B-1B, 풍계리 코앞까지 북상’을 포함, 미군의 대규모 군사작전을 2017년 9월에 단독보도했다. 심층적 취재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 상황에 대한 국민의 정확한 인식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 한반도의 안보 신호등은 빨간불이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짧은 기사가 미군 홈페이지에 떴다. ‘미군 전략폭격기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 21세기 들어 가장 북쪽으로.’ 9월 24일 새벽 2시 반이었다.
 
군 관계자는 입을 닫았다. 미군이 공개한 정보 외에는 모두 군사기밀 사항이었다. 내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디테일이 관건이었다. 사소한 정보라도 얼마나 어떻게 살을 붙이는지가 보도의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손 기자는 평소 신뢰를 쌓았던 취재원을 통해 미군의 전력규모, 비행시간, 접근거리 등 상세한 사항을 최초로 보도했다. 세밀한 그래픽을 더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 2대, 호위하는 전투기 F-15C, 특수부대를 침투시키는 헬기, 공중급유기, 피습된 조종사를 구하기 위한 탐색구조헬기. 미군은 전략자산을 포함해 10대 이상을 동원했다.

▲ 인도태평양사령부 홈페이지의 미군 군사작전 내용

보도에 따르면 미군 전투기는 한반도 상공을 약 2시간 비행하며 NLL 북쪽으로 150㎞ 이상,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최소 130㎞까지 접근했다. 수천 ㎞에 이르는 B-1B 작전반경을 고려하면 원산, 신포, 평양 등 북한의 핵심 군사시설과 지휘부 기지를 폭격할 수 있는 지점이다.

손 기자는 “B-1B 작전이 북한 대응에 따라 전쟁으로 넘어갈 수 있는 실제 작전이었음을 최초로 알렸다는 점, 한반도 안보위기의 실체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뿌듯했다”고 수상소감에서 밝혔다.

조선일보의 유용원 군사전문기자(56)는 “B-1B는 B-52, B-2 등 미군 전략폭격기 3총사 중에서 한꺼번에, 가장 빠르고, 가장 많은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며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한을 언제든지 때릴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메시지임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의 B-1B 단독 보도

손 기자는 북한이 왜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지, 국방부는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를 계속 보도했다.

안보문제연구소의 김희상 이사장(75)은 “안보는 20~30년 후에 일어날 일을 대비해 오늘을 희생하는 문제라 일반국민은 체감하기 어렵다”며 “손 기자의 보도처럼 국방과 안보의 상태를 계속해서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이 국민과 군의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간담회에서 “2017년 불거졌던 전쟁 위기설은 진짜였으며, 미국은 북한에 대한 모든 군사적 선택을 고려했었다”고 밝혔다. 당시의 전쟁 가능성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손 기자는 취재의 어려움을 국방부 기자의 고충으로 꼽았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기자가 기자실, 대변인실, 화장실 밖에 못 가서 ‘3실 취재’라는 말이 나왔다. 세월이 흘렀지만 군사기밀과 비공식적 비밀이 많아 요즘도 국방부는 취재경로가 제한적이고 언론보도를 경계하는 편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는 국방공보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잘 해야 본전이라는 소극적인 마인드가 남아 안타깝다고 했다.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중앙일보 김민석 논설위원(62)은 “정부는 나름의 목표를 향해 가는데 언론이 먼저 터뜨리면 아무래도 그렇죠”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는 단독보도가 나갈 때는 취재원 걱정에 잠을 설친다고 했다. 국방부 기자에게 취재원은 신뢰관계를 넘어 각별히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다. 노출되면 내부징계나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취재원이) 털어놓은 이야기를 쉽게 기사화하지 않으려 했고, 내 보도로 인해 피해 받지 않도록 취재원이 노출되지 않는 방법을 최대한 찾아요.”

긴장의 끈을 항상 놓을 수 없는 곳. 유일한 분단국가라서 긴박한 상황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분야. 그럼에도 손 기자는 “사소한 일이 군이라는 이유로 커지기 때문에 기자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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