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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기사 (7) 시사IN, 삼성과 언론의 유착을 밝히다
강수련 기자 | 승인 2019.04.28 22:05

첫 보도는 있었지만 다른 언론의 후속보도는 적었다. 포탈 네이버의 메인화면에 기사가 잠시, 작게 배치됐다가 사라졌다. 첫 보도 이후 5일이 지나서야 ‘장충기’와 ‘장충기 문자’가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갔다. 언론이 아닌 여론이 만든 성과였다.

시사IN의 김은지·주진우 기자는 장충기 삼성그룹 전 미래전략실 사장의 휴대전화 문자를 단독 공개했다. 2017년 8월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을 앞둔 시점.

문자는 삼성그룹과 청와대, 국정원, 검찰과 법원, 언론의 유착을 드러내는 핵심증거였다. 두 기자는 ‘삼성 장충기 문자 전문을 공개합니다’라는 기사를 포함해 4건을 보도했다.

▲ 장충기 문자를 공개한 시사IN 517호(출처=시사IN 홈페이지)

시사IN은 국정농단 취재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두 달간 파고들어 ‘안종범 수첩’을 입수했다. 내용을 분석하려고 특별취재팀이 생겼다. 장충기 문자의 존재는 선행취재를 통해 알았다. 법정에서 일부 내용이 공개됐으므로 꼭 입수하기로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재판을 앞두고 취재원이 입을 열었다. 출입처 없이 기자가 경찰, 검찰, 법원을 모두 다니며 취재했기에 가능했다.

김은지 기자는 “써야 할 기사를 쓰고, 쓰지 말아야 할 기사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취재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재판과정에서 시사IN이 썼던 기사 덕분에 기자와 매체에 신뢰가 생겼다는 뜻이다.

재판을 앞두고 적지 않은 언론이 삼성을 옹호했다. 김은지 기자는 “삼성에 유리한 입장만 보도되는 것 같아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언론이 삼성 뉴스를 다루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뇌물의혹 사건 쟁점과 혐의를 자세하게 짚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기사의 ‘내러티브와 구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심사위원인 성균관대 정수영 연구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단순히 문자만 공개하는 게 아니라, 상황의 배경과 맥락을 토대로 독자가 초점을 맞춰야 할 지점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시사IN은 삼성과 언론의 부적절한 관계를 보여주는 문자를 공개했다. ‘삼성의 보도자료가 기사 가이드라인?’ 기사에서는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며 삼성을 옹호하거나 재판 기사에 산업부 기자를 투입하는 사례를 꼬집었다.

정수영 교수는 “언론권력도 비판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을 다양한 근거를 통해 논리적으로 심층보도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화여대 박성희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는 “삼성의 영향력을 확실히 보여주는 사실 확인(fact finding)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침묵의 카르텔도 기사가 됐다. 민언련이 2017년 8월 8일부터 11일까지 주요 신문의 지면과 지상파·종편의 저녁 종합뉴스를 모니터링했더니 장충기 문자를 후속보도한 곳은 한겨레와 JTBC 뿐이었다. 한겨레는 보도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시사IN은 이런 과정을 다음 호에 보도했다. 주류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사실 자체가 뉴스가 됐다. ‘이달의 기자상’을 수여한 한국기자협회 심사위원회는 “언론이 반성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게 노출됐지만, 일부 언론은 그 내용조차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 시대 언론이 성찰할 지점으로 지적됐다”고 밝혔다.

▲ 김은지 기자가 사법농단 피해자와 인터뷰하는 모습(출처=시사IN 홈페이지)

권력감시 보도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정보를 제공한 취재원을 보호해야 한다. 시사IN도 취재과정을 자세히 밝히지 않고, 익명 취재원을 많이 사용했다. 박성희 교수는 “문자나 문건을 단독입수하면 정보입수 경위를 밝혀야 기사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은지 기자는 “부적절한 정보나 돈 거래, 불법적 취재과정이 없었기에 취재원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사내 변호사의 법리검토 등 내부 검증과정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취재원을 보호한 이유다.

민언련의 김세옥 정책팀장은 “투명성은 중요한 가치지만, 취재원이 특정될 수 있는 경우에 취재원을 보호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장충기 문자 보도는 주류언론에서 받아쓰지 않았지만 몇몇 언론사의 자성을 끌어냈다. CBS 기자들은 보도에 언급된 자사간부의 행태에 대해 내부에서부터 반성한다는 성명을 내고 시청자에게 공식 사과했다. <연합뉴스> 기자들은 기수별로 성명을 내고 경영진 사퇴를 촉구했다.

시사IN 보도는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시사IN과 협업해 장충기 문자를 2018년 3월 추가로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같은해 4월부터 삼성과 정치, 경제, 사법, 대학의 유착을 폭로했다.
 
독자반응은 뜨거웠다. 시사IN에 따르면 SNS에서 독자들이 기사를 공유하면서 약 14만 명에게 도달했다. 김은지 기자는 영화 ‘내부자들’ 같았다는 피드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시사IN이 삼성을 비판할 수 있었던 이유는 회사수익에서 기업광고(20%)보다 독자 구독료(80%)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뉴스타파가 장충기 문자를 이어서 보도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민언련의 김세옥 팀장은 “침묵의 카르텔을 끊기 위해서는 광고를 받아도 보도나 편성에 영향력이 없다는 원칙을 언론사에서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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