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 요크타운 패트리어츠가 원정 왔던 윌슨타이거스를 접전 끝에 이겼다. 결과는 20대 14. 1쿼터는 득점이 없었다. 2쿼터에 패트리어츠의 폴 댈즐이 윌리엄 포터(쿼터백)의 패스를 받아 2야드 터치다운 리셉션을 했고, 첫 점수를 땄다.”

워싱턴포스트(WP) 기사다. 제목은 ‘요크타운의 윌슨(Wilson at Yorktown)’으로 2017년 9월 2일 실렸다. 두 팀의 8월 31일 경기를 다뤘다. 기사는 4쿼터까지 진행된 경기내용을 요약했는데 끝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새 정보가 들어오면 업데이트합니다. 기사는 워싱턴포스트의 인공지능 시스템, 헬리오그래프가 작성합니다. (This story may be updated if more information becomes available. It is powered by Heliograf, The Post’s artificail intelligence system.)”

▲ 로봇이 작성한 미식축구 기사(출처=워싱턴포스트)

WP는 헬리오그래프를 2016년부터 활용했다. 데이터를 정리해 기사를 실시간으로 만드는 시스템. 콜롬비아저널리즘리뷰(Columbia Journalism Review)에 따르면 19세기 발명품인 헬리오그래프에서 이름을 땄다. 태양과 거울로 모스 부호를 전화기보다 빠르게 전했던 기계다.

헬리오그래프는 리우 하계올림픽의 진행상황을 빠르게 보도하는 데 처음 사용됐다. 같은 해 미국 대통령과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사용됐다.

WP에 따르면 첫 해에만 850개의 기사를 썼다. 50개 주, 500여 개의 선거를 한 번에 다뤘는데 조회는 53만 건이 넘었다. 디지데이(Digiday)에 따르면 WP는 2012년 선거 당시 직원 4명이 25시간 동안 썼던 기사보다 7배 가까이 많은 기사를 2016년 선거에서 썼다.

“케빈 맥카시 공화당 하원의원이 캘리포니아의 23대 하원선거에서 민주당 타티아나 마타를 누르고 또 당선됐다. 맥카시는 모든 선거구를 통틀어 63.7%의 표를 얻었다. 마타가 36.3%로 뒤를 이었다. 맥카시는 2013년부터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됐다.”

헬리오그래프가 2018년 작성한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 하원의원 선거기사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하원의석, 2016년 캘리포니아의 대통령 투표결과도 나온다. 같은 시간에 텍사스 하원의원 선거결과를 게재했다. 기자들이 잠든 시점에 속보를 빠르게 보도하는 장점이 돋보인다.

기사작성 방식은 간단하다. 더위크(The Week)에 따르면 기자가 기사양식과 자료를 얻을 웹페이지를 입력한다. 헬리오그래프는 자료를 인식·편집하고 기사를 완성한다.

선거보도의 경우 AP통신이나 비영리단체인 보트스마트(VoteSmart)의 자료를 바탕으로 헬리오그래프가 쓴다. 기사양식은 WP의 웹사이트, 블로그, 트위터 등 플랫폼에 각각 맞춘다.

처음에는 스포츠와 선거결과를 짧은 문장으로 보도했다. 2017년부터는 지역독자를 위해 워싱턴의 고등학교 미식축구 경기도 보도한다. 단순한 정보나 속보가 아니라 경기결과를 취합해서 풀어낸 15문장 분량이다. 지금은 범죄, 부동산, 증시까지 다룬다.

눈여겨볼 점은 미식축구 기사가 워싱턴에서만 보는 지역소식이라는 점이다. 로봇기자를 통해 작은 지역의 독자를 위한 기사까지 제공하므로 독자층을 확대할 수 있다.

헬리오그래프는 수익증대에도 유용하다. 이 시스템은 WP가 개발한 출판시스템(아크퍼블리싱‧Arc Publishing)과 함께 판매된다. 아마존의 분야별 베스트셀러, 저자별 저서를 정리해 WP에 게시하는 데도 쓰인다.

로봇 기자는 인간을 대체할까. 워싱턴포스트는 로봇의 일자리 장악을 걱정하기 전에 올드 미디어 위기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더 컸다.

WP를 인수한 제프 베조스는 2013년 9월 25일 NBC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제 생각에 종이에 인쇄된 신문은 사치품이 될 겁니다. 뭐랄까, 아직 말을 기르는 사람이 있잖아요. 근데 그걸 타고 직장에 가진 않죠.” 

베조스는 경영난에 허덕이던 그레이엄 가문의 WP를 2013년 2500억 원에 인수했다. 그는 디지털 혁신과 인공지능 보도 시스템을 구상했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로 수익을 낸 경험이 있다. 헬리오그래프는 3년 뒤 등장했다.

남은 문제는 로봇 기자의 역할이다. 인공지능은 기자에게 위협적인가? WP의 제레미 길버트 전략기획실장은 WP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우리가 WP에서 30년 동안 정치를 다룬 댄 밸츠에게 양식에 맞춘 기사나 쓰라고 한다면 그건 범죄죠.”
길버트 씨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로봇 기자가 단순한 자료 분석과 보도를 대신하는 동안, 기자는 더 중요한 사안에 집중하고, 이야기에 진짜 통찰을 담을 수 있다고 밝혔다.

헬리오그래프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수익창출, 다른 하나는 기자업무 효율화. WP 데이터과학팀의 샘 한 씨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헬리오그라프의) 다음 도전은 보도분야를 넓히고, 더 깊게 분석하고, 편집국을 위한 유망한 이야기를 발견하는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헬리오그래프는 공학자가 개발했다. 이들은 기자역할을 대신하지 않는 시스템을 염두에 뒀다. “인간 기자를 인공지능 기자로 대체할 마음은 추호도 없어요.” 길버트 씨가 포인터(Poynter)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WP가 로봇 기자 개발의 선두주자는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로봇 기자의 힘으로 금융 분야에서 매년 1000개 이상의 속보를 쏟아낸다.

포브스의 인공지능 시스템 버티(Bertie)는 기자에게 개괄적인 형식과 샘플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AP통신, 로이터통신, USA투데이, 프로퍼블리카 등 수많은 언론사가 로봇을 이용한다.

후발주자지만 헬리오그래프와 이들이 다른 점은 기자와 공존하도록, 즉 기자를 돕는 인공지능을 개발한다는 점이다. 헬리오그라프의 성과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에서 우수 언론사를 선발하는 <2018 글로벌 비기스 어워즈(Global BIGGIES Awards>에서 증명됐다.

▲ 헬리오그라프는 뛰어난 로봇활용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출처=Big Data and AI for Media 홈페이지)

“(WP가) 취합된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자동적으로 만드는 작업을 가장 처음 해낸 회사는 아닙니다. 그러나 WP 기사와 표현은 (기계의) 도움을 받아 매끄럽게 작성됐습니다. WP 작업은 상당히 전도유망합니다. 아주 인상적입니다.” (심사평)

길버트 씨는 2019년 1월 2일 니먼랩(NiemanLab)에 게재된 칼럼에서 인공지능이 미디어의 잠재력을 넓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과 친하지 않은 기자와 편집자가 일을 하면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게 되면,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깨닫게 될 겁니다. 2019년에 우리는 그 전환의 시작을 목격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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