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에 ‘기억과 빛’이라는 공간이 있다. 세월호를 기억하려고 만든 곳이다. 4월 12일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세월호 5주기인 4월 16일, 오후 5시가 되자 이곳을 찾는 발길이 늘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 정장을 입은 직장인, 휠체어를 탄 장애인, 아이들과 함께 온 주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수녀. 이 중에서 교복차림의 학생이 가장 많았다.

진상규명 서명을 받는 공간에 16명이 줄을 섰다. 안내자에게 물으니 분위기가 다르다고 했다. 평소에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렀다면 오늘은 5주기를 기억하는 시민이 많다고 했다.

▲서울 광화문 세월호 추모공간의 모습

오후 6시가 되니 전시관 근처에 70~80명이 모였다. 정윤철 감독의 다큐멘터리를 보기 위해서였다. 10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공간. 학생, 어른,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아, 철거하는 걸 보는 것조차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영상에서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을 철거하는 장면이 나오자 누군가 탄식했다.
 
시민들은 추모 메시지를 남기려고 길을 서기 시작했다. 오후 6시 30분경에는 100명이 넘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지나니까 영문책자를 건네며 설명을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자 줄이 점점 길어졌다. 150명 이상으로 보였다. 대부분이 혼자였다. 조용히 허공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광화문광장은 이렇게 세월호 5주기를 조용하고 차분하게 보내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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