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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과 인간 (23) 나, 세월호, 우리 ③ 다짐
정리=조윤하 기자 | 승인 2019.04.16 23:02

 

권희원=출근길 버스가 생생하다. 다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울었다. 믿기 어려울 만큼 허무하게 흘러버린 지난밤을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2016년 4월 16일, 인턴기자 신분으로 안산의 2주기 추모식을 찾았다. 여전히 눈물이 났다. 5주기 추모식은 조금 달랐다. 이제는 변화를 요구했다. 유가족 대표는 책임자 수사와 처벌을 외쳤다. 생존 학생은 용기를 내서 발언대에 섰다. 진실을 밝혀 친구 앞에서 떳떳해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서령=지난 1월 19일, 유가족과 순례길을 걸었다. 어느 어머니가 기억난다. “우리 고운이는 꿈이 카메라 감독이었어”라고 말했다. 유가족 한 분이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무슨 질문부터 할지,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어려웠다. 기삿거리 하나 찾아보려는 기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좋은 기사를 써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에 명심하겠다고 대답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슴으로 글을 쓰는 기자가 되리라.

조수현=지금도 생각한다.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수학여행을 간다는 들뜬 마음, 선장의 말에 배 안에서 침착하게 기다린 순간, 추위와 두려움으로 잠식되는 상황. 신문 속의 5주기 추모제 사진을 본다. 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나아졌는지. 더 이상 만약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더 이상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모든 일이 해결될 때까지 예비 언론인으로 함께 가겠다고 다짐한다.

조윤하=“전원 구조됐대. 너희들은 고3이니깐 뉴스 보지 말고 공부에 집중해.” 문학 선생님은 6월 모의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공부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세월호 소식을 접한 2교시부터 야간자율학습이 끝날 때까지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배에 탄 학생들은 나보다 한 살 어렸다. 나처럼 평범하게 공부하고, 꿈꾸는 학생이었으리라. 5년 전이 생각나서 오늘, 아무 일에도 집중할 수 없다.

최다은=음악을 전공하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좇았다. 언론인 지망생이 되면서부터는 타인의 소리, 나아가 사회의 소리를 들으려고 했다. 듣고 또 들어도 온전히 느끼기 어려운 영역이 있다. 타인의 슬픔. 그들의 슬픔을 완벽히 느끼거나 아픔을 정확히 헤아릴 수 없다. 그런 내 자신이 답답하고 무력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다짐한다. 기자가 되면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나의 감각과 생각과 마음을 모두 동원해서 세상의 소리를 잘 들으려 하겠다고.

한지은=영상 속에서 배는 가라앉았고, 일부 승객은 바다에 떠 있었다. 숨이 턱 막혔다. 영상을 꺼버렸다. 죽음이라는, 떠올리기에 무거운 단어를 애써 지웠다. 전원구출 소식을 듣고 싶었다. 기대와 달리 참담한 뉴스로 가득했다.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단절감과 공허감이 밀려왔다. 그날로 고시 공부를 중단했다. 나 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관심 가져야 할 일을 제대로 보도록 돕고 싶었다. 기자를 꿈꾸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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