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쳐 이 XX아!” “내가 친 거냐? 뒤에서 민 거잖아!”

욕설과 고성이 오가자 대학생 권정연 씨(24)는 깜짝 놀랐다. 뒤를 돌아봤더니 두 여성이 상대방 머리채를 잡고 몸싸움을 벌였다. 작년 12월 우이신설선 보문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승객끼리 싸우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열차를 몇 대씩 보낼 정도거든요.” 권 씨는 우이신설선으로 통학하는데 열차를 제때 타지 못해 수업에 늦을 때가 적지 않다.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에서 승객이 매우 혼잡한 가운데 승차하거나(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

2019년 2월 27일. 출근 시간대 우이신설선은 여전히 혼잡했다. 오전 8시부터 8시 30분까지 정릉역에 도착한 신설동행 열차는 모두 만원이었다. 1~2명이 간신히 비집고 들어갈 정도였다. 몇 대를 보낸 뒤에야 탈 수 있었다.

대학이 개강한 3월 5일, 혼잡은 더욱 심했다. 우이신설선이 덕성여대, 서경대, 국민대, 동덕여대, 성신여대, 고려대 등 6개 대학을 지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7~9시 폐쇄회로(CC) TV로 조사했더니 정릉역에서 성신여대입구역으로 가는 열차의 혼잡도는 157%였다. 일반전철에서 혼잡도 150%는 모든 좌석에 승객이 앉고 객실 통로에 4열로, 출입문에 5열로 서 있는 상태.

승강장이 혼잡할수록 출발은 계속 늦어진다. 우이신설선으로 통학하는 대학생 나예진 씨(24)는 “계속해서 밀고 들어오는 승객으로 출입문 사고가 우려되어 출발이 5분 정도 지연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혼잡한 원인은 수요를 잘못 예측해서다. 윤혁렬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업을 추진하던 2005년 당시 적자를 우려했다. 그래서 수요를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사업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우이신설선은 2009년 착공하고 2017년 9월, 서울의 첫 경전철로 개통됐다. 강북구 우이동과 동대문구 신설동의 11.4km를 잇는다. 열차는 2량인데 1량 정원은 174명(좌석 48명, 입석 126명)이다.

사업비는 7951억 원.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건설됐다. 포스코건설 등 10개사가 출자한 우이신설경전철(주)이 소유권을 시에 이관하고 30년간 무상으로 운영한다.

개선방안은 마땅치 않다. 증설을 고려하지 않고 승강장을 2량 열차에 맞게 설치했다. 출근시간대 배차간격은 2분 30초. 더 줄이면 앞차와의 충돌 등 사고 가능성이 커진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이성엽 주무관은 “대책을 논의 중이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2월 20일 발표한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통해 대규모 경전철 사업추진을 알렸다. 2028년까지 면목, 난곡, 목동, 우이신설연장선과 강북횡단선을 신설해 강남권과의 균형 발전을 촉진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우이신설선은 더욱 혼잡해질 전망이다. 우이-방학 구간이 신설되면 노선이 3.5km 늘어나고 역사는 3개 추가된다. 우이신설도시철도 홈페이지에는 이미 작년 8월 “우이신설선을 방학역까지 연장할 경우 혼잡도는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우이신설도시철도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 게시판

혼잡이 예상되는 노선은 또 있다. 대규모 경전철 사업의 핵심인 강북횡단선이다. 목동과 청량리를 잇는 25.75km 구간에 19개 역을 만들려고 한다. 서울 강북을 동서로 연결하는데 2조546억 원을 투입한다.

아주대 유정훈 교수(교통시스템학과)는 “(4량 열차로는) 예상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강북횡단선을 도시철도 일부로 보고 중전철 노선으로 건설하고 9호선처럼 급행 구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조혜림 주무관은 “강북횡단선은 2호선처럼 환승역이 많아 혼잡도가 그리 심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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