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성수대교 붕괴 25주기, 씨랜드 화재 20주기, 세월호 침몰 5주기가 겹친다. 세 가지 재난의 희생자는 대부분 학생이다. 정부, 사회, 어른이 잘못해서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스토리오브서울>은 의식과 시스템을 본질적으로 바꾸지 않아서 비극이 되풀이되는 문제를 다루려고 연중기획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19회를 게재했는데 당분간 멈추려 한다.

기획을 구체화하다가 생각하지 못한 점을 알았다. 세월이 지나도 재난은 과거가 아닌 현재라는 사실. 당사자들은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 극복이라는 말 자체가 어려움을 준다는 사실.

학생들이 취재를 할수록, 내가 기사를 검토할수록 유가족을 힘들게 하지 않는지 고민했다. 뉴스는 구체적이어야 수용자에게 친절하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경험과 심경을 자세하게 드러내도록 요청하면서 학생들은 죄송함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진정성을 이해하지만 일부 유가족은 며칠 뒤에 약속을 취소하거나 보도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1부 후반부에서는 취재기를 몇 회로 나눠 게재할 생각이었다. 학생이 취재원을 어떻게 만났고,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소개하려고 했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보여주는 기사도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줄지 모른다는 점이다. 재난을 막기 위해서 기획을 하는 중인데 유가족이 원치 않는 상황을 만들기는 곤란했다.

세월호 5주기가 다가와서 이런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기사가 쏟아질 시점. 수많은 언론, 수많은 기자가 취재에 나서면 유가족이 시달릴지 모르니까.

▲유가족 심경을 보여주는 메일

<스토리오브서울>은 호흡을 가다듬기로 했다. 지금까지 했던 취재와 보도를 검토하고, 기성언론이 다룬 뉴스를 분석하고 5, 6월에 2부를 연재할 계획이다. 하지 못한 이야기는 유가족이 동의하면 나중에 소개하겠다.

입사시험을 준비하고 수업을 들으면서 기획에 참여하느라 학생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정보를 찾으려고 검색하고 국제전화를 했다. 자기 돈을 들여 진도와 안산과 대구를 찾았고, 유가족을 만나서는 단어 하나하나에 조심스러워 했다.

학생들을 이해해서인지 많은 유가족, 공무원, 전문가가 도와주셨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런 학생들이 언론현장에 나가면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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