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10평 남짓한 사무실. 5명의 상담원과 3명의 운영진이 컴퓨터와 전화기 몇 대를 놓고 일하는 곳. 사무실 규모는 작지만 지금까지 시도된 바 없는 신종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벤처기업 중의 벤처기업. '진솔 과외교육정보(대표/정진호)'의 단편적 모습이다.


소개비는 월급의 절반
과외는 육체 노동이 아니면서 투자한 시간에 비해 보수가 높다는 점 때문에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아르바이트 중 하나다. 99년도 교육개발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80%가량의 초·중·고교생이 과외를 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외 아르바이트는 수요와 공급의 사이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큰 시장이다. 대학생 과외의 시장성을 간파하고, 유료 과외 알선 서비스를 최초로 시작한 '진솔 과외교육정보'(이하 진솔)는 전국적으로 3만명 이상의 대학생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진솔은 다른 아르바이트 관련 사이트들과는 달리 전문적으로 대학생과 대학원생에게 과외를 알선해주고 있어, 학생들 사이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 '복합 정보'를 통해 원하는 조건의 선생님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고, 회원과 학생의 화상정보까지 제공하여 서비스도 신세대 구미에 맞추었다.
 


 각 PC 통신에서 'go jinsol'로 들어가면 진솔이 운영하는 과외 알선 서비스 코너를 만나게 된다.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 과외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신상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올려 회원에 등록해야 한다. 회원 등록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입회 심사비 명목으로 통신등재비, DB사용료, 서식대금, 추천서비스료 등 4,500원이 필요하다. 회원에 등록이 되면 원칙적으로 진솔측에서 적당한 자리를 알아봐 주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대학생 스스로가 수시로 '선생님 구합니다' 코너에 들어가 그때그때 올라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진솔측에 적극적으로 e-mail을 보내야 한다.

1분에 300원하는 진솔의 정보 이용료를 생각하면 여기에 드는 돈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해서 과외를 소개 받게 되면 첫 달 수업료의 50%를 진솔측에 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다지 많은 돈이 아니라 할 수도 있지만, 보통 대학생 과외는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단 1개월만 교습을 하더라도 33%의 교습비가 진솔측에 들어가게 된다.

일반적인 직업 소개소는 회원에 등록할 때 4만∼5만원 정도의 가입비를 받는다. 한 달 회비는 1만 5천∼2만원. 직업 소개소의 경우 정사원으로 취업이 안 되더라도 그날 그날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 업주들과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당장에라도 하루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보통 단순 노동을 하는 일일 근로자의 임금이 4, 5만원대이고 이러한 아르바이트는 최소한 이틀에 한번 정도 자리가 생기므로 회원은 이틀 이상만 일을 하면 처음 투자한 것을 빼고도 3만∼4만원을 버는 셈이 된다. 일일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사원으로 취업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수수료를 근로자가 내는 것이 아니라 업주측에서 채용 근로자 월급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직업 소개소측에 내게 되어 있다. 

직업소개소의 경우 일정 금액 이상을 소개비로 받는 것이 법률로 제한되어 있고, 직업소개소끼리 경쟁관계에 있으므로 서로 담합을 하지 않는 이상 터무니 없는 소개비를 받기는 힘들다. 그러나 진솔의 경우 PC통신상에서 과외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유일한 회사이고 보니 이들의 횡포를 규제해 줄 만한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IMF 이후 과외 아르바이트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높은 수수료를 내더라도 진솔에 매달려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명문대생이 아니면 쉽게 자리가 생기지도 않는다. 만약 회원의 자격이 말소될 때까지 한번도 과외를 소개받지 못하게 되면 입회 심사비의 50%만을 돌려 받을 수 있다.

석사·박사=엘리트 선생님
진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회사 이미지와 신용. 물론 회원에게 보여지는 회사 이미지가 아니라 학부모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다. 학생이 원할 경우 30분 가량 모의 수업을 하는 테스트를 치르는 것이 약관에 명시돼 있다. 회원이 학생과 약속한 시간을 예고 없이 어기거나, 날짜를 바꾸거나 혹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다른 사람을 학생에게 보내면 당장 회원 자격이 박탈된다. 입회 심사비는 전혀 돌려 받을 수 없다.

진솔에 들어가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엘리트 선생님' 코너다. 진솔측은 학생의 성적을 월등히 향상시킨 경험이 있는 '잘 나가는 ' 회원들을 '엘리트 선생님' 코너에 올린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코너의 회원들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석·박사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보면 그들이 생각하는 '엘리트'의 개념을 짐작할 수 있다.

진솔의 소개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박 모씨(22, 이화여대)는 등록한지 4개월만에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작년 8월에 등록을 해 거의 두 달 동안 수시로 학생 정보를 검색하고 편지를 보냈어요. 그러나 기다리라는 말 한마디 없었죠. 그냥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그게 12월달이었죠." 박씨가 가르치게 된 학생은 당시 중학교 2학년의 김 모양으로 영어와 수학 두 과목에 2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중학생 보습학원의 한 과목 수업료가 한 달에 10만∼2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박씨가 받은 교습비는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통신에 글만 올려놓으면 그 외에 부대 비용이 안들고, 회사측에서 알아서 일류대 선생으로 구해 주니까 편하죠. 교습비가 저렴한 편이라 더욱 좋구요." 김 양의 어머니는 만족해하며 말했다.

많은 수수료를 물더라도 아르바이트를 지속할 수 있고, 약속한 교습비를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최 모씨(20, KAIST)처럼 아예 교습비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집이 서울인 최씨는 지난 2월 진솔을 통해 과외 자리를 소개 받았다. 학생측에서 제시한 금액은 수학 한 과목에 60만원. 최씨는 평균을 훨씬 넘는 교습비를 놓치기 아까워 집에서 1시간 거리임에도 수락했다. "그 학생은 고1이었는데, 수학을 너무 못해서 2월 한 달 동안 집중적인 공부가 필요하댔어요. 주당 8시간에서 10시간 교습을 했죠." 한 달이 지나고 교습비를 지급할 날짜가 되자, 학생의 부모님은 진솔측 수수료만을 계좌로 입금하고 나머지는 최씨에게 직접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저는 그 사실을 몰랐거든요. 3월 개강 직전에 학교로 돌아왔죠. 어차피 첫 달 교습비는 진솔에서 제 계좌로 보내는 거니까요." 결국 학생 부모는 진솔에 20만원만을 지급하고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최씨는 한 달 동안 일한 것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말았다. 그후 진솔은 이 일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고, 가르친 학생과는 연락이 전혀 되지 않는 상태다.

"저희를 통해서 과외하는 초 ·중 ·고생은 전국적으로 1%도 안되죠. 그래도 저희가 제일 먼저 생겼고, 광고도 제일 많이 해서 연결이 가장 잘 되는 편이에요" 진솔의 상담직원 정주희씨는 과외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 사이의 지나친 차이가 공급자의 권익이 무시당하는 현실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김상미 ·조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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