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인문한국(HK+)연구소가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과 함께 3월 15일 ‘탈분단시대 평화공존의 통섭적 성찰: 과학기술과 지역표상’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광운대 김백영 교수는 ‘금강산의 식민지 근대: 일본형 철도제국주의의 식민지 관광개발에 대한 공간적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금강산 관광을 역사적 시각에서 조망했다.

그는 “일본형 철도제국주의는 조선인의 동의에 전혀 기초하지 않은 독자적인 통치라는 점에서 영국과 크게 대비된다. 영국의 경우 통치국과 식민지 사이에 어느 정도의 협력관계가 존재했지만 일본의 제국주의는 조선인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금강산 일주라는 관광상품은 전국일주에 비길 만큼 초기부터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주력이었다”며 관광의 대중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을 철도부설로 꼽았다.

사회자인 전북대 신향숙 교수는 “남북통일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지에 대한 논의가 있는데, 1920~1930년대를 비롯하여 금강산 관광의 인식차이와 일제철도와의 연관성을 알게 된 기회였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동아시아학술원 공동학술대회의 발표 및 토론모습(출처=동아시아학술원)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의 이경돈 연구원은 ‘北鮮의 기억: 분단 이전의 북한표상’이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이미지를 다뤘다. 그는 분단 이후부터 현 시점까지 우리가 북한에 대해 괴물적인 느낌을 가졌다면서 발표를 시작했다.

이 연구원은 “역사적 사료를 통해 분단 이전, 우리가 북한에 대해 가졌던 기억에 대해 알아보고 그 방향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했다. 식민지시대의 ‘북선’으로 표상되는 북한에 대한 기억을 구체화하자는 취지다.

그는 황석영의 소설 <사람이 살고 있었네>를 통해 북한을 텅 빈 공간, 즉 아토피아로 생각한 과거 관념에 대해 소개했다. 여기서 아토피아란 역설적 표현이다. 공간은 사람이나 사물로 채워져야 의미를 갖는데, 북한은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연구원은 “결국에는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관념 속에서 텅 빈 공간으로 인식되는 북한의 이미지를 채운다. 북한의 괴물적 이미지도 이데올로기가 만든 허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1920년대에 진행된 개벽사의 ‘민세조사’를 통해 북선의 이미지를 설명했다.

그는 “당시 제국주의를 표방한 일본은 국력을 드러내기 위해 조선의 인구수 및 생산량을 치밀하게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국세조사 과정에서 북선은 제국의 개척과 시혜가 필요한 낙후된 공간으로 표상됐다.

이에 반해 종합잡지 <개벽사>의 민세조사는 이야기형식으로 풀어낸 조사방법이다. 지역민의 이야기로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새로운 시도였으며 한반도 전체의 이미지를 그릴 수 있는 통합적이고 아름다운 기회였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그는 “조선인에게 북선이란 통치자의 시각에서 벗어나 내 고향, 아름다운 산천, 명승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며 우리 민족이 기억하던 곳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의 김근배 기획운영위원은 ‘과학으로 시대의 경계를 횡단하다: 이태규, 리승기, 박철재의 행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교토 3인방으로 불린 3인의 과학자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같은 꿈을 이룰 수 없었던 삶을 분석했다.
 
그들은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제국대학에 자리를 잡으며 국제적인 과학자로 성장했다. 그러나 분단 이후 한국 과학계가 분열되면서 다른 행보를 선택했다. 이태규는 미국으로 떠났고, 리승기는 월북했고, 박철재는 남한에 남는다.

김 위원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3인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지만 다시 만나겠다는 약속과 더불어 과학에 대한 열정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각자의 자리에서 과학을 연구했지만 다시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에 대해 전북대 신향숙 교수는 “같은 시공간을 공유했던 과학자들이 해방이후 다른 공간을 선택하여 다른 삶을 살고, 생전에 만나지 못했다는 점이 애통하다. 통일 이후 남북 과학자 명예의 전당이 수립된다면 그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후 세션의 사회자를 맡은 동국대 황종연 교수는 융합적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이규호 작가의 소설(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을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사회적 조건과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삶의 터전을 잃고 변화를 겪은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탈분단시대로의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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