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응

신예기의 포털 및 동아닷컴 조회는 지난해 9월, 이달의 기자상 출품 당시를 기준으로 3800만 건이 넘었다. 댓글은 6만 건이었다.

시대에 적합한 예법을 고민하는 독자의 관심과 목소리가 이어졌다. 상처를 받았던 누군가에게는 위안이 됐다. 누군가에게는 이건 잘못됐다고,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용기를 줬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돌아보고 반성할 기회가 됐다.

마지막 ‘추석편’을 보자. 퇴계 이황의 17대 종손 이치억 씨가 나온다. 종갓집답지 않은 단출하고 오붓한 제사풍경과 신예기팀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그의 말은 울림이 컸다.

이 씨는 추석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관행을 지적하면서 “형식보다 중요한 건 예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라고, “명절만이라도 ‘나’라는 한 사람의 뿌리인 조상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것,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독자들은 “추석 때 어딜 가도 그 기사 얘기가 나오더라”, “덕분에 우리 가족도 본질에 충실한 제사를 고민하게 됐다”, “교과서에 실어 달라”는 반응을 보였다.

못마땅해 하거나 비판하는 독자도 있었다. 이런 의견조차 기획의 가치를 보여준다고 취재팀은 생각한다. 갑론을박이 오가는 공론장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유림으로부터 항의메일이 왔다. 제사형식을 고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에 대한 지적. 임우선 기자는 “답장을 통해 잘 설명 드렸다. 시대가 변하면서 (예법에서 나타나는) 가치들이 중립적인 것으로 옮겨가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어르신께 다시 한 번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신예기 취재팀. 왼쪽부터 김수연 이지훈 임우선 위은지 유원모 기자 (출처=동아닷컴)

반향

일부 매체는 신예기를 인용했다. 시리즈가 마무리된 직후인 9월 26일, 매일신문 편집국 김교영 부국장은 ‘허례(虛禮)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칼럼을 썼다.

김 부국장은 ‘추석편’에 나오는 이치억 연구원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면서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예법은 살아남기 어렵다. 예법보다는 사람이 먼저다. 내년 설날이 기대된다”며 마무리했다.

지난해 10월 3일 대구신문 오피니언면에는 수필가 허봉조 씨의 글이 실렸다. 제목은 ‘명절증후군 멀리하려면’이었다. 차례와 제사에서 비롯된 가족갈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때마침 관심의 눈길이 쏠린 곳으로 신예기 시리즈를 언급했다.

“변화한 시대에 적법한 예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잘못 전해지고 있는 차례나 제사 등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해법도 제시됐다. 고인이 된 조상이 자손에게 대화하는 형식의 표현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의 기자간담회 발언에 나올 만큼 정치권에서도 이슈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우리의 제례 예법은 간소함 속에서도 조상을 기리는 본뜻을 살리는 데 원형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리즈 4회에서 지적한 호칭문제는 여성가족부의 ‘3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16~2020)’에 반영됐다. 남성 쪽은 도련님, 아가씨, 시댁이라고 높이고, 여성 쪽 처제, 처남, 처가로 낮춰서 부르는 관행을 바꾸겠다고 했다. 국립국어원은 대안모색에 들어갔다.

친가와 외가를 차별하는 기업의 상조복지제도를 2회에서 지적하자 개선 움직임이 시작됐다. 롯데제과는 친조부모상에만 휴가와 조의금·장례용품을 지원했던 제도를 바꿔서 외조부모상에 동일한 혜택을 주도록 했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중공업도 개선방침을 바꿨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친족 사망 시 기업이 친가·외가에 따라 휴가기간을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지난해 7월 발의했다.

반향은 동아일보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이지훈 기자는 “사내 어르신들이 신예기 기획에 애정을 가지고 좋아해주셨다. 우리 회사에도 차별적 제도가 있었는데 바뀌었다”고 말했다.

평가

임우선 기자는 “회사가 이 문제(예법)를 생활적인 가치관으로 돌려 중요하게 바라본 시도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가볍게 보일 수 있는 주제였지만 기자들의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데 전폭적인 자율권을 보장했다.

신예기 시리즈는 한국기자협회의 제337회 이달의 기자상(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여성가족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양성평등미디어상(보도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은 이렇게 평가했다.

“향후 유사한 논의가 있을 경우 유용한 참고 자료로 삼을 만하다. 문화 관련 기획기사를 찾기 힘든 요즘 동아일보의 기사는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

심사평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장기 연재물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갔다면서 ▲달라지는 시대에 맞춰 예절도 새롭게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제대로 포착했고 ▲31편의 대작 연재에 앞서 알차게 준비를 한 흔적이 눈에 띄었으며 ▲가족 간의 호칭 문제, 명절 예법 등 일상생활에서 부딪히기 쉬운 실질적 문제를 앞세워 설득력과 재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전통 예법을 현대적 시선으로 뒤집어보고 불합리한 관습과 성차별적 요소를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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